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김도훈 문화평론가가 요즘 대중문화의 '하입(Hype·과도한 열광이나 관심)' 현상을 예리한 시선으로 분석합니다.(전략)
이 글은 뉴진스에 대한 글이지만 뉴진스 이야기는 별로 없다. 그 이름을 넣어 글을 쓰는 순간 어떤 반응이 나올지 예측가능한 탓이다. 아이돌에 관심 없는 독자가 알아야 할 정보는 하나다. 한국을 뒤흔든 전속계약 소송을 벌이던 뉴진스 멤버들이 다시 소속사 하이브 산하 레이블 어도어로 복귀한다는 것이다. 축하만 남았다고 생각했다. 다른 매체 칼럼들을 좀 찾아봤다. ‘의구심’ ‘진의’ ‘온도차’ ‘진정성’ 등의 단어만 넘실거린다. 누구의 의구심? 누구가 진의를 의심하나? 온도차는 모르겠고 글의 온도가 미지근하다는 건 알겠다. 진정성이라는 단어는 참 재미있다. 오랜만에 소고기 사주는 친구 진정성도 모르는 우리가 언제부터 연예계 진정성까지 궁금해했나. 나는 내 진정성도 잘 모르는 처지라 알 길이 없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사운드트랙(OST)과 블랙핑크 멤버 로제가 그래미 후보에 올랐다. 기적적이다. 다만 이건 천장을 친 걸지도 모른다. K팝 전성시대인 것 같다만 지난해부터 산업 내부 사람들은 근심을 시작했다. ‘성장이 멈춘 K팝’ ‘걸그룹 산업 위축’ 같은 문장들이 지난 몇 달간 기사 제목으로 등장했다. 이런 시기에 중요한 건 드물게 노래로 세대를 결합하고 해외 시장서 드문 폭발력을 증명한 슈퍼 그룹의 귀환이다. 슬프지만 ‘K무비’는 이미 내리막길이다. 크고 치명적인 이유 중 하나는 다음 세대를 발굴하고 키우지 못해서다. ‘소녀들을 응원하자’ 이런 감상적인 소리 쓸 생각도 없다. 지금은 모든 가능성을 살려야 한다. 누가 그랬듯이, 이제 삐지지 말자. 삐질 시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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