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 1. “서울 도심 한복판, 아니면 강남권에 객실 1000실 이상 규모 5성급 호텔 매물이 있나요? 캡레이트(자본환원율)는 5%대면 충분합니다. 자금은 이미 준비돼 있습니다.”
최근 앤더슨컨설팅코리아 사무실로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글로벌 대형 부동산 투자회사의 문의가 빗발친다. 뉴욕, 런던, 싱가포르 등 글로벌 금융 허브에서 수조원대 자금을 굴리는 이른바 ‘큰손’들이다. 과거 한국 호텔 시장을 “지정학적 리스크가 크고 수익성이 낮다”며 관망하던 이들이 엔데믹 이후 지갑을 활짝 열었다. 객실당 10억원이어도 조건만 맞으면 인수하겠다는 분위기다. 한국 호텔 시장이 폭발적인 회복세를 넘어 아시아 핵심 투자처로 부상하자, 랜드마크급 ‘트로피 에셋(Trophy Asset·독보적 우량 자산)’을 선점하기 위해 혈안이 됐다는 것이 현장 목소리다.
장면 2.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최근 서울 강북구 우이동의 ‘파라스파라 서울’을 인수해 하이엔드 브랜드 ‘안토(ANTO)’로 리브랜딩하며 럭셔리 리조트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김동선 부사장의 주도로 진행된 이번 인수는 부채를 포함해 총 300억원(유상증자 포함)을 투입, 시장 가치 6000억원에 달하는 리조트를 품에 안았다. 도심 속 유일한 국립공원 리조트라는 희소성을 앞세워 회원권 분양률을 끌어올리고, 고부가가치 웰니스 프로그램을 통해 수익성을 극대화한다는 청사진도 밝혔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줄도산 공포에 떨며 ‘헐값 매각’을 걱정하던 호텔 업계가 격변의 시기를 맞았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매물로 나와도 거들떠보지 않던 호텔들이 이제는 부르는 게 값인 ‘귀한 몸’ 대접을 받는다. 여의도 콘래드 서울, 인천 그랜드 하얏트 등 상징적인 호텔들이 새 주인을 찾았고, 시장에는 “살 만한 물건이 씨가 말랐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달아오른 호텔 M&A 시장 현황과 트렌드, 그리고 생활숙박시설과 임대 주택 시장으로 번진 외국 자본의 공습을 심층 분석했다.

최근 인천 그랜드 하얏트 호텔을 인수한 파라다이스그룹.

방한 외국인 2000만 시대
“돈은 있는데 방이 없다”
최근 서울 시내 호텔 대표들은 문화체육관광부 호출을 받는 일이 잦아졌다. 문체부가 호텔 사업자를 불러모아 객실 수급 상황과 향후 공급 계획을 구체적으로 묻는 정례 회의가 빈번해졌기 때문이다. 정부가 직접 나설 만큼 객실 부족 현상이 국가적 과제로 떠오른 방증이다.
배경은 외국인 관광객의 폭발적인 증가세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019년 약 1750만명이던 방한 외국인 관광객은 팬데믹 기간 반 토막이 났다가 지난해 1630만명까지 회복했다. 올해는 증가세가 더 가파르다. 1분기에만 약 550만명이 한국을 찾았다. 전통적 비수기로 꼽히는 1분기 성적표가 이 정도라면, 연말까진 2000만명을 가볍게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는다. 문체부가 구상하는 2030년 목표치는 최소 4000만명에서 많게는 6000만명에 달한다.
사람은 밀려오는데 재울 곳이 부족하다. 호텔 업계와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 기업 JLL 코리아 보고서 등에 따르면, 서울 시내 주요 호텔의 2025년 상반기 객실점유율(OCC)은 평균 85%를 넘어섰고, 명동과 홍대 등 주요 관광지는 사실상 만실에 가까운 95%대를 기록 중이다. 객실평균단가(ADR) 상승세는 더 무섭다. 4성급 이상 호텔 ADR은 2019년 대비 60% 이상 급등해 37만원을 넘겼고, 주말이나 성수기에는 100만원을 호가하는 경우도 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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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4/0000101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