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엔 김범석 기자] 올해 3/4분기 한국 극장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번 영화는? 추석을 노린 코미디 ‘보스’도 박찬욱의 스릴러 ‘어쩔 수가 없다’도 아니다. 바로 일본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 무한성 편’이다. 더 놀라운 건 지난 8월 개봉했음에도 여전히 박스오피스 5위에 랭크되며 모객력을 보인다는 사실이다.
개봉작 수명과 교체 주기가 짧아지고 있는 트렌드를 고려하면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다. 물론 일본 애니메이션 충성 고객과 N차 관람의 효과를 무시할 수 없겠지만, ‘눈물 흘리며 봤다’는 4050 성인들까지 가세한 덕에 극장판 ‘귀멸의 칼날’은 10월 21일까지 무려 547만 7,470명을 끌어모았다. 소리 소문 없이 스노우볼 효과를 톡톡히 본 셈이다.

이뿐만 아니다. 현재 박스오피스 1위 영화는 226만 명을 동원한 9월 넷째 주 개봉작 ‘체인소 맨: 레제 편’이며 4위 ‘주술회전: 회옥 옥절’까지 포함하면 ‘일본 애니 3총사가 한국 가을 극장을 먹여 살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극장 관계자는 “한국 영화가 몇 년째 보릿고개를 넘고 있는데 2023년 ‘슬램덩크’ 이후 꾸준히 개봉하는 일본 애니메이션이 극장을 붐비게 해주는 효자 상품이 되고 있다. 매우 흥미로운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과거에 비해 요즘 한국 넷플릭스에도 일본 드라마 인기가 뜨겁다. 톱10에 꾸준히 2~3편이 포진될 만큼 양적, 질적으로 팽창 중이다. 최근 가장 핫한 일드는 오구리 슌, 한효주 주연 8부작 ‘로맨틱 어나니머스’다. 한국 용필름이 제작했지만, 넷플릭스 재팬이 돈을 댔고 영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로 유명한 츠키카와 쇼가 감독을 맡았다.
‘로맨틱 어나니머스’의 인기 비결로는 남녀 주인공의 뛰어난 케미와 일본 특유의 서정적 감성, 드라마와 잘 어울리는 OST가 꼽힌다. 1999년 발표된 박혜경의 ‘고백’을 르세라핌 채원이 일본어로 커버해 불렀는데 ‘서사, 분위기와 찰떡’이라는 의견이 다수다. 한효주의 일본어 대사도 수준급이며 연기 구멍도 없다 보니 ‘이틀 만에 정주행했다’, ‘무조건 시즌2 가자’는 후기가 꼬리를 잇고 있다.
이에 대해 한 드라마 제작사 대표는 “한 수 아래로 평가받던 일본 콘텐츠의 약진이 최근 무섭게 치고 올라오고 있다”며 “일본 애니메이션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 더 이상 말을 보탤 게 없고, 드라마도 한국에 비해 제작비가 저렴하다보니 경쟁력 있는 작품이 계속 나올 것 같다”고 전망했다.
또 다른 엔터 관계자도 “넷플릭스가 ‘오징어게임’ 이후 가성비를 위해 한국 몰빵에서 일본 등으로 제작 기지를 분산하고 있다는 풍문이 있다”면서 “한국은 배우 개런티와 스태프 인건비가 가파르게 오른 데다 52시간 근무 환경까지 겹쳐 예전보다 매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한 듯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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