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설이 내린 새벽. 한 차량이 병원으로 들어선다. 차에서 내린 여성은 맨발에 극도로 불안해 보이는 상태다. 여성은 차에서 피투성이 상태의 또 다른 여성을 끌어내린 뒤 병원을 향해서 소리친다. 살려 달라고.
영화 '하얀 차를 탄 여자'의 도입부로, 애원하는 여성의 모습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 영화는 정려원과 이정은의 주연으로, 앞서 2022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코리안 판타스틱 배우상 등 2관왕을 수상하고 같은 해에 샌디에이고국제영화제와 런던영화제 초청으로 해외 영화제에서도 작품성을 인정받은 작품이다.
'하얀 차를 탄 여자'는 사건의 목격자인 작가 도경(정려원)과 사건을 조사하는 경찰 현주(이정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자신의 언니가, 결혼할 남자의 흉기에 찔렸다는 도경의 기억과 진술에 근거해 현주는 수사를 시작한다. 그러나, 도경에게 친언니가 따로 있으며 정신질환 병력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때마침 흉기에 찔려서 사경을 헤매던 은서(김정민)가 깨어나 도경과 또 다른 진술을 하면서,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영화는 도경과 은서, 두 여성의 엇갈리는 진술 속에서 점점 더 미궁에 빠지는 진실을 좇는다. 도경의 진술을 은서의 진술이 뒤집는 과정을 통해서 피해자와 가해자가 역전되고 이야기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쉽사리 예측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흐른다. 영화는 사건의 진실이 무엇인지 호기심을 지속적으로 자극하면서 이야기를 긴장감 있게 진전시킨다.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정상이 아닌 사람도 진실을 말할 수 있고, 정상인 사람도 거짓을 말할 수 있다"며 사건을 냉정하게 바라보려 하는 현주의 시선이 중심을 잡는다. 그러나 그랬던 현주조차 자신의 아픈 과거와 마주하면서 분별력이 흐려지는데, 영화는 인물들의 상처에도 깊게 파고든다. 이를 통해 사람의 기억과 언어, 그리고 경험과 관점이 얼마나 불완전한 것인지도 보여준다.
사건의 진실에 다가갈수록 드러나는 인물의 내밀한 감정과 심리 변화를 세밀하게 표현해낸 배우들의 연기도 이야기의 긴장감을 높이는데 한몫한다. 도경 역의 정려원은 시종일관 불안하고 위태로운 모습으로, 현주 역의 이정은은 끊임없이 경계하고 신중한 모습으로 관객을 궁금하게 만든다. 다만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는 후반부의 장면에서 지나치게 친절한 설명이 이야기의 긴장감을 느슨하게 만드는 아쉬움이 있다.
'하얀 차를 탄 여자'는 '로스쿨' '기상청 사람들: 사내연애 잔혹사 편'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마이 유스' 등 긴 호흡의 작품 연출 경험이 풍부한 고혜진 감독과 영화 '끝까지 간다' '터널' '범죄도시' 시리즈 등으로 장르적 색채 짙은 작품들로 호평받은 비에이엔터테인먼트가 손잡고 만든 작품이다. 두 여성 캐릭터를 내세워 사건보다 인물의 감정과 심리에 주목해 이야기를 풀어가고 매듭짓는 색다른 감각의 스릴러 영화로 새로운 자극을 원하는 관객에게 흥미롭게 다가갈 수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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