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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애니메이션 휩쓸고 난 뒤
폐허 된 박스오피스

사진=뉴스111월은 일 년 중 극장가의 발길이 가장 뜸한 시기 중 하나다. 극장가 침체기는 계속되는 가운데 평일 기준 전국 박스오피스 상위 10위권 영화의 관객 수를 모두 합쳐도 10만 명이 채 되지 않는 수준이다. 추석 시즌 이후 대작 개봉이 줄고, 일본 애니메이션 흥행작들이 박스오피스를 휩쓸고 간 후 관객의 발길이 끊긴 상태다. 업계에서는 "예견된 일"이라면서도,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한숨을 내쉬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올가을 극장가를 가장 강하게 휩쓴 것은 국내 영화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도 아닌 일본 애니메이션이었다.
지난 9월 개봉한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은 개봉 한 달 동안 매출액 205억 원, 관객 수 187만 명을 기록하며 전체 흥행 1위에 올랐다. 9월까지 누적 매출액 545억 원, 관객 503만 명을 돌파하며 국내 개봉 일본 영화 중 역대 최고 매출을 기록했다. 이후 10월 13일 기준 매출액은 584억 원으로, 2023년 개봉작 '스즈메의 문단속'(578억 원, 특별판 포함)의 기록을 넘어섰다.
'귀멸의 칼날'은 기존 일본 애니메이션 흥행작과 마찬가지로, 개봉 주차 별로 증정 굿즈(포토카드·아코디언 엽서·클리어 카드·포스터·오리지널 티켓 등)를 제공하며 'N차 관람'을 유도했다. 2298개 스크린의 대규모 개봉 전략도 성공했다. TV 애니메이션 팬덤 층뿐 아니라 일반 관객층까지 포섭하면서 9월 극장가를 장악했다.
이어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 '극장판 진격의 거인 완결편 더 라스트 어택' 등 일본 애니메이션이 연달아 개봉해 시장을 주도했다. 이들 작품은 모두 인기 TV 애니메이션 시리즈의 극장판으로, OTT를 통해 미리 구축된 팬덤이 흥행을 견인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이들의 흥행이 잦아들자 극장가는 곧바로 공백기를 맞았다.

사진=뉴스1
특히 지난 6일 기준 박스오피스 성적표는 처참하다.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댄 트라첸버그 감독의 '프레데터: 죽음의 땅'이 2만4592명으로 1위를 차지했고, 강하늘 주연의 '퍼스트 라이드'가 1만7487명으로 뒤를 이었다. 그러나 두 작품 모두 흥행세는 미미하다.
3위는 여전히 일본 애니메이션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1만4757명)이 차지했으며, 그 뒤를 일본 영화 '8번 출구'(5908명), '지구를 지켜라!' 할리우드 리메이크 '부고니아'(5896명), 김병철 주연의 '구원자'(3754명), 중국 영화 '난징사진관'(3023명), 베트남 영화 '엄마를 버리러 갑니다'(2282명), 독립영화 '세계의 주인'(2215명) 이었다.
이처럼 박스오피스 10위권 전체 관객을 합쳐도 8만여 명 수준에 불과하다. 지난해 같은 시기엔 일평균 10만 명을 넘겼던 것과 비교하면 급격한 감소세다.
한 영화관 관계자는 "나들이 철인 가을에는 야외 활동이 많고, 영화관을 찾는 관객이 줄어드는 것은 매년 비슷하지만, 올해는 특히 신작 부재가 문제"라며 "화제성 있는 작품이 없어 안타깝다"고 했다. 올해 4분기 개봉작 라인업이 유난히 약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 빈자리는 가수들의 공연 실황 영화가 채운다. '지드래곤 인 시네마: 위버맨쉬'가 지난달 29일 개봉했고, BTS 멤버 제이홉의 솔로 투어 실황 '제이홉 투어: 홉 온 더 스테이지 더 무비'가 오는 12일 개봉 예정이다. 이어 그룹 몬스타엑스의 '몬스타엑스: 커넥트 엑스 인 시네마'도 12월 3일 관객과 만난다. 실황 영화는 팬덤층을 중심으로 고정적인 관객 수를 확보하며, 비수기 극장가의 숨통을 트이게 하고 있다.
11월의 침묵이 끝나면, 연말 극장가엔 대작들이 대거 몰려온다. 올해 연말은 '속편 전쟁'이다.
12일에는 마술사들이 펼치는 범죄 스릴러 시리즈 '나우 유 씨 미3'이 개봉한다. 이어 19일에는 뮤지컬 블록버스터 영화 '위키드: 포 굿'이 전 세계 최초로 상영된다. 국내 전 연령층의 사랑을 받았던 디즈니 애니메이션 '주토피아' 속편은 9년 만에 돌아오며, 같은 달 26일 개봉 예정이다. 12월에는 할리우드의 대표 블록버스터 '아바타' 시리즈의 새로운 이야기 '아바타: 불과 재'가 관객을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