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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딸 태어나기 전부터 분쟁 담당해
타협 거부한 까닭은…승소 확신했기때문”

김준우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사진=법무법인 태평양>“중학생 딸이 태어나기도 전부터 론스타 분쟁을 맡아 왔습니다. 업계에서는 태평양 국제중재팀을 ‘론스타 킬러’라고 부릅니다. 그만큼 이번 국제 분쟁 취소 소송도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죠.”
사모펀드 론스타와의 13년에 걸친 국제 분쟁에서 한국 정부를 대리해 ‘완승’을 거둔 김준우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19일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론스타 사건은) 변호사 인생을 건 가장 소중한 사건”이라며 “국익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뭐든 더 하겠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딸이 2012년생인데 그해 론스타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며 “그전부터 금융위원회 등 당국과 함께 론스타의 소송 위협에 대응한 것을 합하면 자식보다 론스타 사건을 더 오래 들여다본 셈”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8일 한국 정부는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산하 취소위원회에서 론스타를 상대로 한 배상금 전액을 취소받는 ‘완승’을 거뒀다. 김 변호사는 2012년부터 줄곧 소송을 함께해온 론스타 분쟁의 산증인이다. 2022년 ICSID 중재판정부가 한국 정부에 론스타 청구액(약 6조8540억원)의 4.6%인 2억1650만달러(약 3171억원)를 배상하라고 했을 때도 그는 “끝까지 다투면 이길 수 있다”고 밀어붙였다. 일각에서 “이만하면 잘했으니 합의하고 마무리하자”는 타협론을 거부했다.
김 변호사는 “외부에서는 중재판정 취소 소송이 걱정스러웠겠지만 내부에서 법리를 살펴본 입장에서는 자신감이 컸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번 취소 소송 승소의 가장 큰 사유는 기존 중재판정부의 결정이 절차 규칙을 위반했다는 점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2022년 중재판정부는 하나금융과 론스타 사이의 국제상업회의소(ICC) 중재판정문을 증거로 채택했다. 이 판정문에는 ‘론스타가 2012년 외환은행을 하나금융에 매각할 당시 한국 정부가 압력을 행사해 매각가를 낮췄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한국 정부는 외압을 행사한 적이 없고 관련 증거가 없다는 입장이었지만, 정작 ICC 중재 당시 한국 정부는 의견을 내지도 못했다. 론스타 측의 일방적 주장을 중재판정부가 수용해 일부 배상을 판결한 것이다. 이번 취소 소송에서 한국 정부 측은 이 부분을 파고들어 취소위원회를 설득했다.
김 변호사는 “론스타는 금융당국이 외압을 행사했거나 하나금융이 자신들에게 거짓말을 했거나 둘 중 하나라고 주장했지만 정작 증거는 제시하지 못했다”며 “중재판정부에서 론스타 측 증거를 무비판적으로 인용하지 않았다면 한국 정부가 진작 승소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론스타 사건 승소를 두고 “외국 투자자라고 해서 정부의 정당한 규제를 빠져나가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외국인 투자자는 투자국에서 내국인과 동등한 지위를 보장받는데, 정작 정부의 적법한 규제에는 국제투자분쟁(ISDS)을 들먹이며 자칫 ‘역차별’의 수혜를 볼 수 있다는 뜻이다. 김 변호사는 “투자자에게 불이익은 주지 말아야 하지만, 정부가 정당한 법 집행을 할 때 먼저 위축돼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13년간 론스타 소송에 매달린 김 변호사와 달리 정부 당국에서는 소송 실무자가 수차례 바뀌었다. 소송에 참여한 정부 부처 실무자가 간부로 승진한 뒤에 다시 사건을 맡는 경우도 허다했다. 김 변호사는 “여태까지 소송에서 함께 고생했던 사람들과 다 함께 파티를 열자는 얘기도 했는데, 그러려면 200명은 모여야 할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