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석곤 전 소방청장이 비상계엄 당일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으로부터 ‘단전·단수라’는 말과 함께 ‘언론사 5곳에 경찰이 진입해 요청하면 협력해 조치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그는 이런 지시를 듣고 “과거 성(城)을 공격할 때 성 안에 물과 쌀을 끊는 것을 떠올렸다”고도 했다.
허 전 청장은 서울중앙지법 형사32부(재판장 류경진) 심리로 열린 이 전 장관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렇게 증언했다. 허 전 청장은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이후 소방청 상황판단회의를 주재하던 중 밤 11시37분쯤 이 전 장관에게 전화를 받았다.
허 전 청장에 따르면 이 전 장관은 처음에 ‘특별한 상황이 있는지’ ‘단전·단수 요청이 있었는지’ 등을 물었다. 허 전 청장이 “없다”고 답하자 그때부터 이 전 장관 말이 빨라지면서 한겨레, 경향, MBC, JTBC, 김어준의 뉴스공장 등을 언급하며 ‘24시(자정)에 경찰이 그곳에 투입되니 연락이 가면 서로 협력해서 어떤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특검이 “어떤 조치를 취하라는 게 무슨 의미냐”고 묻자 허 전 청장은 “경찰이 24시 언론사에 진입할 건데, 안에 있는 분들이 자기 집 안방 문을 열어주지 않을 거고 충돌이 생길 텐데 그 과정에서 (경찰에서)어떤 요청이 올 거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어 “언론사를 완전 장악하기 위해, 옛날에 성을 공격할 때 성 안에 물을 끊고 쌀을 끊지 않나”라며 “그래서 우리(소방청)한테 단전·단수를 요청할 수 있겠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경찰이 문을 열어달라고 할 수 있고 사다리차를 요청할 수도 있지만, 이 전 장관이 앞서 단전·단수를 언급한 만큼, 단전·단수 요청이 있을 수 있다고 이해했다는 것이다.
허 전 청장은 “단전·단수는 소방에서 사용하는 용어도 아니고, 30년 넘게 소방청장까지 했지만 단전·단수는 해본 적 없다”면서 “단전·단수를 하게 되면 엘리베이터도 멈추고 물도 차단돼 건물이 위험해진다”고 했다. 이어 “제 생각을 확인받기 위해 (이영팔) 소방청 차장 쪽을 보며 ‘단전·단수가 우리 의무입니까?‘라고 물었더니 아니라고 하더라”라며 “다른 간부들도 다 끼어들어 (의무가)아니라고 하고, 누군가는 ‘신중하게 판단하시라’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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