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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 2명은 여전히 염전에서 일하고 있어

장애우권인문제연구소, 법무법인 원곡, 공익법률단체 파이팅챈스 등 장애·인권 단체 활동가들이 23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장종우 기자
최근까지 신안 염전에서 40년 넘게 노동 착취에 시달리다 가족의 품으로 돌아간 피해자 사연이 알려진 가운데, 관련 사건을 조사하던 장애·인권 단체들이 피해자 4명의 존재를 새로 파악하고 인권위에 긴급구제를 요청했다. 이들 중 최소 2명은 여전히 염전에서 일하고 있다.
공익법률센터파이팅챈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등 장애·인권 단체 활동가들은 23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2014년, 2021년에 이어 신안군 염전에서 지적장애인 노동력 착취가 또 발견됐다”며 “(인권위는)염전노예 추가 피해자 4명을 학대현장에서 분리하는 등 생명, 신체의 안전을 위한 필요한 조치를 권고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이 이날 언급한 피해자 4명은, 앞서 40년 넘게 소위 ‘염전 노예’로 지내다 최근 가족을 만난 60대 남성 장아무개씨와 함께 2023년 8월 신안군 전수조사에서 파악됐던 이들이다. 장애우권인문제연구소는 지난달 장씨의 기록을 조사하다가 이들의 존재를 알게 됐다고 한다. 장씨는 1988년 경기 성남에서 실종된 뒤 지난해 10월 염전이 문을 닫을 때까지 노동력을 착취당했고, 이후 요양병원으로 옮겨졌다가 최근에야 가족을 만났다.
한겨레 취재 결과 새로 드러난 피해자 4명 가운데 최소 2명은 여전히 신안군의 염전에서 일하고 있다. 신안경찰서 관계자는 “장씨와 다른 피해자 1명의 고용주는 처벌됐다. 그 외 3명의 고용주에 대해선 혐의가 발견되지 않아 입건 전 수사 종결했다”고 밝혔다. 이어 “2023년 당시 전남장애인권익옹호기관과 함께 서너 차례 피해자들을 면담했지만, 응급조치의무 대상이 아니었다. 당시 장애인 등록도 되어있지 않았고, 병원 진찰도 거부했다”며 “이 중 2명은 현재 신안 염전에서 자발적으로 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수조사를 통해 행정·수사 기관에서 파악되고도, ‘자발성’을 이유로 지속해서 염전에서 일하는 상황이 이어진 셈이다.
최정규 경기장애우권인문제연구소장은 “2021년 사건도 활동가 한 명이 3개월 동안 피해자들을 설득한 끝에 알려졌다”며 “장애인복지법은 사법경찰 등이 학대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할 것을 의무로 규정하고 있지만, (경찰은) 현실적 어려움을 들며 회피하고 있다. 경찰은 피해자의 완강한 거부로 분리에 실패했다고 했지만, 과연 경찰이 얼마나 노력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2014년 염전노예 사건 당시 보건복지부 소속으로 사건을 담당했던 김강원 법무법인 디엘지 공익인권센터 부센터장은 “당시 전남도청에선 ‘일부의 일탈’이라고 했지만, 조사 결과 가해자가 따로 있다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만연한 관행이었다”며 “염전 노예 사건은 물론 장애인 노동 착취 사건, 인신매매 사건에 대응하는 시스템을 점검해달라”고 호소했다.
단체들은 이날 기자회견 뒤 인권위에 피해자 안전에 책임이 있는 전남도지사·신안군수·전남지방경찰청장·신안경찰서장·목포고용노동지청장을 대상으로 한 진정과 함께 긴급구제조치 신청서를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