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조 해외투자 국민연금…정부 “시장안정 역할 필요”
정부, 전략적 환헤지·국내주식 비중 조정도 검토 시사
(세종=뉴스1) 이강 기자 = 달러·원 환율이 1470원대를 넘어서며 급등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와 국민연금이 다음 주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비공개 대책회의를 갖는다.
정부는 국민연금의 해외투자에 따른 달러 수요가 환율을 자극하는 만큼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일정 부분 역할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수익성'을 원칙으로 한 기금 운용 방침을 내세우고 있는 국민연금의 입장은 정부와 온도차를 보이고 있어 이번 회의 결과가 주목된다.
2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보건복지부·한은·국민연금은 다음 주 중 비공개 회의를 열어 환율 안정관련 대책을 논의한다.
지난 14일 구윤철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등과 긴급 시장점검회의를 갖고 "국민연금 등 주요 수급 주체와 논의하겠다"고 밝힌 이후 처음 하는 회의다.

정부는 국민연금의 해외투자가 연간 수십조 원 규모에 달하는 만큼, 해외 주식·채권 매입을 위한 달러 수요가 구조적으로 환율을 밀어 올리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국민연금의 전체 자산 1213조 원 가운데 해외투자 비중은 58%(702조 원)에 이른다. 달러 수요가 지속해서 확대하는 구조에서 '전략적 환헤지' 조정이나 자산 배분 변화 등이 외환시장 안정 방안으로 거론되는 이유다.
국민연금의 환헤지는 '전술적 환헤지'와 '전략적 환헤지' 두 가지 방식이 있다. 전술적 환헤지는 전체 해외 자산 대비 ±5% 범위에서 기금운용본부 판단에 따라 수시로 비중을 조정하는 방식이고, 전략적 환헤지는 환율이 장기 평균에서 과도하게 이탈했을 때 기금운용위원회의 사전 승인·심사를 받아 시행한다. 전략적 환헤지 시 자산의 최대 10%까지 헤지를 집행할 수 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 한시적으로 가동했던 전략적 환헤지를 종료한 뒤 추가 헤지를 하지 않고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 2015년까지 해외 투자 자산에 100% 환헤지를 적용했지만, 2016년부터는 전면 환오픈 전략으로 전환했다.
장기적으로 헤지를 하지 않는 것이 수익성과 안정성 측면에서 훨씬 투자에 효과적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2022년 국민연금연구원 역시 이같은 분석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기재부와 한국은행도 '수익률 우선'이라는 국민연금의 원칙에는 동의하지만, 해외투자 확대가 외환시장 유동성 구조를 장기적으로 뒤틀고 있다는 문제는 해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장에서는 전략적 환헤지 발동 기준을 달러·원 1480원 선 안팎으로 본다. 올해 초 전략적 환헤지가 실행됐을 당시 환율이 1450원대에서 1350원대까지 단기간 급락했던 실례도 있다.

정부는 국민연금이 환헤지 전략을 시장 상황에 맞게 다소 유연하게 적용하거나, 헤지 기준을 모호하게 만드는 방안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축은 자산 배분 조정이다. 현재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비중은 14.9%로 규정돼 있는데, 정부와 기금운용본부는 이를 일시적으로 초과하는 전술적 투자를 허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주식 비중이 올라가면 달러 환전 속도는 느려지고, 환율 상승 압력도 완화될 것이란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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