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묘는 조선의 왕과 왕비의 신주를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곳이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종묘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를 인정, 지난 1995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했다. 국내에서는 처음이다.
갈등은 지난 30일 서울시가 '세운재정비촉진지구 및 4구역 재정비촉진계획 결정'을 고시하면서 시작됐다. 서울시의회가 지난 2023년 10월 '서울특별시 문화재 보호 조례' 제19조 제5항을 삭제하면서 '문화재 보존지역(100m) 밖 건설공사에 대한 재검토 조항'이 사라진 것. 이에 종묘와 약 180m 떨어진 세운4구역에도 종로변 98.7m, 청계천변 141.9m 높이의 고층빌딩이 들어설 수 있게 되자 문화체육관광부와 국가유산청 등이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문화유산 등재 후에도 유네스코가 엄격한 기준을 적용, 세계유산특별법이 정한 '보편적 가치(OUV)'를 훼손할 경우 등재 취소 절차를 밟을 수 있어서다.
실제로 2009년 독일 드레스덴 엘베계곡 유산, 2021년 영국 리버풀 해양산업도시 유산이 등재 목록에서 삭제되기도 했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관련법을 개정해서라도 종묘 일대 고층 빌딩이 들어서는 것을 막겠다"고 밝혔다. 김민석 국무총리도 "종묘 근처에 고층 건물이 들어서면 종묘에서 보는 눈을 가리고, 숨을 막히게 하고, 기를 누르게 하는 게 아닐까"라고 우려를 표했다.

세운상가에서 바라본 종묘
서울시는 유네스코가 요청한 종묘 일대 세계유산영향평가(HIA)도 받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세계유산영향평가는 세계유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건축물이나 시설물 등의 설치 사업 등에 대해 조사·예측·평가하고, 세계유산의 보편적 가치를 해치지 않도록 방안을 마련하는 공식 절차다. 서울시는 세계유산영향평가를 받으면 2년 이상 시간이 걸리는 만큼 사실상 재개발을 추진할 수 없다고 보고, 대신 보존상태보고서를 다음 달까지 제출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보존상태보고서의 경우 국가유산청의 별도 심의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
세운4구역 토지주들도 더는 기다릴 수 없다며 거리로 나왔다. 토지주들은 입장문을 통해 "세운4구역에 20년간 지속된 불법·과도 규제에 더는 버티기 어렵다"며 "월세 수입도 없고, 매년 200억 금융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부채만 7,250억에 달해 재개발이 좌초되면 주민들은 생계를 잃는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재개발을 불가능하게 한다면 부당한 행정 행위에 대해 책임을 물어 민형사상의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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