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19일) 광주고등법원 제주 제1민사부가 세월호 참사 제주 지역 생존자 6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항소심을 선고했습니다. 항소심에서 생존자들은 1심과는 달리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습니다. “이미 배·보상금을 받았으니 더는 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며 원고 청구를 각하했던 1심 판단과는 달리 2심은 사고 직후엔 예견할 수 없었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새로운 ‘후발 손해’로 인정해 국가가 추가로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항소심에서는 어떤 부분에서 판결이 달라졌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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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심 “당시 예견할 수 없던 후발 손해”…국가 책임 인정
1심 선고가 내려진 지 1년 4개월 만인 오늘(19일) 세월호 생존자와 담당 변호사는 항소심 법정을 직접 찾아 선고를 지켜봤습니다. 재판장인 송오섭 부장판사는 판결문을 천천히 읽어 내려갔습니다.
송 부장판사는 생존자 6명의 항소를 일부 받아들여 국가가 추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생존 피해자들은 사고 직후 극단적 상황에서 자신들의 손해 범위를 인식하거나 예견하기 어려웠으며, 배상 동의 당시 예상할 수 없던 후발 손해가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당시 배상금 동의는 ‘당시 예측 가능한 손해’에 국한된 것이라며,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장기화 등 새로 드러난 후발 손해까지 그 효력이 미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세월호 생존자들이 겪고 있는 장기적 정신적 고통을 처음으로 법원이 ‘새로운 손해’로 인정한 결정입니다.
국가는 생존자들의 청구가 소멸시효가 지나 이미 불가능하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후발 손해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권은 그 손해가 현실적으로 드러난 시점에 성립한다”고 보아, 소멸시효는 훨씬 나중에 시작된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2021년 제기된 이번 소송은 시효가 지나지 않았다는 결론입니다.
재판부는 생존자 6명에게 장기화된 PTSD로 인한 노동능력 상실, 치료 필요성 등을 고려해 최대 8천여만 원이 넘는 금액을 지급하라고 명령했습니다.
국가는 책임 제한을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공무원의 과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공동 불법행위로 평가해야 한다” 며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 “여러분은 아무 잘못이 없습니다”…법정 울린 판결
판결 선고 마지막, 재판부는 생존자들에게 전하고픈 말이 있다며 운을 뗐습니다.
| "여러분은 아무런 잘못이 없습니다. 그날 여러분이 세월호에 탑승하게 된 것도, 세월호에서 쓰러져 간 많은 사람을 뒤로한 채 여러분이 그곳에서 살아남은 것도 여러분의 잘못이 아닙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11년여가 지나는 동안 여러분이 아직 그로 인한 후유장애로 큰 고통을 겪고 있고, 그로 인해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족, 우리의 일상이 회복되지 않았다는 것도 여러분의 잘못이 아님을 우리 재판부는 분명히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여러분은 아무런 잘못이 없습니다. 끝으로 부디 오늘의 판결이 생존 피해자 여러분이 겪어왔고 지금도 겪고 있는 큰 고통의 무게를 조금이나마 덜게 되고, 우리 공동체의 다른 구성원이 누리는 일상의 삶을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작은 계기가 될 수 있기를 여러분과 같은 공동체에서 함께 삶을 영위하는 사람으로서 우리 재판부 부원 모두는 간절히 소망합니다." -송오섭 판사가 제주 지역 세월호 생존자들에게 전한 당부 |
세월호 생존자는 법정을 나서며 “우리의 잘못이 아니라고, 드디어 누군가 말해준 것 같다”고 눈물을 닦았습니다.
이번 항소심 판결은 세월호 배·보상 제도의 한계를 지적해 온 생존자들의 주장, “6개월 기한”이라는 비현실적 절차의 부당성을 사법부가 처음으로 공식 인정한 판결로 평가됩니다.
11년이 지난 지금도 배에 오르면 그날이 떠오르는 생존자들. “여러분은 아무 잘못이 없습니다”라는 재판부의 한마디, 뒤늦게나마 이들에게 건네진 첫 공식적 위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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