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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 사 먹고 근무"… APEC 파견 경찰들의 하소연

무명의 더쿠 | 10-31 | 조회 수 74357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2/0004079330?sid=001

 

“많은 행사 파견을 다녀봤지만 여기가 최악이다.”
 
올해 한국의 가장 큰 국제행사인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진행 중인 가운데 현장에 동원된 경찰 사이에서 열악한 환경에 대한 불만들이 나오고 있다. 정상회의장 인근에 숙소가 없어 경주에서 수십㎞ 떨어진 포항, 울산에 있는 여관방을 잡고 있고 차가운 도시락과 유통기한이 임박한 샌드위치 등이 급식으로 나오면서 현장에선 “지금까지 무엇을 준비한 것이냐”는 목소리가 컸다.
 

경주 한 호텔 인근에서 경찰들이 근무를 서고 있다. 뉴스1

경주에 파견 중인 한 A 경위는 31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현장 근무 인력을 위한 시설준비는 거의 없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경비를 위해 24시간 내내 근무와 대기를 반복하는데 600명 규모 경찰이 근무하는 공간에서 휴게공간은 80석에 불과했다”며 “근무 후 버스에서 대기하는데 허리가 끊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경주 회의장 인근에 각국 관계자들의 숙소가 마련되면서 경찰 숙소 상당수는 경주 외곽이나 울산, 포항에 배치됐다. A 경위는 “28일 내려온 직원들은 숙소비 입금이 안 돼 인근 숙소를 돌다가 겨우 한곳을 마련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근무지를 오가는 데만 1시간이 걸리고 다음날 바로 출근을 하려면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숨 쉬었다. 경찰은 2명이 한방을 쓰고 있는데 경주 외곽에 있는 여관방들은 다소 낙후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현직 커뮤니티에도 경주로 파견 간 동료들의 열악한 상황을 전하는 글들이 잇따랐다. 한 경찰은 “식사는 세끼 모두 도시락인데 배송이 늦고 근무에 투입되면서 다 식은 도시락을 먹어야 한다”며 “식당을 배정받아 식사하는 직원들도 있는데 기본 대기시간이 2시간이라 점심시간을 놓친 직원들은 다시 근무교대를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다른 경찰도 “경북청에서 마련한 급식소가 근무지와 1.3㎞ 떨어져있어 식사한번 하러 왔다 갔다 하는데 40분이 소요된다”며 “교대시간에 쫓긴 직원들은 개인 돈으로 햄버거 등을 사먹고 근무에 투입되고 있다”고 했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에는 이 같은 경찰청의 미흡한 준비를 비판하는 입장을 밝혔다. 직협 관계자는 “경주 에이펙 정상회의는 국가의 위상을 세계에 보여주는 자리였으나 그 화려한 무대 뒤에서 경찰관들은 사람 대접 조차 받지 못했다”며 “수년 전부터 일정이 확정된 행사였고 별도 기획단까지 꾸려 수백억 원의 예산이 투입됐는데 그 긴 시간 동안 도대체 무엇을 준비했는가”라고 꼬집었다.
 
경찰청은 서울과 경주의 인프라 차이가 있어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는 입장이다. 에이펙 기간 경주에만 2만6000여명의 경찰력이 동원되는데 행사가 열리는 보문단지 중심에는 회의 관계자들 숙소가 마련됐고 경비 인력을 수용할만한 나머지 숙소 마련이 마땅치 않았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숙소를 행사장과 최대한 가까운 곳으로 잡으려고 노력했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며 “울산, 포항까지 뻗어나갔는데 숙영지가 낙후된 곳밖에 없어 애로사항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정상들의 입국 일정이 자주 변경되기 때문에 경호경비 경력을 당겨서 데려와야 하는데 서울과 경북청의 경력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근무에 어려움이 있다”며 “급식의 경우 경북청과 개선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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