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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불쾌하고 불편한 유느님의 ‘기승전 러브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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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21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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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entertain.naver.com/read?oid=028&aid=00023506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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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석의 ‘연애라인’ 몰아가기


대학 시절 꼭 그런 동아리가 한두 개씩 있었다. 분명 새 학기 초 신입생을 잔뜩 받았는데, 시간이 지나 1학기가 끝날 무렵이면 학생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어 있는 동아리. 사정은 뻔하다. 새로 들어온 신입생 중 뭇 남학생의 눈길을 잡아끄는 매력의 여학생이 있고, 개중 몇 명이 티 나게 그 여학생

에게 접근한다. 여학생의 의사 같은 건 묻지도 않은 채 남학생들끼리 이상한 경쟁과 협정이 오고 간다. “내가 쟤를 더 뜨겁게 사모한다” “아니다,

내가 더 사모한다” “우정을 위해 내가 양보하마” 마침내 딴엔 용기를 내어 고백하는 남학생이 한 명 불쑥 튀어나온다. 그러나 남학생에게 ‘같은

동아리 사람’ 이상의 감정을 느끼지 못한 여학생은 조심스레 거절을 통보하고, 그 조심스러움에 헛된 희망을 품은 남학생은 ‘옛말에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더라’며 고백을 반복하다가 혼자 폐인이 된다. 진탕 취한 남학생의 오열과 취중고백이 몇 차례 반복되다 보면 꼭 오지랖

넓은 선배 한둘이 나선다. “남자가 저만큼 자존심 굽혀가며 좋다고 하면 좀 받아줄 줄도 알아야 하지 않니?” 졸지에 나쁜 사람이 된 여학생은

‘불쌍한 애 마음에 여지 주면서 희망고문하고 장난치는 애’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채 동아리를 떠나고, 머쓱한 분위기를 견디지 못한 남학생도

동아리를 떠난다.

“네가 얼마나 좋으면 그러겠니?”

싫다는 사람에게 자꾸만 억지로 고백을 떠먹이려다가 좌중이 싸늘해지는 이 유치찬란한 광경을, 이 나이 먹고 티브이에서 보게 될 거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는데 또 보고야 말았다. 지난해 10월 한국방송 <해피투게더3>에 만화가 기안84가 고정출연자로 합류하면서부터다. 합류 첫날부터

그가 지칠 줄도 모르고 기존 고정출연자였던 엄현경에게 덧없는 고백을 반복하고, 엄현경은 매번 당황하며, 그 주제가 어영부영 잊힐 만하면

유재석이 “아직도 엄현경씨를 좋아하느냐”고 그 이슈를 끄집어내는 광경이 몇개월째 폐쇄회로를 돌고 있는 것이다. “카메라 꺼졌을 때랑 다르신

것 같더라고요. 차갑더라고요.” 당연하지. 방송인에게 카메라가 도는 순간은 직장에서 일하는 순간이다. 일에 자꾸만 사감을 섞는 기안84와

그걸 또 공개적인 토크의 소재로 끌어당기는 유재석이라면 몰라도, 일할 때 사적인 감정을 배제하고 웃는 낯으로 일하고 있는 엄현경은 지극히

프로답게 일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 카메라 꺼졌을 때 차가운 걸 확인했으니 이제 저 타령도 끝나려나 싶을 때쯤 옆에 앉은 유재석이 멘트를 던진다.

“얼마 전에 꿈에 엄현경씨가 나타났다고. 엄현경씨가 꿈에 왜 나타났어요?” 기억 저편에 묻어두었던 오지랖 넓은 선배들의 악몽 같은 기억이

되살아난다. “쟤 꿈에 네가 다 나왔다더라. 네가 얼마나 좋으면 그러겠니?”

여성출연자 ‘동료’보단 ‘연애 대상’으로
남성출연자와 엮는 데만 골몰
‘해피투게더’선 근친애 농담까지

무한도전에선 광희와 유이
런닝맨에선 개리와 송지효
엑스맨에선 김종국과 윤은혜…

끈질긴 구애 독려하며 웃음 유발하나
원치않는 공개 구애에 난처한 경험한 이들은
집요함에 웃을 수만은 없어…
“도덕·인격적 존경받는 엠시로서
잘못된 메시지 전달은 자제해야”


그렇게 잘한다 잘한다 해주다 급기야 참사가 터졌다. 지난 1월5일 방영된 새해 첫 방송, 그날의 주제인 ‘형제’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가 유재석이

묻는다. “만약 엄현경씨가 기안84의 여동생이면 어떨 것 같아요?” “제 친여동생이면요? 그럼 제가 좋아할 것 같은데…. 부적절한 관계가 되지

않을까요?” 순간 내가 지금 질 나쁜 꿈을 꾸고 있는 건가 했지만 현실이었다. 수신료의 가치를 생각한다는 대한민국의 공영방송에서 태연하게

근친애를 암시하는 농담을 내보내는 광경. 옆에선 또 유재석이 능숙하게 포장을 해준다. “아, 진짜 이 엄현경씨에 대한 이 마음은….”

이게 ‘상대에 대한 마음’ 정도로 눙치고 넘길 수 있는 발언인가 싶지만, 포장이 됐으니 어쨌거나 출하가 된다. 린의 ‘러브 스토리’를 배경음악으로

깔고, “어떤 상황이 돼도 일편단심 엄현경”이란 자막을 달고. 심지어 전현무조차 “공중파에 맞는 멘트를 좀 해주세요. 제발 좀 부탁드립니다.

아니, 몇개월째 이러고 앉았어”라며 타박을 주는 와중이었다.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

돌이켜보면 이런 불쾌한 몰아가기의 현장에 유재석이 있던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문화방송 <무한도전>에 광희가 합류할 무렵,

유재석과 <무한도전> 멤버들은 꾸준히 광희에게 유이에 대한 마음을 고백하라고 부추겼다. 급기야 앞뒤 사정 설명 없이 다짜고짜 유이를 불러낸

<무한도전> 멤버들은, 유이에게 이쯤 하면 광희의 마음을 좀 받아주라고 말한다. “넌 좀 약간… 너 진짜 좀 ‘그런 게’ 있어. 지난번에 통화할 때

말투도 그렇고. 이러니까 광희가 밤잠을 설치는 거야.” 별 뜻 없는 말투나 표정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한 건 <무한도전> 멤버들인데, 유재석이

귀책사유를 돌리는 건 엉뚱하게도 유이다. 유이에겐 ‘그런 게’ 있고, 그래서 상대가 안달을 내는 거라고. 맞은편에 앉아 있던 하하가 스웨터 소매

끝단을 쥐고 있는 유이의 손을 쥐면서 “이런 디테일 미치잖아요”라고 말하자 유재석은 맞장구를 친다. “그러니까. 너 이런 거 하지 마.

너 알고 하는 거지? 이렇게 코트 잡고 이러는 거. 프로네, 프로.” 말꼬리 하나, 제스처 하나를 놓치지 않고 짚어가며 “이게 다 네가 끼를 부리는 것”

으로 몰고 가는 이 흐름. 이게 “순진한 우리 애가 폐인이 된 건 네가 끼를 부린 탓이니 좀 받아줘라”라는 말과 본질적으로 뭐가 다른가?


유재석이 메인 진행자로 있던 리얼 버라이어티 쇼의 현장에서, 여자 연예인은 자주 ‘일을 하러 온 동료’가 아니라 ‘연애 라인을 엮을 수 있는 대상’

으로 소비되곤 했다. <무한도전>은 노홍철과 장윤주의 가상 결혼생활을 설계해서는 31게임을 통해 어떻게든 둘을 입 맞추게 만들었고,

에스비에스 <일요일이 좋다> ‘런닝맨’은 개리와 송지효를 ‘월요커플’로 묶다가 개리가 하차한 이후엔 김종국과 송지효를 사주 궁합까지 봐 가며

라인을 설계했다. <일요일이 좋다> ‘패밀리가 떴다’에선 김종국과 이효리, 김종국과 박예진을 라인으로 묶었고, <일요일이 좋다> ‘엑스맨을

찾아라’에서는 김종국과 윤은혜를 묶었다. 한바탕 웃었으면 그만이라 생각할 이들도 있겠지만, 이런 집요함에 웃을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문제다. 한번쯤 원치 않는 고백을 거절했다가 졸지에 나쁜 사람으로 몰렸던 경험이 있는 이들, 어딜 가든 잠재적인 연애 대상으로 소비되는 게

아니라 한 사람의 인간으로 존중받고 싶은 이들 말이다. 그러나 유재석이 티브이에 나와 ‘웃음’을 위해 남자의 끈질긴 구애는 독려하고 여자의

모든 행동을 끼 부리는 것으로 해석하며 중신을 서려 드는 순간, 여자를 동료가 아니라 잠재적 연애 대상으로 소비하는 모든 일은 ‘웃어’넘길 수

있는 일이라 우길 수 있는 알리바이를 얻는다. 아니, 웃자고 그럴 수도 있는 거지. 사람이 너무 좋으면 좀 찌질하게 굴 수도 있지. 왜 정색을 해?

유재석이 그래도 정색할 거야?

힘을 가진 사람의 잘못된 신호

유재석이라서 더더욱 정색해야겠다. 올해 초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평생공로상을 수상한 메릴 스트립은, 공개석상에서 장애인 기자를 흉내내며

모욕한 도널드 트럼프를 비판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힘을 지닌 이가 공개석상에서 누군가에게 창피를 주고자 하는 본능을 보이면, 그건 다른

모두의 삶에 침투합니다. 다른 이들에게 ‘이래도 된다’는 허가를 내주는 거나 다름없거든요.” 메릴 스트립이 맞다. 대중의 관심을 받고 있는 이가

모두의 주목을 받고 있는 자리에서 누군가를 곤경에 처하게 만드는 농담을 일삼으면, 그 농담은 낙수효과를 이루며 모두의 무의식에 자리잡는다.

그가 단순히 업무능력만이 아니라 도덕적·인격적 측면으로도 모두의 존경을 받고 있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기안84가 근친애를 암시하는

말을 방송 중에 꺼냈을 때, 뭇사람들이 다 보는 앞에서 술에 취해 혼자 고백을 하며 엄현경을 난처하게 만들었을 때, 대한민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엠시는 제지하는 대신 옆에서 그걸 포장하고 웃어넘기거나 심지어는 토크의 소재로 삼았다. 그가 이런 결과를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유재석은 지금 잘못된 신호를 송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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