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 구했다’ 프레임으로 대표 재선 노려”
민주당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이날 재판중지법에 대해 “당에서 이걸 갖고 불필요하게 논의되는 것 자체를 대통령실 입장에서는 탐탁지 않았을 것”이라며 “원내에서도 당에서 언제 통과시키겠다 이런 것들이 논의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대통령실과 집권 여당이 한목소리로 APEC 성과를 띄워야 하는 시기에 정 대표 측이 대통령실은 물론 원내지도부와 합의 없이 현실화 가능성이 낮은 이 대통령 재판 재개 이슈를 띄워 논란을 키웠다는 취지다.
민주당 내에서는 정 대표가 사법 개혁의 전선을 넓히는 타이밍이 공교롭게 유엔총회와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 APEC 등 이 대통령의 정상외교 일정과 겹친 것을 두고 “타이밍이 더 나쁘다”는 지적이 나왔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정 대표가 대통령실과 소통이 매끄럽지 않고 의욕이 앞섰다”고 했다. 한 재선 의원은 “APEC 종료 직후이자 시정연설 직전에 당에서 갑자기 자기 목소리를 내버리면 대통령 입장에서 많이 당황스러울 것 같다”며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코스피 5,000과 정년연장 등 민생 현안이 산적한데 (당에선) 사법 관련 얘기만 나오지 않느냐”고 말했다.
정 대표가 내년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재선을 노리고 강성 당원을 겨냥한 행보에 나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정 대표가 재판 재개를 불안해하는 당원들에게 ‘우리가 대통령을 구했다’는 프레임을 짜면 내년 당 대표 재선에 도움된다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그러다 보니 정 대표가 자꾸 대통령실과 합의 안 된 것까지 합의됐다고 말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종종 본인의 캐릭터 때문에 엇나가는 측면이 있다”고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당 일각에선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직접 나서 공개적으로 여당을 향한 메시지를 낸 것에 대한 불만도 제기됐다. 또 다른 재선 의원은 “대변인이 아닌 비서실장이 직접 나서니 당을 진압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어 아쉬웠다”고 털어놨다.
● 정청래 측 “역할 분담 차원”
정 대표는 최근 공개발언에서 한미 관세협상 합의 등에 대해 이 대통령을 극찬하는 동시에 부동산 등 민감한 현안에는 함구령을 내리며 철저하게 몸을 낮추고 있다. 정 대표는 4일 이 대통령의 시정연설 직후 소셜미디어에 “APEC도 A급이고 시정연설도 A급”이라며 “내년도 728조 예산안을 기한(다음 달 2일) 안에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웃으며 악수하는 사진을 올리며 “오늘의 포토제닉”이라고 적었다.
정 대표 측은 대통령실과의 관계에 대해 “대표가 악역을 도맡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 대통령이 대외적으로 ‘강한 개혁’을 말하기 부담스러운 만큼 당 대표가 이를 대신 맡는 ‘역할 분담’ 차원이지 의견이 엇갈리는 갈등 국면이 아니라는 것이다. 정 대표 측 관계자는 “정 대표에게 ‘왜 이렇게 악역만 맡느냐’고 조언한 적도 있다”며 “개혁 속도를 행정부보다 반 발짝 앞서 가는 게 당의 역할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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