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를 든 편의점 강도를 검거한 경찰이 범인을 귀가 조처했다. 홀로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로 여윈 상태여서 구속 수사보다 치료와 요양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충북 청원경찰서는 지난 22일 새벽 2시30분께 오창읍 한 편의점에서 김밥·담배 등을 강탈한 혐의(준강도)로 ㅂ(59)씨를 붙잡아 조사 중이라고 27일 밝혔다. ㅂ씨는 당시 편의점에 들어가 김밥·피자·치킨·담배 등 4만9천 원어치를 챙긴 뒤, “배가 고프다. 내일 계산하겠다”고 했지만 직원이 거절하자 옷 속에 숨기고 있던 과도를 보이고 그대로 달아난 혐의를 받는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편의점과 주변에 있던 폐회로텔레비전(CCTV) 화면 분석 등을 통해 지난 25일 오전 편의점 주변 원룸에 있던 ㅂ씨를 긴급체포했다.
하지만 경찰은 경찰서로 연행하지 않고 주변 병원으로 가 ㅂ씨에게 영양 수액(4만2천원)을 맞게 했다. 청원경찰서 형사과장은 “당시 ㅂ씨는 대여섯평 남짓한 원룸 침대에 누워있었는데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심하게 야윈 상태였다. 사람부터 살려야겠다는 마음에 죽을 사 먹인 뒤 병원에서 치료하게 했다”고 밝혔다.
ㅂ씨는 경찰에게 “일용직 노동을 했는데 7월께부터 일하지 못했다. 열흘 정도 굶어 배가 너무 고파 편의점에 들어갔지만, 해칠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했다. 경찰은 달걀·즉석밥·라면 등 식료품 5만여원가량을 구매해 ㅂ씨 손에 쥐여 주고 귀가시켰다. 경찰은 범행 전력이 없는데다, 형편·건강 상태 등을 살펴 불구속 수사하기로 했다.
이후 경찰은 ㅂ씨 신병에 관한 조사는 계속했다. 확인 결과 충남 천안에 주민등록이 돼 있었다. ㅂ씨는 “기초생활수급·민생회복지원금 등 복지 제도 존재를 몰라 신청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에 경찰은 27일 오전 ㅂ씨와 오창읍 행정복지센터를 찾아 구제 방안을 문의했다. 오창읍 행정복지센터 확인 결과, ㅂ씨는 건강보험료·통신요금 등이 연체돼 충남 천안의 관할 행정기관에서도 복지 사각지대로 지정돼 있었지만 연락이 두절돼 구제받지 못했다.
오창읍 행정복지센터는 ㅂ씨의 동의를 받아 오창읍으로 주소를 이전한 뒤 기초생활수급자 지정 신청을 하고, 3개월 동안 다달이 76만원씩 임시 생계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기초생활보장법을 보면, 기초생활수급자 지정 신청을 하면 심사·결정이 될 때까지 일정 기간 임시 생계비를 지원할 수 있다.
경찰은 “일단 ㅂ씨 진술이어서 모두 믿을 순 없지만, 형편이 어렵고 딱해 일단 건강을 회복하게 하는 게 먼저라고 판단했다. 이와 별개로 범행 관련 수사는 진행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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