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9/0005582815?sid=001
고등학생 밤10시서 자정까지 연장
학원가 “타시도보다 짧아 학습권 침해”
교육계는 “청소년 수면권·휴식권 침해”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학원가에 학원안내판이 붙어있다. 김호영 기자서울시의회가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학원의 교습 가능 종료 시간을 현행 밤 10시에서 12시로 연장하는 조례 개정을 추진하자 교육계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31일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서울시교육청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안’이 지난 28일 입법 예고됐다. 대표 발의한 정지웅 서울시의회 의원은 제안 이유에 대해 “서울 고등학생의 학습권 보장과 다른 시도 교육청 간 교육 형평성을 높이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단, 이번 조례 개정안에서 초·중학생의 교습시간은 지금처럼 오전 5시부터 밤 10시까지로 유지된다. 학원 심야교습 시간 제한은 2008년 서울시교육청이 공교육 보호와 학생 건강권 보장, 사교육비 절감을 목적으로 처음 도입했다.
재단법인 교육의봄에 따르면 현재 17개 시도 중·고교생 학원의 교습 시간을 자정까지 허용하는 지역은 대전·울산·강원·충북·충남·경북·경남·제주 총 8곳이다. 전남은 밤 11시 50분, 부산·인천·전북은 밤 11시까지 학원 수업이 가능하다. 서울처럼 밤 10시 이전에 학원 수업 종료를 규제하는 지역은 대구·광주·세종·경기 4곳이다.
서울시의회가 다른 시도와의 형평성을 이유로 학원 교습 시간 연장에 나선 것은 2008년과 2016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직전 두 번의 시도는 교육계 반발로 모두 무산된 바 있다.
시민단체와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학원 시간 연장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해당 개정 조례안이 입법 예고된 서울시의회 홈페이지에는 이날 오후 1시까지 300건 넘는 개정 중단 의견이 올라왔다. 개정 중단 의견을 밝힌 작성자는 “밤 12시까지 연장하면 학원의 배만 불려주는 법 아닌가”라며 반발했다.
교육의봄 관계자는 “과도한 경쟁교육 고통을 해소하고, 수면권·건강권·여가권 등 아동·청소년의 기본권을 보장하며, 매년 폭증하는 사교육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면서 “국가적 차원은 물론이고 유엔 아동권리위원회의 권고를 여러 차례 받는 상황에서 서울시의회가 이러한 조례안을 발표했다는 것은 경악을 금치 못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학원 업계는 지역별로 교습 시간이 다르게 규정돼 형평성이 훼손된 데다 고등학생의 학원 교습을 밤 10시로 제한한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는 의견이다. 학원 업계 관계자는 “같은 수능을 보는데 사는 지역에 따라 학원 시간이 다르다는 것을 학생과 학부모들이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겠냐”며 “스터디카페를 이용하거나 교습 시간이 긴 지역으로 학생들이 이동하는 등 다양한 편법이 동원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