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필수' 된 플랫폼… 기술 격차가 생활 격차로
"접근성 낮아 자존감마저 떨어져"…문화생활까지 '차단'

카카오T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 택시 호출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최아무개씨(70대)는 최근 심야 시간에 택시를 이용하려다 '도로 위 미아'가 될 뻔했다. 최씨는 전날 가족의 도움을 받아 스마트폰에 택시 호출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하고, 택시 예약까지 마쳤다. 그러나 정작 현장에서 택시 위치를 확인하려 하니 눈에 들어오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휴대폰 화면에는 지도 위에 택시 위치·기사 연락처가 표시됐지만, 스마트폰 사용에 익숙지 않은 최씨는 앱 내 기능을 활용하지 못했다.
최씨는 "눈이 어두워 작은 글씨는 안 보이고, 지도도 사용법을 몰라 택시를 부르고도 결국 탑승하지 못 했다"면서 "길에 다니는 택시 중 '빈 차'를 찾아볼 수 없어 결국 가족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고, 한 시간이 지난 뒤에야 겨우 탑승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가족이 있다면 도움을 받겠지만, 독거노인이었다면 한밤중 길을 헤매며 밤을 지새워야 했을 것"이라며 불편을 호소했다.
플랫폼 난민으로 내몰리는 고령층
택시·배달 등 일상 서비스가 플랫폼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고령층 등 디지털 플랫폼에 익숙하지 않은 취약계층이 이른바 '플랫폼 난민'으로 내몰리고 있다. 기초적인 생활 서비스조차 모바일 플랫폼으로 전면 대체돼 접근성이 떨어지면서다. 플랫폼 사용 역량의 격차가 곧 생활 격차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플랫폼 활용 역량에 따라 문화생활 양극화까지 발생하면서, 플랫폼 소외 계층을 위한 공공 안전망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지난해 실시한 한국미디어패널조사에 따르면, 70세 이상 고령층 중 타인의 도움을 받지 않고 모바일 뱅킹 등 금융거래를 이용할 수 있다고 답한 비율은 10%에 불과했다. 온라인 쇼핑이나 공연 등 예약·예매 플랫폼을 자력으로 이용할 수 있다고 답한 고령층은 6.4%로, 전체 국민(62.1%)과 비교하면 약 10분의 1 수준에 그쳤다.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연령에 따라 벌어진 정보 격차는 고질적인 문제가 됐다. 특히 모바일 앱 기반 플랫폼의 경우 대체 수단조차 없다는 점에서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과거 골칫거리로 지목됐던 현금자동입출금기(ATM)나 무인정보단말기(키오스크)는 직원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지만, 택시 호출·배달 주문·음식점 대기·병원 예약 등은 앱을 사용하지 못하면 접근 자체가 불가능하다. 가족이나 지인의 도움 없이는 사실상 이용이 불가능한 구조다.
박승희 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 명예교수는 "고령층이 많은 시설을 방문하면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가 '오늘도 택시를 못 탔다'는 하소연"이라며 "모바일 앱은 키오스크보다도 복잡하고, 기능이나 구성이 완전히 뒤바뀌는 업데이트도 잦아 교육을 받아도 시간이 지나면 무용지물"이라고 지적했다.
문화생활도 정보격차… 노년층 소외 심화
문화생활의 '플랫폼 장벽'은 한층 더 높다. 트로트 공연이나 스포츠 경기가 모두 온라인 예매 중심으로 전환되면서, 사실상 고령층은 관람 기회 자체가 사라지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을 통해 야구 경기를 예매한 60대 이상의 비율은 1.4%에 불과하다. 일부 구단의 경우 디지털 취약계층을 위해 현장 판매 좌석을 별도 배정하고 있지만, 이 또한 비인기 좌석에 한정돼 있어 접근성 향상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용호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플랫폼 서비스는 이제 기본 접근권의 문제인데, 고령층에게는 그 접근성이 여전히 보장되지 못해 현장 예매를 하는 등 시간과 노력을 추가로 투입해야만 서비스를 누릴 수 있게 된다"며 "작은 정보 격차가 삶의 질을 떨어트리고, 고립감을 심화시키는 등 부정적인 영향이 커지고 있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공공시설을 중심으로 디지털 접근성 교육과 상시 지원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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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586/0000115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