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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여성 버라이어티' 왜 만들었냐고요? PD가 밝힌 제작 비화 (언니들의슬램덩크, 홍김동전 도라이버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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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02 0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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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석 PD가 도라이버 제작기로 쓴 글 중 4편


https://star.ohmynews.com/NWS_Web/OhmyStar/at_pg_m.aspx?CNTN_CD=A0003160605




KBS의 <홍김동전>으로 시작해 넷플릭스 <도라이버>로 이어지기까지 방송에 결과가 공개되지 않은 두 번의 동전 던지기가 있었다.


첫 번째는 처음 프로그램을 시작할 때 제작진이 던진 동전이었다. <홍김동전>과 또 다른 하나의 기획을 두고 무엇에 도전할지 고심하던 중이었다. 세간의 평은 <홍김동전>이 아닌 다른 기획안이 좀 더 시류에 맞고 무난할 것 같다는 쪽이었다. 그런데 나와 작가들의 마음은 왠지 모르게 이 KBS답지 않은(?) 제목도 기괴한 <홍김동전>에 끌리던 중이었다. '앞면이 나오면 홍김동전.' 회의실에서 우리 스스로 동전을 던졌다. 결과는 뒷면. 그때 그 동전의 뒷면을 보며 우리는 우리의 마음을 확인했다.

"우리 홍김동전 하고 싶었네."


동전의 결과를 깔끔하게 무시하고 우리는 마음 닿는 곳으로 운명을 개척하기로 했다.

'입봉' 준비하다 깨달은 것

KBS2 '언니들의 슬램덩크 시즌2' 중 한 장면

KBS2 '언니들의 슬램덩크 시즌2' 중 한 장면KBS


어떤 프로그램을 기획해야 할지 피디로서 처음 고민을 시작했던 건 약 10년 전이다. 2015년 겨울, 일명 연출 '입봉'을 준비하라는 말을 듣고 입봉 프로그램 기획을 하고 있던 시기에 KBS 연예대상에 현장 업무 지원을 나갔다. 세상 모든 피디에게 입봉작이란 의미가 있고 중요하다. 평소 같으면 연말 시상식 차출이 다소 귀찮았을지 모르겠으나 요새 핫한 출연자들이 누가 있는지, 혹여나 새 프로그램 기획에 도움이 될 인재는 없는지 살피기도 할 겸 꽤나 능동적인 마인드로 현장에 나갔다.

지금이야 방송 3사 연말 시상식에 대한 관심이 예전보다 많이 덜해졌지만, 그때만 해도 그렇지 않았다. 당대에 내로라하는 최고의 예능 스타들이 현장에 참석해서 자리를 빛냈고 그중에서도 가장 크게 활약한 스타들이 수상을 했다. 그런데 백스테이지에서 시상자와 수상자들을 안내하다 보니 특이한 점을 하나 발견할 수 있었다.

'여성 출연자'들이 너무 보이지 않았다. 수상자는 물론 후보군에서조차 그랬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예년에 부문별로 여성과 남성을 균등하게 배분해서 상을 주었다면 그 해엔 도무지 그럴 수가 없는 정도의 상황이었다. 결과적으로 코미디 부분을 제외하고 쇼오락버라이어티 장르로 한정한다면 최우수상을 받은 여성 출연자는 아예 없었고 우수상을 그나마 고 김수미 선생님께서 수상하셨다. 아무리 그래도 KBS에서 2015년 한 해 동안 두각을 나타낸 여성 출연자가 고령의 배우 선생님 한 분이시라니.

'여성 버라이어티를 만들어 볼까?'

솔직히 말해 어떤 젠더 감수성 내지는 예능 바닥 성평등에 대한 책임감으로 그런 생각을 한 것은 아니었다. 모든 피디들은 새로움을 꿈꾼다. 많은 선배들이 말씀하시길 '하고 싶은 프로'를 만드는 게 아니라 '될 것 같은 프로'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지만, 이제 막 입봉을 앞둔 피디는 새로움에 대한 욕구가 더 컸다. 출연자를 여성판으로만 바꿔도 새로움이 있을 것 같았다.

팀장님께서 기왕 여성 버라이어티를 할 거라면 <여자의 자격>이라는 제목이 어떻겠냐는 제안을 하셨다. 신원호 선배가 만들었던 KBS <남자의 자격>이라는 프로그램의 IP가 KBS에 있기도 했기에 그랬다. 그런데 <남자의 자격>과 <여자의 자격>은 어감에 차이가 좀 있었다. <남자의 자격>은 뭔가 남자들이 듣기에 기분 좋고 긍정적인 제목이라면 <여자의 자격>은 여자들이 듣기에 그런 의미가 아닐 것 같았다. 아무리 세상이 바뀌었다지만, 할머니 어머니 세대를 거쳐 지금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에서 여자에게 강요되어 온 역할 내지는 자격이라는 것이 그렇게 공평하고 합리적인 것은 아니었으니까.

남초 예능이 흔한 이유

음악방송에 출연한 KBS 예능 ‘언니들의 슬램덩크 시즌2’ 멤버들.

음악방송에 출연한 KBS 예능 ‘언니들의 슬램덩크 시즌2’ 멤버들. KBS


사실 당시에 예능 바닥에 남초 현상이 심한 이유도 개인적으로는 그간 사회에 강요되어 온 여성에 대한 역할 관념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했다. 당시에 예능 판의 주류는 육아와 쿡방(요리를 주로 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아무리 세상이 바뀌었어도 아기를 돌보고 요리하는 건 여자임이 디폴트라고 인식되는 면이 우리 사회에 남아 있는데, 예능의 기본은 '의외성'에 있다. 방송에서까지 엄마가 아기를 보고 여자가 요리하는 건 식상하다. 그러니 자연스레 육아프로와 요리프로에서 스타로 떠오르는 건 엄마가 결핍된 아빠들이고, 여자가 결핍된 남자들이다.

그렇다면 반대로 여성 출연자가 메인이 되는 프로그램을 할 거라면 육아와 살림에서 벗어난 '꿈을 이루는 성취'를 콘셉트로 가져가면 어떨지 생각했다. 내 인생 도서인 <슬램덩크>에서 착안해서 제목을 <하이힐 신고 슬램덩크>로 지었다. 아니다. 하이힐이란 단어마저도 뭔가 성에 대한 프레임을 씌우는 것 같았다. 그래서 최종 낙점된 제목이 <언니들의 슬램덩크>였다. 예상대로 회사의 반대가 있었다. 기획안에 여성 예능은 '예능계의 블루오션'이라고 적었는데, 말이 좋아서 블루오션이지 남들이 다 안 하는 건 이유가 있는 것 아니겠냐고. 다행히 조연출 시절부터 나를 피디로서 믿어 주시고 지지해 주신 부장님의 도움으로 회사의 반대를 돌파할 수 있었다.

금요일 밤 11시에 KBS의 예능은 늘 2등도 아니고 3등이었다. 1등은 그때나 지금이나 MBC의 <나혼자 산다>인 것이 기본값이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3개월간 동시간 대 시청률 1등의 자리에 KBS 예능이 있었다. '언니쓰' (언니들의 슬램덩크에서 민효린의 꿈으로 시작된 프로젝트 그룹)라는 최고령 걸그룹이 활동하던 시기였다. 물론 <언니쓰>는 흥했지만, 그만큼 <언니들의 슬램덩크>는 입봉 피디였던 나의 부족함으로 그러지 못했고, 그리 오래지 않아 대중에게 잊혀졌다.

예능의 주류가 남초 프로그램일 때 여성 버라이어티를 만들고, 관찰 프로그램이 주류인 시대에 '구개념 버라이어티'랍시고 예능인들 모아서 <홍김동전>이라는 옛날식 감성의 예능을 만드는 청개구리 같은 피디는 아마 앞으로도 그리 성공하진 않을 것이다. 심지어 좋은 방송국을 뒤로하고 다짜고짜 퇴사까지 했으니 더욱 그렇다. 퇴사한 이후 그런 질문을 기자분들로부터 많이 받는다. 이제 KBS를 떠나서 바깥에서 제작을 이어가게 됐는데 어떤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냐고.

사실 퇴사했다고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프로그램을 만드는 목표는 같다. 몇 명이 됐든, 대중에게 추억이 되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 어떤 노래를 들으면 첫사랑이 떠오르고 학창 시절이 떠오르고 하는 것처럼 음악은 시대를 운반한다. PD로서 만들어 왔고 만들어 갈 프로그램들도 그랬으면 좋겠다는 꿈을 꾼다. 그래서 가장 기분 좋은 유튜브 댓글은 그런 것이다. "오랜만에 '언니쓰' 영상을 보니 고등학교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아서 애틋하다"는 류의 이야기들.

그래서 이번엔 동전의 결과를 따르기로 했다. <홍김동전> 마지막 회의 맨 마지막 장면. 앞면이 나오면 우리는 다시 돌아올 거라며 모델 주우재가 동전을 던졌다. 결과는 앞면. 동전 던지는 그림을 예쁘게 따기 위해 두세 번을 더 던졌다. 거짓말처럼 앞면, 또 앞면.

언젠가 <홍김동전>과 <도라이버>를 회상할 때 누군가의 마음이 몽글몽글하고 기분 좋아진다면 그걸로 됐다. 물론, 좀 더 많은 사람이 그랬으면 좋겠다는 꿈을 꾸며 오늘도 <도라이버> 출연진과 제작진은 기꺼이 예능의 전장에 나선다.

박인석



여성버라이어티였던 언슬이랑 사실상 홍진경이랑 김숙을 메인으로 데리고 시작한 홍(진경)김(숙)동전, 도라이버 볼 때마다 느끼는거지만 여자들이 볼때 불편한 요소가 거의 없음.. 

예를 들면 주우재 실험카메라도 몰래카메라 단어 1도안쓰고 누가 습관적으로 써도 자막 안달거나 실험카메라로 바꿔서 자막달아주는 그런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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