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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캄보디아 사망에 캠퍼스 '발칵'… 유인책 학과 선배, 신고도 말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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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18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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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53/0000052980?sid=001

 

지난 8월 캄보디아에서 현지 중국인 폭력조직의 고문 끝에 주검으로 발견된 20대 대학생 박모씨가 다니던 충남 천안 소재 A사립대. 축산과 원예로 특화된 전문대인 이곳을 지난 10월 15일 찾았을 때 캠퍼스는 사건의 무게감과 달리 고요했다. 학생들은 평소처럼 수업을 오가고, 캠퍼스는 여느 때와 다름없는 일상적인 분위기였다.

하지만 캠퍼스는 하루 전날 밤 대학생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올라온 게시글로 발칵 뒤집혔다. "캄보디아에서 사망한 20대 대학생 박씨와 박씨를 캄보디아로 유인한 같은 학교 선배 홍모씨가 우리 학교 학생"이란 게시물이 올라온 것. 순식간에 글은 학생들 사이에 일파만파 퍼져나갔고, 캠퍼스에는 "설마 진짜냐"는 충격과 불안이 번졌다.

익명 게시판 글에 뒤집힌 캠퍼스

이 대학 축산학과에 재학 중이던 박씨는 지난 7월 17일 가족에게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말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했다. 하지만 약 3주 뒤인 8월 9일 캄보디아 남부 보코산 인근의 자동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박씨는 같은 학과 선배 홍씨의 권유로 캄보디아로 향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이 발생한 지 이미 두 달이 지났지만, 박씨의 시신은 아직 국내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우리 정부가 요청한 양국 간 공동부검 절차가 행정절차 미비 등으로 차일피일 미뤄지면서다.

이날 대학 캠퍼스에서 만난 박씨와 같은 학과 소속 과대표 B씨는 "공식적으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피해자가 우리 학과 학생이라는 사실은 대부분이 알음알음 아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박씨와 같은 축산학과에 재학 중인 C씨는 "박씨가 우리 학교 학생이라는 사실도 에브리타임(대학생 익명 커뮤니티)을 통해 뒤늦게 알았다"며 "홍씨는 이름만 알고 있었지, 그런 일을 저지를 사람일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고 말하며 충격을 전했다.

최근 취업난으로 인해 청년들이 '해외 고수익 알바' 등의 제안에 혹해 캄보디아, 태국, 필리핀 등지로 향했다가 납치나 감금 등 범죄의 표적이 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대부분 익명성이 보장되는 텔레그램이나 웹사이트에 올라온 모집공고를 보고 출국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번 사건은 조금 특별했다. 특히 평소 알고 지낸 같은 학교 학과 선배의 권유로 캄보디아 현지에 나갔다가 범죄에 연루됐다는 점에서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과 후배인 박씨를 캄보디아로 유인해 결국 죽음에 이르게 한 대포통장 모집책 홍씨에 관한 이야기도 널리 회자되고 있었다. 박씨를 캄보디아에 보내고 한국에 남았던 홍씨는 미리 알아둔 박씨의 '대포통장' 비밀번호를 이용해 '범죄수익금'을 빼돌린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이는 박씨에 대한 현지 중국인 조직원들의 폭행으로 이어졌고, 박씨는 고문 끝에 심장마비로 숨졌다.

박씨가 가족에게 도움을 요청했을 당시 "신고를 하면 일이 커진다. 내가 직접 해결하겠다"고 경찰 신고를 말린 것도 홍씨다. 경북 예천에 있는 박씨의 아버지는 일용직을 전전하는 등 가정형편이 그다지 좋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박씨 역시 학교 공부를 하면서 야간택배일을 하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지인을 통해 유인책 홍씨에 관한 이야기를 전해들었다는 이 학교 1학년생 김모씨는 "홍씨가 유복한 집안에서 자랐고, 공부를 잘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특히 박씨와 홍씨는 같은 학교이자 같은 기숙사에 머물렀는데, 홍씨는 박씨가 캄보디아행 비행기를 타기 전에도 박씨에게 몇 차례 소액 현금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박씨가 자신의 룸메이트에게도 고수익 알바에 관한 이야기를 몇 차례 한 적 있다"며 "아무것도 안 했는데 선배인 홍씨가 후배인 박씨에게 몇십만원씩 쥐여주니까 믿음이 생겨서 캄보디아에 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고수익 해외 알바' 경각심

이번 사태로 이 학교 학생들 사이에서는 이른바 '고수익 해외 알바'에 대한 경각심이 널리 퍼진 분위기다. 같은 학교 학생 김씨 역시 '해외 고수익 알바' 공고가 올라오는 텔레그램 단톡방에 들어간 적이 있다.

김씨는 "많은 돈이 급하게 필요하진 않았지만 한번 관심을 가진 적이 있었다"며 "하지만 너무 터무니없는 금액을 준다고 하니 무서워서 실행에 옮겨본 적은 없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김씨는 "직접 고수익 알바를 알아본 적이 있던 터라, 이 사건이 더욱 심각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위험을 감수하려는 청년기의 특성과 '아는 선배'라는 신뢰성, '지인이니까 저 사람은 나를 속이지 않겠지'라는 믿음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 같다"며 "지인을 통했으니 믿을 만한 정보라고 착각한 점, 사회 전반적으로 청년들이 희망을 잃은 현실이 겹쳐져서 발생한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학교 홍보팀 관계자는 "경찰 통보를 통해 이 사건을 인지했다"며 "우리 학교 학생이 이런 일을 당했다니 정말 안타깝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찰 조사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엄중하게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경북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박씨 사건과 관련해 국내 대포통장 조직의 실체도 추적 중이다. 박씨 통장에서 자금이 인출된 정황과 관련해 홍씨 외에 제3자가 연루됐을 가능성이 포착되면서다. 이미 구속기소된 홍씨에 대한 재판은 오는 11월 13일 대구지법 안동지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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