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국인 납치·감금 사태에 군사작전까지 동원하자는 말이 여야에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군사적 조치는 온당한 해법이 아니다. 실행 가능성이 낮고 자칫 교민 피해와 외교적 문제를 키울 수 있어 사태를 악화시킬 우려가 크다.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캄보디아 범죄집단은 국제 마피아 혹은 테러집단”이라며 “필요하면 군사적 조치까지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2011년 해군 청해부대가 소말리아 해적에게 붙잡힌 한국인 선원들을 구출한 ‘아덴만 작전’을 선행 사례로 삼은 것 같다. 이어 전현희 최고위원, 박범계 의원도 비슷한 주장을 폈다. 국민의힘에서도 강민국 의원이 캄보디아와의 군경 합동작전을 언급했고, 김민수 최고위원은 한술 더 떠 “전쟁 선전포고라도 해야 맞다”고 주장했다. 캄보디아가 군사작전에 비협조적일 시엔 올해 캄보디아 공적개발원조(ODA) 예산 4353억원을 전액 환수하자는 목소리도 들린다.
2021년 4건이던 한국인 납치 신고가 올 8월 말 330건으로 폭증하기까지 정부·캄보디아 당국의 미흡한 공조가 사태의 심각성을 키운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 해도 군사작전은 결코 쉽지 않고, 득보다 실이 더 크다. 우선 범죄 소탕을 위한 군사작전은 ‘타국 영토의 무력행사 금지’를 규정한 국제법을 위반하는 결과를 낳는다. 공해상에서 전개된 아덴만 작전과 달리, 주권국가 영토 내의 군사작전은 침략 행위로 간주돼 유엔 안보리의 규탄·철수 요구에 직면하게 된다. 캄보디아 최대 교역국인 중국의 반대를 비롯해 동남아 국가들과의 경제·외교 협력이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 법적·외교적 갈등이 커지면 현지 한국민들에 대한 보복, 피해 위협이 가해질 수 있다. 국내 정치 일각에서 특단의 조치인 양 내세운 군사작전은 현실을 외면한 정치적 선동일 수밖에 없다.
국민 안전을 생각한다면 ‘군사작전’ 같은 무리수보다는 현실적·외교적이고 지속 가능한 해법을 강구해야 한다. 한국·캄보디아 경찰이 20일 합의한 ‘24시간 핫라인·스캠범죄 공동조사’가 그 시작이 될 수 있다. 사기·납치 범죄가 동남아나 제3국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정부와 국회는 이번 사태를 교훈 삼아 해외 체류 국민의 안전을 강화하고 체계적으로 국제범죄에 대응하는 국가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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