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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평등을 지지하지 않는 건 민주주의를 반대하는 것과 같다.”
지난달 31일 한겨레와 만난 리나 갈베스(56) 유럽의회 여성의권리 및 성평등위원회(FEMM·성평등위) 위원장은 평등권을 보장하는 ‘민주주의’로 나아가기 위해선 성차별 철폐가 기본이 돼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갈베스 위원장은 “페미니즘과 여성이 겪는 현실을 부정하는 세력은 유럽뿐 아니라 어디에나 존재한다”며 “여성이 배제된 평등은 진정한 평등이라고 말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유럽의회 성평등위원 8명은 지난달 29일부터 사흘 동안 한국을 방문했다. 1970년대 성평등위가 창설된 이후 위원들이 단체로 한국을 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갈베스 위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한국의 젊은 여성들이 주축이 돼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방한 계기를 밝혔다. 그는 “새로 취임한 (이재명) 대통령이 성평등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성평등 사절단’으로서 한국을 방문할 적기라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을 만난 그는 “성평등,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 돌봄노동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협력의 길이 열려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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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회는 성범죄 피해자 보호를 위한 법안과 지침을 앞장서 만들고 있다. 지난해 2월부터는 해외 플랫폼들이 디지털성범죄물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을 경우 매출의 최대 6%만큼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디지털서비스법’(DSA)이 유럽연합(EU) 회원국에 전면 시행됐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지난달 말 메타·틱톡이 아동 성착취물 등 불법 콘텐츠 신고 절차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점과 데이터 접근을 복잡하게 해 폭력 콘텐츠가 아동에게 미치는 영향 등을 연구할 수 없게 한 것은 법 위반이라고 봤다. 플랫폼들이 시정조치를 충분히 하지 않으면 과징금 부과로 이어지게 된다. 갈베스 위원장은 “플랫폼 업체들의 책임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성범죄물이 올라오기 전부터 플랫폼이 제거할 책임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내년 6월부터 유럽의회 성평등위가 발의한 ‘임금 투명성 지침’이 전면 시행되는 것도 눈여겨볼 내용이다. 이 지침은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바탕을 두고 있다. 상시 노동자 100인 이상인 기업이 임금 격차 보고서를 작성하고, 성별 임금 격차가 5% 이상인 기업은 개선에 나서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처벌도 가능하다. 갈베스 위원장은 “한국의 성별 임금 격차가 여전히 30%에 이른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부터 적용돼야 한다”며 “여성 비정규직 문제와 여성이 돌봄을 전담하는 문제도 해결돼야 한다. 특히 공공 돌봄서비스 개선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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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회는 10년 전부터 성매매를 알선하는 포주와 성매수자만을 처벌하는 ‘노르딕 모델’에 대한 지지 결의안을 채택했고, 2023년 9월에도 ‘성매매 여성 비범죄화’ 내용을 담은 성매매 규제 보고서를 채택하기도 했다. 갈베스 위원장은 “스웨덴, 프랑스, 네덜란드 등 노르딕 모델을 도입한 국가에서 성매매가 감소하는 추세다. 오히려 성매매 여성을 처벌하거나 성매매가 합법인 국가에서 성착취가 크게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성노동’이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 성매매는 노동이 아닌 착취”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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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럽에서도 극우 세력이 부상하며 유럽의회 역시 진통을 겪고 있다. 지난해 5월 젠더폭력을 예방하고 피해자 보호를 목표로 하는 ‘여성폭력방지지침’이 성평등위의 발의를 거쳐 유럽의회를 통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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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베스 위원장은 “페미니즘과 여성이 겪는 현실을 부정하는 세력은 유럽뿐 아니라 어디에나 존재한다. 여성이 배제된 평등은 진정한 평등이라고 말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