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9/0005576043?sid=001
대전 초등생 살해교사 명재완
檢 사형 구형했지만 무기징역
법원 “인간 존엄성 고려해야”
28년간 집행없어 사실상 폐지
국제사회 기류에 재개 어려워
범죄 경각심 위해 부활 목소리
![[연합뉴스]](https://imgnews.pstatic.net/image/009/2025/10/20/0005576043_001_20251020194312347.png?type=w860)
[연합뉴스]지난 2월 대전 한 초등학교에서 고(故) 김하늘 양(8)을 살해한 교사 명재완에게 법원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지난달 22일 결심공판에서 검찰이 사형을 구형했고, 김양의 유족들도 사형 선고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앞서 지난 8월에는 ‘미아동 흉기 살인’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진에게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이 재판에서도 검찰은 김성진에게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지만, 법원은 “인간의 존엄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한 단계 낮은 형을 내렸다.
두 사건 모두 피해자가 잔혹하게 살해된 범죄임에도 법원이 사형을 선고하지 않은 것이다. 이처럼 검찰의 사형 구형이 법원의 무기징역 선고로 이어지는 현실에 대해 “법정 최고형이 무력화됐다”는 비판이 거세다.
직장인 A씨(33)는 “검찰이 사형을 구형해도 결국 법원은 무기징역으로 끝낸다”며 “피해자 가족의 절규는 외면당하고, 죄는 용서받는 사회가 됐다”고 말했다.
설령 법원이 검찰 구형대로 사형을 선고하더라도 실제로 집행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한국은 1998년 이후 28년째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국제사회에서 ‘실질적 사형폐지국가(Abolitionist in practice)’로 분류된다. 지난해 말 기준 57명의 사형수가 있지만, 단 한 명도 형이 집행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흉악범죄가 이어지자 시민들 사이에서는 “유명무실해진 사형제도를 부활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0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1998년부터 올해 8월까지 28년여 동안 형사공판사건 1심에서 사형이 선고된 사건은 총 111건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형이 확정된 뒤 실제 사형이 집행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 특히 1심에서 사형을 선고한 사례는 갈수록 줄어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10년간 단 5건에 그쳤다. 지난해와 올해(8월 기준)에는 사형 선고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법정에서 사형이 선고조차 되지 않는 상황이 이어지자, 시민들 사이에서는 이 같은 판결 기조가 범죄자들의 경각심을 떨어뜨린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살인 범죄는 증가 추세다.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20~2024년) 살인 발생·검거 건수는 다소 줄었지만, 살인미수 발생·검거 건수는 2020년 각각 416건, 406건에서 지난해 498건, 489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 10월 박준태 국민의힘 의원이 ‘블라인드’와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97%가 최근 사형 선고가 내려지지 않는 데 대해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사형제 존치 여부에 관한 문항에는 67%가 ‘흉악범죄에 대한 정의실현, 범죄 예방 등을 위해 존치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국제사회가 사형제 폐지 기조를 강화하면서 한국이 사형 집행을 재개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은 2023년 “사형제는 외교 관계에서 굉장히 강력한 의미를 갖는다”며 “사형을 다시 집행하면 유럽연합(EU)과 외교 관계가 단절될 수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유럽연합은 모든 회원국이 사형제를 폐지했으며, 사형 폐지 관련 의정서 가입을 EU 가입 조건 중 하나로 삼는다.
사형제 집행에 따른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신동준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형 집행으로 실제 범죄율이 감소할지는 미지수”라며 “교화를 시도하는 대신 사형을 집행한다면 국가가 국민에게 형벌을 내리는 정당성이 약해질 수 있다. 오히려 국가의 도덕성에 흠집이 나 범죄 억제력이 약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2010년 헌법재판소에서 사형제도에 대한 위헌 여부를 심리한 결과 재판관 9명 중 5명이 합헌의견을 내면서 사형제도 존치 결정을 확정했다. 현재는 세 번째 위헌법률심판 제청 사건을 심리 중이다.
지난 윤석열 정부에서는 사형의 대체 형벌로 ‘가석방 없는 종신형 제도’ 도입이 거론된 바 있지만 입법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특히 사형제도 폐지를 찬성하는 측에서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 역시 위헌의 소지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덕인 부산과기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가석방이 안 되고 죽어서야 구치소를 나올 수 있는 형태의 절대적 종신형이 사형제의 대안으로 제기됐지만, 영구 구금은 신체 자유를 말살해 위헌성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전국 약 1330명의 무기 수형자 중 35년 이상 수감자가 20명가량에 이르는 등 절대적 종신형이 이미 시행되고 있다”며 “사형제를 폐지한 많은 국가가 가석방 가능성이 열린 ‘상대적 종신형’을 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