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파이낸스 (부산) 조하연 기자] 30년의 실패, 더는 핑계가 통하지 않는다.
1992년, 롯데자이언츠는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사직구장은 연일 매진이었다. ‘야도(野都)’ 부산이라는 말이 생겼고, 롯데는 지역의 자존심이었다. 그러나 그날 이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33년간 우승 0회. 팬들이 외운 숫자 ‘10788777’은 최근 7년간 롯데의 정규시즌 순위다. 이 수치는 곧 구단 운영의 성적표이며, 오직 무능으로만 설명되는 실패의 기록이다.
구단은 매번 변화를 말했지만, 실상은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프런트는 야구를 모른다. 선수단을 구성하고 운영하는 최고 책임자들이 야구단이 어떻게 굴러가는지, 육성과 리빌딩이 무엇인지조차 이해하지 못한 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전략 없는 드래프트, 반복되는 외국인 선수 영입 실패, 의미 없는 FA 계약, 무계획적인 리빌딩 시도. 모든 실패의 원인은 단 하나다. 제대로 운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롯데는 김태형 감독을 선임하며 ‘명장 효과’를 기대했다. 우승 경험이 풍부한 지도자, 냉철한 리더십, 강한 팀 컬러를 가진 감독이었다. 팬들은 오랜만에 기대라는 감정을 꺼냈다. 그러나 결과는 또 7위. 문제는 김태형이 아니었다. 비전없는 구조와 조직, 야구를 모르는 프런트 앞에서는 무기력할 수밖에 없었다.
부산 팬들은 30년 넘게 팀을 지켜왔다. 이토록 성적이 나쁜 팀에, 매 시즌 100만 명 이상이 구장을 찾는 건 오직 롯데뿐이다. 그들은 승리를 요구한 적이 없다. 다만 구단이 최소한의 전문성과 책임감을 갖고 팀을 운영하길 바랐을 뿐이다. 그러나 그마저도 돌아온 적은 없다. 감독을 바꾸고, 코치진을 흔들고, 외국인 선수를 교체해도 정작 구단 위의 구조는 그대로다. 모든 책임을 현장에 떠넘기고, 팬들의 목소리는 철저히 외면했다. 말뿐인 혁신, 수치로 드러난 무능. 팬들은 이제 더는 참지 않는다.
이 팀을 살리려면, 구단을 야구단답게 만들 수 있는 리더가 필요하다. 현장과 프런트를 잇고, 장기적 로드맵을 세우며, 기업 논리가 아닌 스포츠 조직으로 재편할 수 있는 사람. 아무리 좋은 선수, 좋은 감독이 있어도 프런트가 바뀌지 않으면 롯데는 끝까지 지금 이 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최근 팬들 사이에서는 송정규 전 단장의 귀환 요구가 거세다. 그는 과거 체계적인 리빌딩을 시도하고, 야구단다운 운영 원칙을 적용했던 몇 안 되는 인물이었다. 이 요구는 단순한 향수가 아니다. 롯데의 병든 구조를 제대로 이해하고, 그것을 뜯어고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팬들은 마지막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더 이상 기다릴 수 없기에, 더는 참을 수 없기에.
롯데자이언츠는 지금 기로에 서 있다. 다시 땜질식 처방으로 시간을 때울 것인가, 아니면 진짜로 구조를 갈아엎고 새로 태어날 것인가. 부산은 여전히 야구를 사랑하지만, 그 사랑이 무한하지는 않다. 변하지 않는 팀을 향한 응원은 결국 외면으로 바뀔 수 있다. 구단은 더 이상 핑계도, 시간도 없다. 이번에도 바뀌지 않는다면, 다음에 팬들이 기억할 숫자는 ‘10788777’이 아니라 ‘00000000’이 될 것이다. 아무도 남지 않은, 텅 빈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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