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뷔 100일 기념 라이브 방송 때 ‘언젠간 고척돔에서 노래할 수 있을까’라고 했는데. 정말 꿈만 같아요!”
지난 22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그룹 플레이브(멤버 예준·노아·밤비·은호·하민)의 단독 공연 ‘대시: 퀀텀 리프 앙코르(DASH: Quantum Leap Encore) ’ 현장. 멤버 밤비의 말에 1만8000명 관객이 환호성을 질렀다. 하지만 박수와 환호를 받는 가수들은 사람이 아니라 무대 위 전광판에 비친 순정만화 페이지를 막 찢고 나온 듯한 다섯 명의 캐릭터였다.
플레이브는 21~22일 버추얼 아이돌 최초로 고척돔 단독 공연을 열었다. 단 이틀 공연에 약 3만7000명이 모였다. 2023년 3월 데뷔한 이들은 얼굴을 철저히 감춘 채 3D 캐릭터를 아바타로 앞세웠다. 가수들이 자신의 얼굴과 몸을 무대에서 보여주는 대신 IMU(관성 측정 장치) 센서가 달린 옷을 입고 별도 장소에서 노래하거나 춤을 추면 그 소리와 움직임이 아바타 캐릭터에 실시간 반영된다. 이날도 멤버들은 공연장 밖 비공개 공간에서 모션 캡처 슈트와 헬멧을 착용한 채 노래·안무를 수행했고, 움직임은 무대 전광판의 다섯 캐릭터로 실시간 투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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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브는 국내 버추얼 유료 공연 시장이 다른 나라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중국에선 버추얼 산업 팬덤이 3억명으로 추정되고, 일본은 전체 인구의 약 11%가 이른바 ‘오시 활동’(팬덤 활동)을 한다는 조사도 있다. 그럼에도 해외에서 버추얼 가수 대형 공연에 모인 관객 숫자는 2019년 상하이 BML 콘서트 1만명, 지난해 하쓰네 미쿠 런던 공연 8000명 정도를 넘어서지 못했다. 하지만, 플레이브는 이번 공연에서 이 수치를 가볍게 따돌렸다.최근 플레이브의 뒤를 이어 웹툰 기업들이 아이돌을 만들고 있다. 웹툰 회사 레진엔터테인먼트는 25일부터 자사 웹툰 14개 작품 속 인기 캐릭터를 아이돌 음악 그룹으로 묶은 ‘스파클즈’의 음원과 뮤직비디오를 순차 공개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웹소설, 웹툰 시장이 급성장해 캐릭터를 대상으로 한 팬 활동이 더이상 낯설지 않다는 점 등을 주요 이유로 꼽고 있다.
이날 공연 관객은 성별로는 여성(99%), 연령대로는 20대(47.1%)·30대(40.7%)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현장에서 만난 관객 윤재원(25)씨는 “평소에도 가상 캐릭터가 등장하는 게임 스트리머 방송을 즐겨본 터라 플레이브의 팬 소통 방식이 낯설지 않다”고 했다. 말레이시아 출신 팬 사라(Sarah·23)씨는 “사람이 아니란 점이 오히려 좋고, 신기했다. 오히려 외견보다 소통 자체에 더 집중할 수 있어 매력적”이라고 했다.
관련 시장 성장세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최근 시장조사 전문 기관 포천 비즈니스 인사이트는 버추얼 기기·소프트웨어·콘텐츠 등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이 올해 208억달러에서 2032년 1230억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라이브 가상 엔터테인먼트’ 수요가 핵심 산업으로 급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23/0003942685?sid=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