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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대중들에게 사랑받았던 천민 출신의 왕의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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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23 0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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넬 그윈


잉글랜드 국왕 찰스 2세의 정부. 

천민 출신으로 왕의 정부까지 올라간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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넬 그윈의 태생은 불우했다. 그녀의 아버지는 채무자 감옥에서 사망했고 어머니는 포주였으며 그나마도 일찍 죽었다. 그녀는 언니와 함께 극장 근처에서 오렌지를 팔며 생활했다. 그나마 이모가 배우라 오렌지 장사를 한 지 1년쯤 후에는 배우로 취직할 수 있었다. 


그녀는 미모와 명석한 머리, 뛰어난 대사암기력으로 배우로서 이름을 날렸다. 원래는 정극 연기를 했었는데, 별로 평이 좋지 않아서 코미디로 전향했고 천성에 맞았는지 그때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다 그녀에게 운이 트이게 되는데, 조지 빌리어스 경이 그녀를 눈여겨보고 왕의 정부로 밀기로 한 것이다. 1668년 그의 후원 하에 넬은 화이트홀 궁에 초대받고 당시 왕이던 찰스 2세 앞에서 공연하게 되었다. 


넬의 저속한 익살과 공연을 보고 대단히 즐거워한 찰스 2세는 그녀와 눈이 맞기에 이른다. 귀족도 아니고 길에서 오렌지 장사를 하던 뒷골목 출신의 여성이 왕의 정부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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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족이 아니었던 넬은 다른 정부들과 달리 나라에서 나오는 공식적인 연금을 받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3년이나 은퇴하지 못하고 공연을 해야만 했는데 급기야 왕의 아들을 낳은 후에도 무대에 섰다. 왕이 정부를 부양하지 못한다는 건 개망신이었기에 결국 찰스 2세는 넬에게 저택을 하사하고 생활비를 내렸으며 그제야 그녀는 은퇴한다. 

게다가 워낙 여자를 밝혔던 찰스 2세는 정부들이 많았다. 넬 입장에서는 라이벌이 많았던 셈. 왕에게 가장 총애받던 정부는 프랑스 출신의 루이즈 드 케루알이었다. 프랑스 귀족 출신이던 케루알은 포츠머스 공작부인 작위도 받고 잘나갔으나 정작 같은 시기 넬은 프랑스와의 전쟁 때문에 재정이 궁핍하단 핑계로 보상을 스킵당한다. 


찰스 2세의 다른 정부들도 다 귀족 출신이었기에 천민이었던 넬 그윈을 공공연하게 무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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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만 보면 천대만 받고 산 것 같지만 그녀는 패기와 재치를 발휘해 이 모든 고난을 이겨낸다.


케루알은 가톨릭 신자였기 때문에 반 가톨릭 정서가 팽배했던 당시 잉글랜드 서민들에게 미움을 많이 받았다. 한번은 반 가톨릭 폭동이 일어나 폭도들이 궁을 나오는 넬의 마차를 보고 케루알의 마차로 착각하여, 마차를 둘러싸고 돌을 던지거나 '가톨릭 창녀는 꺼져라!' 하고 욕을 퍼부은 일이 있었다. 


이에 넬은 "시민 여러분! 잘못 아셨네요. 저는 개신교 창녀랍니다!"라고 외친다. 이 드립에 사람들이 모두 빵 터져 축복과 함께 길을 비켜줬다고 한다.


찰스 2세의 다른 정부들이 낳은 사생아 아들들은 다들 작위를 받는데 자기 아들 찰스만은 여섯 살이 되도록 작위를 받지 못하자, 울분이 터진 넬은 어느 날 찰스 2세가 듣는 앞에서 아들에게 "이리 오렴, 이 사생아 새끼야, 아버지께 인사해야지. (Come here, you little bastard, and say hello to your father.)"라고 말했다. 


이에 찰스 2세가 왜 애를 그 따위로 부르냐며 질색을 하자, 넬은 "이거 말고 따로 부를 이름을 안 주셨잖아요?"라고 응수한다. 당연히 그날 바로 넬의 아들은 버퍼드 백작으로 임명된다.


워낙 거침없는 성격이던 그녀는 고귀한 척하는 다른 정부들이 그래봤자 다 같은 왕의 창녀라고 놀려대기도 했고, 스스로를 국가의 잠자리 동업자라고 부르기도 했다. 다른 정부 레이디 캐슬마인이 그녀를 공공연하게 무시하며 상대도 하지 않자 그녀의 어깨를 탁 치며 "아 하긴 원래 같은 장사하는 사람들끼린 싫어하는 법이죠!" 라고 대답한다. 


레이디 캐슬마인이 이 진상을 돌려보내기 위해 자기 소유의 화려한 육두마차를 타고 그녀를 바래다 줬는데, 이것의 절반도 왕에게서 못 받아보고 산 넬은 레이디 캐슬마인의 집 앞에서 여섯 마리의 소가 이끄는 다 부서진 우마차를 타고 "창녀 팔아요 창녀!"라고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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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은 외출 중 마부가 갑자기 멈추길래 봤더니 다른 마부와 싸우고 있어서 이유를 물어보니, 마부가 "아니 글쎄 저 사람이 마님을 창녀라고 욕하잖아요!" 하며 씩씩거렸는데, 이에 '응. 나 창녀 맞아. 싸울 거면 좀 그럴싸한 걸로 싸워.'라는 해탈의 경지에 달한 대답을 하면서 그 자리에 있던 모두를 벙찌게 만들기도 했다.


넬은 왕에게도 이 익살맞음과 패기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왕 이전에 찰스라는 이름의 연인이 둘 있었던 그녀는 찰스 2세를 내 세 번째 찰스라고 불렀다. 그러니까 찰스 2세인데 찰스 3세라고 부른 셈.


함께 낚시 갔을 때 찰스 2세가 한 마리도 못 잡고 낙심할까봐, 왕이 한눈파는 사이에 도시락 바구니에 담겨 있던 구운 빙어들을 왕의 낚싯줄에 엮어 물에 던져놓고 그걸 건져보라고 하기도 했다. 


왕이 국민들은 너무 바라는 게 많다며 뭘 해야 좋아할지 모르겠다고 투덜거리자 "여자 작작 만나고 일이나 좀 하면 국민들이 좋아할 텐데 이렇게 말해도 안 들으실 거잖아요"라고 대답. 


이런 거침없는 성격과 말빨, 천민 출신이라는 공감대 때문에 일반 서민들에게는 인기가 좋았다고 한다. 그녀를 알고 지낸 사람들은 그녀의 재치와 유머감각에 굉장히 즐거워했다.



찰스 2세가 죽은 후 많은 남성들이 넬을 원했으나, 그녀는 '사슴을 눕힌 자리에 개를 눕힐 수는 없다'며 평생 독신으로 살았다고 한다. 그리고 불과 2년 후, 넬 그윈은 37세의 젊은 나이에 뇌졸중으로 쓰러져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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