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생 이유림씨(23)는 28일 오후 서울 중구 CGV 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명씨네)를 찾았다. 최근 영화에 빠진 이씨가 명씨네에 온 건 처음이다. 이날 이씨는 영화 3편을 예매했다. 오는 29일 폐점하는 명씨네에서 처음이자 마지막 추억을 남기기 위해서다.
영화 애호가들의 명소 명씨네가 사라진다. CGV는 29일 오후 8시30분 애니메이션 '코렐라인' 상영을 마지막으로 명씨네 영업을 종료한다. 명씨네는 독립·예술영화 전문 상영관으로 2015년 CGV 명동역 지점을 리뉴얼해 개관했다. 지속해서 경영난을 겪은 끝에 폐점이 확정됐다. CGV는 명씨네에 보관된 영화 전문 서적 1만여권을 영상자료원으로 옮기고, 아트하우스 2개관은 다른 영화관으로 이전할 방침이다.
영화 애호가 찾던 '명씨네' 폐점…"너덜너덜한 심정"
지난 28일 오후 기자가 명씨네로 이동하기 위해 탑승한 승강기에는 'CGV 명동역 영업종료 안내'라는 공지문이 붙었다. 영화 예매 키오스크에선 30일부턴 날짜 선택이 불가능했다. 일부 시민은 휴대전화를 들고 영화관 곳곳에서 마지막 인증샷을 남겼다.
이현정씨(40)는 "예전부터 좋아하는 영화가 개봉할 때나 시간이 애매하게 뜰 때 이곳을 찾아 책을 보기도 했다"며 "오늘 영화관에 오면서 ' 접었다 폈다 하는 종이처럼 아슬아슬하게 영업이 되더니 (결국) 찢어졌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 대신 공간이 기억해주는 것들이 있다. (영화관이 사라져서) 내 기억의 외장하드 하나가 망치질을 당하는 것 같다"며 "너덜너덜한 심정"이라고 했다. 그는 영화관의 마지막 모습을 영상으로 찍었다.
20대 여성 A씨는 "영화를 본격적으로 본 지 3년 됐는데 이곳을 자주 찾았다. 많게는 한 달에 4~5번 올 때도 있었다"며 "사라지는 게 아쉽다"라고 말했다. A씨는 "특히 독립예술영화를 중심으로 즐겨 봤는데 이곳은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 불을 그대로 꺼놓았다"며 "그게 참 좋았다"라고 했다.
영화관의 마지막 순간을 기억하기 위해 연차를 낸 직장인도 있었다. 전날 오후 영화관에서 만난 김서경씨(27)는 "7년 전 대학생 시절부터 해당 영화관에서만 100편 넘는 작품을 관람했다"며 "여기는 안식처 같은 곳"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폐점 사실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명씨네는 27일부터 상영 회차를 줄이고 연대별 흥행작을 특별 상영하고 있다. 이날 오후 6시부터 9시까지 '명씨네 굿-바이 플리마켓' 행사를 진행한다.
CGV 관계자는 "라이브러리의 영화 관련 전문 서적 1만여권은 영상자료원이 보존 및 보관할 예정"이라며 "기존 아트하우스 2개관은 강변과 동대문 지점으로 이전해 독립·예술영화 상영을 이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박진호 기자 (zzino@mt.co.kr)
김지현 기자 (mtj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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