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장관 "2급 발암물질" 민주노총 주장 반복
실제론 위험성 평가한 분류 기준 아냐
"햇빛도 1급 발암물질…낮시간 활동 금지해야 하나"

사진=쿠팡
"(새벽배송은) 국제암센터가 2급 발암물질로 규정할 정도로 해로운데, 이를 감내해야만 할 정도의 서비스인지 공론화돼야 한다."
김영훈 고용노동부장관이 지난 20일 새벽배송에 대해 언급하면서 한 말이다. 이는 앞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이 "야간노동은 2급 발암 물질"이라며 새벽 배송 전면 금지를 주장한 논리를 그대로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김 장관이 근거로 든 국제암연구소(IARC)의 자료를 실제로 들춰보면, '2급 발암물질'이라는 말에는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IARC는 발암 요인을 '등급(grade)'이 아니라 '군(group)'으로만 분류하고 있고, '새벽배송'이라는 특정 서비스도 어디에도 등장하지 않는다.
IARC는 각종 화학물질과 직업적 노출, 생활 습관 등을 검토해 '발암성 분류 체계'를 만들어 공개하고 있는데 이는 1군·2A군·2B군·3군·4군으로 나뉜다. △1군은 인체에 발암성과 관련한 충분한 근거 자료가 있는 경우로, 다이옥신과 벤조피렌, 석면, 담배, 가공육 등이 포함된다. △2A군은 인체 발암성 추정 물질이 들어가는데, 우레탄, 질소머스타드 등이고, △2B군은 인체 발암성이 있을 수 있는 것 △3군은 발암성 여부를 분류할 수 없는 것 △4군은 인체 발암 가능성이 없고, 동물실험도 부족한 경우다.
숫자에 '급'을 붙여 위계처럼 읽기 쉽지만, IARC 원문 어디에도 '1급'이나 '2급'이라는 표현은 없다. 우리나라 국가암정보센터나 다수 전문기관도 IARC 분류를 '군'으로 번역한다.
더 중요한 차이점은 IARC가 평가하는 것은 암이 실제로 발생한 가능성을 기술적으로 측정하는 '위험(risk)'이 아니라 '유해성(hazard)'이라는 점이다. '해당 물질이 원리적으로 암을 일으킬 수 있는가'만 따질 뿐, 실제 생활에서 어느 정도 노출됐을 때 어느 정도의 위험이 되는지를 평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IARC는 "유해성과 위험을 구분하는 것은 중요하다"며 IARC 분류 방식에 따르면 "암 발생 위험이 매우 낮더라도 암 유해성이 있는 요인을 밝혀낼 수 있다"는 경고까지 하고 있다. 그런데도 국내 논쟁에서는 '2A군'을 '2급 발암물질'로 번역해 정치적 구호로 재가공되고 있는 셈이다.

국제암연구소(IARC) Q&A 답변 내용 캡쳐 /사진=홈페이지
게다가 IARC가 '2A군'으로 분류한 대상조차 정확히 '새벽배송'은 아니다. IARC는 2019년과 2020년 '야간 교대 근무(Night shift work)'에 대한 평가를 진행하며 "활동 주기를 교란하는 야간 교대근무"를 2A군으로 분류했다. 여기서 말하는 교대 근무는 일반 인구가 자는 시간대에 이루어지는 근무, 일정 기간 이상 반복되는 교대 스케줄, 수면 리듬·호르몬 분비·대사 리듬이 장기간 깨지는 환경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의료기관의 간호사와 병원·요양시설 야간근무자, 항공 승무원, 장거리 운송 기사 등 폭넓은 직군이 여기에 들어간다.
문제는 이렇게 폭넓은 분류 체계를 근거로 '발암 가능성이 있으니 금지해야 한다'는 식으로 나아갈 수 있느냐는 점이다. 김성열 개혁신당 수석최고위원은 김 장관의 "2급 발암물질" 발언을 거론하며 "같은 논리라면 1급 발암물질인 햇빛을 피하기 위해 지금부터 온 국민의 낮시간 활동을 금지해야 한다"고 비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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