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기자수첩] 빵의 맛은 반죽이 아니라 노동의 존엄에서 나온다
8,523 3
2025.10.28 14:21
8,523 3
DBamIV

줄을 서는 사람들로 매일 문전성시를 이루며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런던베이글뮤지엄(이하 런베뮤). 그러나 지난여름 그 화려한 이미지 뒤에서 한 청년 노동자가 쓰러졌다. 입사 14개월 차였던 26세 제빵사는 지점 이동을 반복하며 주 70~80시간에 달하는 노동을 이어온 끝에 근무 중 쓰러져 결국 숨을 거두었다. 아직 사망 원인이 공식적으로 ‘과로사’로 인정된 것은 아니지만, 유족과 노동계는 “장시간 노동이 직접적인 원인”이라며 산재 신청과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이 사건은 단지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 베이커리 산업 전체가 노동을 원가 절감의 수단으로 삼아 성장해온 구조적 현실을 드러내는 상징적 사건이며, 우리는 그 본질을 마주해야 한다.


■ “그 빵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라는 질문


런베뮤는 ‘감성 인테리어’와 ‘유럽식 베이글’이라는 콘셉트로 소비자의 취향을 정교하게 겨냥한 브랜드다. 하지만 그 ‘취향의 빛’은 누군가의 건강과 삶을 대가로 만들어졌을 수 있다. 업무일지와 동료 증언에 따르면 사망한 청년은 새벽에 출근해 12시간 이상 일하고, 지점 상황에 따라 타지역으로 재배치되며, 사실상 휴식권을 보장받지 못했다. 노동계는 이를 “프랜차이즈 구조 하에서 본사 이익을 최우선시한 결과”라고 지적한다.


프랜차이즈 본사는 로열티와 원재료 유통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얻는다. 반면 가맹점은 매출 변동, 임대료, 인건비 부담을 떠안는다. 그리고 그 압박의 최종 종착지는 현장에서 빵을 굽는 노동자에게 전가된다.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근로자를 최소 인원으로 유지하고, 남은 인력은 “열정”과 “꿈”이라는 이름으로 장시간 노동에 내몰리는 것이다. 화려한 브랜드 스토리는 존재했지만, 그 이야기는 노동자의 목숨을 담보로 완성된 허상일 수 있다.


■ 맛은 기술에서 나오지 않는다. 맛은 사람에게서 나온다


우리는 종종 ‘맛있는 빵’을 평가할 때, 반죽의 질감과 버터의 향을 말한다. 그러나 음식의 맛은 재료가 아니라 그 음식을 만드는 사람의 상태에서 결정된다. 반죽을 치는 손이 지쳐 있고, 빵을 굽는 사람의 폐가 제대로 숨 쉬지 못하고 있다면, 그 빵은 이미 태생부터 병들어 있다. 빵은 영양이 아니라 삶의 흔적이며, 노동의 숨결을 닮는다. 그렇다면 그 노동이 존중받지 못했다면, 우리는 그 빵을 진정한 음식이라 부를 수 있는가.


이 사건은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는 지금 무엇을 소비하고 있는가?”

빵의 모양을 소비하는가, 아니면 누군가의 과로와 고통을 함께 소비하고 있는가.


■ 소비자의 선택이 시장의 방향을 결정한다


런베뮤 사망 사건은 특정 기업 하나의 비극으로 끝나지 않는다. 이는 K-푸드가 세계로 확장되는 과정에서 반드시 마주할 질문이다. 노동을 소모품처럼 대하는 브랜드가 만든 음식이 세계인의 식탁 위에 오른다면, 그 맛은 과연 사랑받을 수 있을까.


이제 소비자는 다음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야 한다.


이 빵은 어떤 조건에서 만들어졌는가

이 브랜드는 노동자의 권리를 공개하고 있는가

나는 맛이 아니라 윤리를 기준으로 선택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소비자의 선택은 단순한 소비 행위가 아니다. 그것은 산업의 미래를 결정하는 투표이며, 누군가의 삶을 지키는 선언이다.


■ 윤리 없는 빵은 결국 시장에서 도태된다


지금은 한 기업의 위기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는 산업 전체에 다가오는 전환의 신호다. 세계 식품 시장은 이미 ‘지속 가능성’과 ‘윤리적 생산’을 새로운 경쟁력으로 요구하고 있다. 음식의 본질은 ‘맛’이 아니라 ‘사람’이며, 노동의 존엄을 잃은 산업은 결코 오래 지속될 수 없다.


빵은 매일 구워지지만, 그 빵을 만드는 사람의 삶은 소모되어서는 안 된다. 한국 베이커리 산업이 진정한 K-푸드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화려한 매장 인테리어보다 먼저 노동의 기본권을 갖춘 작업장이 존재해야 한다.


빵의 맛은 반죽이 아니라 노동의 존엄에서 나온다.


노동이 병든 곳에서 구워진 빵은 어떤 요리에도 어울리지 않는다.


우리는 이제, 무엇을 먹을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삶을 지지할 것인가를 선택해야 한다.


https://cooknchefnews.com/news/view/1065622967142789


목록 스크랩 (0)
댓글 3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영화이벤트] <프로젝트 헤일메리> IMAX 시사회 초대 이벤트 888 03.04 22,325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4,912,598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11,858,533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12,898,599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은 정치 카테고리에] 20.04.29 35,188,121
공지 정치 [스퀘어게시판 정치 카테고리 추가 및 정치 제외 기능 추가] 25.07.22 1,062,243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82 21.08.23 8,506,362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68 20.09.29 7,426,192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600 20.05.17 8,632,094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4016 20.04.30 8,517,681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4,398,360
모든 공지 확인하기()
3010134 이슈 짐 비앙코 "韓 증시, 심장 약한 사람에겐 부적절" 6 13:20 318
3010133 이슈 최근 강승윤 서울 콘서트에 게스트로 나온 젝스키스 은지원 - 커플 1 13:19 104
3010132 기사/뉴스 국립공원서 결혼할 50쌍 16일 선착순 모집…식대 외 비용 '0' 5 13:18 531
3010131 유머 교회에서 간식 나눠줬는데 얼탱없음.jpg 7 13:18 691
3010130 이슈 국내에서 제대로 흥했던 일음 리메이크 2 13:17 258
3010129 이슈 [WBC] 5회말 대만 0 : 2 호주 (투런 홈런) 2 13:17 239
3010128 기사/뉴스 "공항서 플래시 쏘고 게이트 막아"...연예인 '황제경호' 없앤다 15 13:17 583
3010127 유머 한시간 버티면 20만원 1 13:15 653
3010126 이슈 타카하시 루미코 작가의 첫 히로인, <시끌별 녀석들> 라무(1978). gif 2 13:15 285
3010125 유머 나라시 사슴의 취향의 얼굴이면 대접이 다르다 46 13:12 1,834
3010124 유머 너 요즘 소문 안 좋아 17 13:12 1,508
3010123 이슈 에이브릴 라빈 팬들마저 이 노래 대체 뭐냐고 할 만큼 반응 안 좋았지만 숨어서 듣는 사람도 제법 있는 노래... 5 13:11 460
3010122 유머 친구 : 나 우울해서 애기 낳았어 ㅜㅜ.twt 30 13:09 2,968
3010121 유머 어느 중학생이 게임에 현질을 하지 않는 이유 32 13:08 2,067
3010120 기사/뉴스 [KBO] 롯데 고나김김 근신 조만간 풀리나…안지만 말마따나 선수생명 끊을 순 없다, 불법도박 평생 반성해야 19 13:07 718
3010119 이슈 역대 걸그룹 곡중 멜론차트 최장기간 진입, 최다 스트리밍 기록중인 곡 7 13:07 833
3010118 이슈 럽라 시리즈 15년간 그림체 변화...jpg 5 13:06 653
3010117 이슈 나라를 대표하는 개들 4 13:06 488
3010116 이슈 이 우정 영원했으면 좋겠는 아이돌 조합 3 13:05 1,063
3010115 유머 부장님이 막내딸 회사에 데려옴 10 13:05 3,2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