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일 오후 2시 서울 강남구 논현동 한 무허가 펫숍(동물판매업체)에는 개가 한 마리도 없었다. 현장 단속을 나온 구청 직원들에게 펫숍 주인 A씨는 “오늘 개가 없다”고 말했다. 잠시 뒤 개를 사러 왔다는 한 손님이 “전화하고 오라고 하더니 왜 전화를 안 받냐”고 따지자 A씨는 당황했다. 그는 손님에게 “근처 펫숍에 가면 싸게 해달라고 말해뒀다”며 달랬다.
구청 직원과 동물보호단체들은 A씨를 추궁해 그가 말한 ‘근처 펫숍’을 찾아갔다. 그곳에는 A씨가 단속을 피해 맡긴 것으로 추정되는 개 세 마리가 있었다. 동행한 동물단체가 개들을 구조했다.
강남구청은 이날 A씨의 펫숍을 폐쇄 조치했다. A씨는 이미 세 차례 고발을 당했고 여러 차례 구청 단속을 받았는데도 영업을 이어가는 중이었다. A씨는 지난 9일까지도 SNS에 “‘분양·교배·컨설팅 문의’는 메시지로 문의를 달라”, “24시간 운영한다”는 등의 내용을 담은 게시물을 올렸다. 동물보호단체 코리안독스에 접수된 제보를 보면 A씨 펫숍에는 지난 9일까지 개 네 마리가 있었는데 지난 10일에는 두 마리로 줄었다. 나머지 두 마리는 불법 판매된 것으로 보인다.


A씨의 불법 판매는 강남구청과 동물보호단체 코리안독스 등이 지난달 23일 그의 펫숍에서 개 36마리를 구조하면서 드러났다. 코리안독스는 지난달 29일 A씨를 강남서에 고발했다. 고발장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7월부터 1년 간 구청 허가를 받지 않고 무허가로 펫숍을 운영해 이미 제재를 받았다. A씨는 다른 사람 이름으로 같은 위치에서 다시 영업허가 신청을 냈으나 강남구청은 지난 9월 이를 받아주지 않았다. 그런데도 A씨는 이날까지 영업을 계속하고 있었다.
경찰 수사도 시작됐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A씨를 동물보호법·수의사법·약사법 위반 등 혐의로 입건했다. 오는 13일에는 고발인 조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경찰은 A씨가 불법으로 동물을 판매한 것은 물론, 동물생산업도 무허가로 해온 것으로 의심한다. A씨의 사무실에서는 개 교배를 진행하다가 문제가 생겨 받은 내용증명 서류가 있었고, 영업장 한 편에는 교배를 위한 공간이 따로 마련돼 있었다고 한다. A씨는 지난 10일 B펫숍에 개를 맡기면서 1마리는 교배를 시켜달라고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법적으로 수의사가 아니면 쓸 수 없는 전문 의약품도 현장에서 발견됐다. 코리안독스는 “면허 없이 진료를 한 것 등은 수의사법, 약사법을 위반한 것”이라며 “비전문가에 의한 약물 오·남용은 동물에게 심각한 고통을 줄 수 있다. 동물보호법의 ‘약물 등 화학적 방법을 사용하여 상해를 입히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A씨는 자신의 펫숍이 폐쇄되는 현장에서 “가게를 내놨고, 건물주에게도 이야기했다”며 “다른 펫숍에 가서 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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