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SNS에서 여성들이 자신의 생리혈을 얼굴에 바르는 이른바 '월경 마스킹(menstrual masking)' 영상이 확산되며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이들은 생리혈을 피부에 바르면 '광채가 나고 동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일부는 이를 영적이거나 '여성성의 힘'과 연결 짓고, 다른 이들은 킴 카다시안으로 유명해진 '뱀파이어 얼굴'이라 불리는 혈소판 풍부 혈장(PRP)을 피부에 주입해 콜라겐 생성을 촉진하는 시술과 비교하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해 인플루언서 사라 솔(32)이 자신의 생리혈을 '동안 마스크'로 사용한다며 영상을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집트와 인도네시아를 오가며 활동하는 그는 수년간 생리혈을 미용 목적으로 사용해왔다고 주장하며, '순수하고 신선한 방법'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생리혈을 얼굴에 바른 영상뿐 아니라 토양에 붓는 영상도 공유하며 "영원한 피부 비결을 알고 싶다면 바로 다리 사이에서 나온 그 피"라고 주장해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 등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월경 마스크'는 틱톡에서 그 검색량이 약 350만 건에 달할 만큼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생리혈이 스킨케어에 좋다는 주장은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생리혈은 자궁 내막 조직, 순환 혈액, 질 분비물이 섞인 물질이다. 월경 주기 동안 내막이 재생될 때는 줄기세포가 관여한다. 이러한 생물학적 과정은 의료 연구에서 상처 치유 촉진 가능성을 보여온 바 있다. 실제 2018년 연구에서는 월경혈 혈장을 사용한 상처가 24시간 만에 완전히 회복된 반면, 일반 혈장을 사용한 상처는 40%만 회복됐다. ⟪세계 성형수술 저널(World Journal of Plastic Surgery)⟫에 실린 또 다른 연구에서는 월경혈 유래 줄기세포가 광노화나 피부 질환의 복원에 활용될 수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과학적 추출방법이 사용된 연구 결과이지, 이러한 가능성만으로 '집에서 모은 생리혈'을 얼굴에 바르는 행위가 안전하다고 볼 근거는 없다.
생리혈에 염증 유발 성분 포함, 피부에 자극...헤르페스와 같은 성병 피부 전파 위험도
피부 전문가들은 오히려 위험성을 강조한다. 영국피부과학회 소속 청소년 피부 전문의 테스 맥퍼슨 교수는 "이런 비정상적 스킨케어 트렌드는 충격 요소로 인기를 끌지만, 효과를 입증한 근거도 없고 피부 재생 메커니즘도 명확하지 않다. 의료적으로 추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생리혈에는 염증을 유발하는 상피세포가 포함돼 사이토카인과 케모카인을 생성할 수 있어 피부 자극이나 염증을 악화시킬 수 있다. 월경혈에는 조직 분해 신호를 보내는 분자들이 포함돼 있으며 이들 물질이 피부에 어떤 긍정적 효과를 내는 것이 아니라는 것.
또한 생리혈은 질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세균과 곰팡이를 포함하게 된다. 대표적으로 포도상구균이 있다. 모공이나 상처를 통해 침투하면 감염 위험이 높아진다. 월경혈에는 자궁 조직, 자궁경부 세포, 질 분비물이 섞여 있어 자연적으로 박테리아가 존재한다. 구강 위생이 좋지 않거나 성병이 있을 경우 위험은 더 높아질 수 밖에 없다. 피부 장벽이 약한 여드름이나 건조 피부를 가진 사람은, 세균이 더 깊은 층으로 침투해 감염이 악화될 가능성도 있다. 이 과정에서 헤르페스 같은 성병이 피부로 전파될 위험도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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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생리혈은 비멸균 상태로 채취되고 오염 가능성이 높아 감염 위험이 크며, 혈액 속 분자의 크기 역시 피부 장벽을 통과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특히 타인의 생리혈을 사용하는 행위는 감염 위험이 훨씬 높다.
https://n.news.naver.com/article/296/00000949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