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여러분.
아주 즐거운 리뷰들 열심히 잘 읽고 있어.
쓸까 말까 백번은 아니, 사실 백번안함 ㅋ 그래도 여러번 고민했어. 그래도 한번도 전하지 못한 이야기가 있어서
이렇게 당나귀기라고 외치듯 익명의 힘을 빌려 외쳐보려고.
난 누구나 한번쯤, 아프게 겪어본 짝사랑을 리뷰할꺼야.
더 길게 해본 사람도 있겠지만, 내 짝사랑은 좀 특별해. 왜냐면 4년 8개월 이라는 시간을 버텨줬거든.
그리고 오늘 끝났어.
그애가 ㅁㅇ너람ㅇ라 청ㅊㅂ장을 ㅇㄹ;ㅓㅁㅇ 암;ㄹ
청첩장을 받았어 ^^...
사실 괜찮지 않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후 아니야 나를 부정한게 1주일. 그리고 오늘 완벽하게 정리했다.
잘가라, 사랑했다!!!!!!!!!!!!!
돌이켜보면 , 나는 정말 순수하고 아프게 좋아한것 같다.
그래서 한번 써보기라도 해보려고. 나의 고귀했던 시간.
조금 오글거리고 드라마틱할지 모르지만 잘 봐줘..후..
1. 사랑에 빠진 계기
우선, 나는 서울사는 26살 여자야. 모태솔로는 아니고, 이 망할 짝사랑을 시작하기 전에는 뜨문뜨문 어린 연애도 좀 했었어.
운 좋게 유복한 부모님을 만나 20살 초반부터 가끔 차를 끌고 다녔고, 인 서울 상위권 대학에서 컴퓨터공학과를 전공했지.
여중-여고를 나와서 남자들 드글드글한 공대로 진학하면, 초반에 멘탈이 터져. 나만 그런지는 몰라도...
생각하는것도 너무 다르고, 난 별로 남자애들이랑 그렇게 잘 맞는 성격이 아니었거든. 잘 놀지도 못하고.. 대화도 재밌지 않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철벽을 치고, 공대녀임에도 불구하고 친구도 없고, 혼자 밥먹고 혼자 수업다니면서 그렇게 1학년을 보냈어.
또 혼자 일거라고 생각한 2학년, 1년이나 지났지만 우리과가 누가누가 있는지도 모르고 있었는데, 전공 수업 도중 그 애가 내 옆에 앉더니
내가 슬쩍 쳐다보자 멋쩍게 웃으며, 뒤에 너무시끄러워서. 라고 했지. 솔직히 그땐 별로 대수롭게 신경쓰지 않고 있어서 "엉;" 한마디로 우리둘의 첫 대화가 끝났어.
학생회였던 그 애는 과에서 몇 없는 여자이자 그 여자들 중 유일한 아싸인 나를 살뜰하게 챙겼어.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과에서 그나마 제일 말을 많이 하는 친구는 걔였고, 애들이랑 쉽게 어울리지 못해서 찾아오는 민망한 상황에서 나를 잘 챙겨줬어. 무언가 짝을 지어서 해야하는 과제에서 혼자 덩그러니 서있는 나를 챙겨준다던가.. 그런거.
그때까지는 좋아하지는 않았는데, 나도 모르게 의지하고 있었지. 학교에오면 걔 부터 먼저 찾고, 걔 덕분에 걔 주변의 애들과 좀 친해지면서 과생활이 조금씩 풀리고 있었어. 사실 내가 애들과 못어울린거라 그렇게 꼬인건 아니었지만ㅋㅋㅋㅋㅋ
그러고, 어느날 1교시 수업인데 버스를 놓치는 바람에 내 차를 몰고 학교를 가고 있었는데, 신호에 걸려 서있는데 횡단보도로 걔가 건너고 있더라고. 집이 가까웠던거야 ㅋㅋㅋㅋ 바로 전화해서 차에 태웠어.
사실 나한테 해준 행동은 행동만 들으면 좀 다정한 친구였지만, 생각보다 그렇게 다정한 성격은 아니었거든. 말하고 하는게 좀 까칠했어 마치 김리뷰처럼 ㅋㅋㅋㅋㅋ 까칠하게 말하면서 할거 다 해주는 타입?ㅋㅋㅋㅋㅋㅋㅋㅋ 츤데레같은?? 근데 그날따라 더욱 더 까칠하게 굴더라.
알고보니 얘는 해주는거에는 별로 부담감이 없어도 받는거에는 부담감이 좀 큰가 보더라고.
여튼 약간의 말다툼과 여차저차 하면서 그 날 부터 내차로 같이 등교하게 되었어.
아침에 약속시간까지 차를 몰고가면 그 애가 기다리고 있다가 타서 같이 갔는데, 내가 아침으로 에너지바를 항상 챙겨먹었었거든.
같은 차를 타고 가는데 나만 먹기는 좀 그렇잖아? 그래서 두개씩 챙기고, 커피도 두잔씩 사고, 그랬거든. 많이 부담스러웠나봐
이제 같이 차타지 말재. 근데 그때 갑자기 헉, 하고 계속 같이 타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 돌이켜 생각해보면 어느정도 좋아하고 있었는데 자각을 못하고 있었던거지.
그래서 왜? 어짜피 같이가는데, 하면서 막 설득을 했어. 횡설수설 내가 뭐라는지도 모르고 한 10분간 설득을 하니, 걔가 고민고민하다가 말하더라. 앞으로 아침은 가져오지마.
근데 그말이 약간.. 어 뭐랄까 조금 서운함이 있긴있었지만 ,다음날 부터 난 착하게 아침을 내 시리얼바만 주머니에 넣고 왔어.
그리고 걔를 태웠는데, 걔가 차에 타더니 작은 쇼핑백에서 커피와 샌드위치를 꺼내는거야. 지가 직접 싼거. 아침으로 준비해온거야.
귀여웠어. 기분 좋았고. 나는 아침에 라떼를 꼭 한잔 챙겨먹는데, 기억하고 커피도 라떼로 챙겨오더라고. 그때는 정말 학교가는 하루하루가 기분 좋았어. 아침에 출발했냐?라고 주고받는 카톡과 같이 아침먹으면서 하는 등교, 걔는 끝나고 알바를 가야 하기 때문에 하교는 같이 안했지만, 1교시 등교도 기분 좋게 출발할 수 있는 힘이었지.
까칠한 성격답지 않게 손으로 뭔가를 만들기 좋아하던 그 애는, 어느날 갑자기 그 향기나는 포푸리?? 포퓰? 이름도 뭔지 모르겠네. 그거 있잖아 주머니에 담아서 향기나게 차에 달아놓는거. 그런거를 만들어서 내 차에 달아주기도 하고, 내가 늦잠을 자고 나와도 버스를 타고 가지 않고, 나를 기다리거나 목감기가 걸린 나를 위해 꿀차를 타오거나.. 그랬어. 재밌었어.
어느날은 등교 도중에 비가 주룩주룩 오는데, 나는 우산이 차 트렁크에 있었거든. 그래서 내려서 꺼내려고 했는데, 걔가 먼저 내리더니 내 쪽으로 와서 우산을 씌워줬어. 까칠한 말투로 "아 귀찮게 뭘 또 꺼내" 이러면서. 그래서 같은 우산을 쓰고 주차장에서 학교까지 걸어갔지.
토독토독 빗소리, 작은 우산이라 비에 안맞으려면 서로가 붙어있어야 했어. 작게 들리는 숨소리, 아무말 없었지만 마음이 간질간질 해졌었어.
학교가 끝날때까지 비가 그치지 않더라고, 수업이 끝나고 책을 챙겨서 일어나는데 걔가 오늘 알바 안간대. "어짜피 너 차까지 갈 우산 없잖아" 하면서 또 같은 우산을 쓰고 차까지 걸어왔어.
처음으로 내 차로 같이 하교하는데, 이유는 모르겠는데 정적이 흘렀어. 원래는 어느정도 간단한 대화를 하는데.. 분위기를 참을 수가 없어서 내 핸드폰을 연결해서 노래를 틀었어.
걔가 가만히 노래를 듣더니, 외국가수 XX를 아냐고 묻더라. 안다고 했지, 그 가수의 장르는 평소에 즐겨듣는 장르라고. 어? 걔 좋아하는 사람 드문데, 너도 좋아해? 어릴때부터 골수팬이었어. 아 진짜? 난 이 장르 들은지 오래되지는 않았어. 이 노래는 알아? 아 시끄러운건 별로라서, 그럼 이건?
그러고 걔가 노래를 딱 틀었는데, 그 노래가 너무 좋았어. 순간적으로 아무말도 못할 정도로 좋았어. 빗소리가 부딪혀 부서지는 소리랑 너무 잘 어울렸어. 노래가 너무 좋으니까 기분이 들뜨더라고. 기분좋게 제목을 적어두고 걔를 집 근처에 내려준 뒤, 혼자 집으로 오는 길에 노래를 틀었어. 근데 진짜 집에 돌아오면서 들은 그 노래가 , 나를 걔한테 반하게 한 것 같아.
아직도 그 순간을 잊지 못하겠어. 뭔가 내 속에서 탁 터져버리듯이, 속에 가만히 웅크리고있던 씨앗이 탁 발아하듯이 속이 뜨거워졌어. 손끝이 저릿한 느낌. 거울은 못봤지만 아마 얼굴에도 열이 올랐었겠지.
그게 사랑에 빠지는 느낌인가. 짜릿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정말 짜릿했다.
그렇게 나에게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어.
2. 진전 상황
그렇게 티를 냈으니, 아마 내가 좋아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지 않았을까. 여자 소개시켜줄게. 너는 어떤 사람이 좋아? 라는 나의 떠보는 질문에 그애는 솔직하게 대답했고, 나는 그에 맞추기 위해 무던하게 노력했어.
털털한 척, 귀여운 척, 게임이라고는 생전 해본적 없고 영화는 로맨스 밖에 안 좋아하지만, 그애와 취향을 맞추기 위해 게임을 시작하고 공포 스릴러 영화를 찾아봤다. 덕분에 짧은 시간이 나마 같은 게임을 하며 웃었고, 영화도 보았고, 영화보면서 자연스럽게 밥도 몇번 먹었지.
참 노력을 많이했어, 먼저 사랑에 빠진 쪽은 약자라고, 나는 그 애가 나에게 조금이라도 호감을 보일 수 있는 모든 요소를 찾아
그에 나를 맞췄고.. 그리고 나를 한없이 낮췄지. 그렇게 그애는 나에게서 아주 높아졌고, 나는 아주 낮아졌어.
카톡을 하다가 늦어지는 답장에, 그 애가 혹시 나에게 질림을 느낄까봐 절대 재촉하지 않았고 그 애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상처받아도 아닌 척, 대신 나는 그 애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을 말만 했지.
한 없이 낮아진 나는 새벽 내내 나를 괴롭혔어. 나에 대한 자책을 포함하여.. 끝도 없이 자존감을 낮추고 걱정하고, 혹시나 나중에 일어날 수도 있는 우리의 좋은 미래를 상상하며 혼자 설렜어.
나 혼자 슬픈 상상, 좋은 상상을 반복하며 그 애를 끝없이 지우고 살리고 잊었다가 기억해내고..
그 다음날은 아침에 그 애를 보기 전까지 감정이 폭발할듯 뒤섞이다가... 그 애를 보자마자 잠잠하게 가라앉았다.
그런 감정이 커지면, 커질수록.. 어쩌면 , 내가 그 애를 가지고 하는 모든 상상마저 그 애에게 죄악일까, 그것도 안하려 의식했어.
좋아하는 마음을 깨달은 후는 자연스럽게 행동한다는 것이 정말 힘들어.
사소한 것 하나하나 머릿속으로 어떻게 보일지 그 다음은 어떻게 할지 생각하게 되고, 그 애에게 잘보이려 더 잘하는게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로, 내 마음이 들킬까봐 오히려 더 반대로 행동하게 되었어.
그래도 제법 티가 났었는지. 얼마 후 그 애는 나랑 등교를 같이 안하겠다 했어.
나에게 하는 행동이 변했어. 선을 긋고 있구나 라는게 확연하게 느껴졌어. 오지 않는 카톡 답장, 읽지 않는 카톡. 더 이상 내게 말을 걸어주지 않았고, 나는 혹시나 말을 먼저 걸었을 때 그 애가 밀어낼 까봐, 먼저 말을 걸어 볼 엄두도 내지 못했어.
그렇게, 허망하게 2학년이 끝나버렸고, 나는 유럽여행을 떠났고, 그 애는 .. 글쎄 무엇을 했을까. 여튼 바빴는지 겨울방학 내내 연락되지 않았지. SNS도 안하는 애라 소식을 들을 수도 없었어.
3학년, 1학기를 들어가니.... 군대를 가기위해 휴학을 했대. 연락 한마디 없이. 그날 화장실에서 조용히 울었어.
그렇게 3학년 1학기 중간고사를 칠 때 쯤, 그러니까 벚꽃이 필 때쯤.. 갑자기 카톡이 왔어. 학교 근처인데 잠깐 얼굴이나 보자고.
그날 집에 도착했을 때 카톡을 받았지만, 다시 차를 타고 학교로 빠르게 밟았엌ㅋㅋㅋㅋㅋㅋ 근처였던척 하면서
사실 고백하려했어. 만나기 바로 직전까지 터질 듯이 밀려오는 감정을 도저히 입에서 삼킬 수 없을 것 같았어.
그렇게 만났는데, 여전히 내가 좋아하는 모습 그대로. 다른 친구들이랑 술집에 있더라 ㅠㅠ 그래서 아쉽게 고백을 못했지.
나를 부르더니, 내가 평소에 갖고싶어하던 펜을 줬어. 지나가다가 봤는데 내 생각나서 샀대. 그리고 5분 정도 뒤 안녕,하고 헤어졌어.
그날 밤 괜히 설레는 마음과 기대로 카톡을 해봤지만.. 나와 카톡을 더 이어나가고 싶어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 그리고 그애는 군대에 갔어.
3. 군대에서
사실 군대에 간 것도 다른 동기들을 통해 건너건너 들었어. 나는 3학년이 되고, 성격이 밝아지며 동기들과 잘 어울리게 되고 조금씩 꾸미기 시작하면서 여느 공대 여학생들 처럼 역하렘물 급의 고백과 대쉬를 받았지만, 마음 한구석 그 애가 너무나 걸려서 나는 그 어떤 남자와도 잘되지 못했어...
그 애와 사귄것도 아니고 뭣도 아니었지만, 혹시나 혹시나 하는 마음때문에 애인을 만들 생각도 안했어. 내 재생목록에는 항상 그 애와 함께 들었던 그 노래를 넣어두고 틈만나면 들으면서 .. 나 혼자만의 추억을 계속 돌이켜 보면서 지지리 궁상을 떨고 있었지..
그리고 그 애와 맞추기 위해 시작한 게임에 내가 빠져버렸어ㅋㅋㅋㅋㅋㅋ 덕분에 토익점수는 내 신발사이즈.. 어느 때 처럼 저녁을 먹고 한 두판정도만 해볼까 하고 접속했는데, 걔가 들어와있는거야. 반가움 마음에 아무생각 없이 말부터 걸었어. 걔도 반갑게 대답해주더라고, 그렇게 신나서 대화를 하며 은근하게 용기를 내어 왜 연락도 없이 군대갔냐, 섭섭했다, 미안 정신이 없어서 ㅋㅋㅋ 등등의 말도 가볍게 주고받았지.
하지만 더 연락하고 싶다, 편지 주소 알려달라 등의 말은 꺼내지 못했어.
대신 걔는 게임을 좋아하던 그 모습 그대로 휴가나 외박을 나오면 꼬박꼬박 게임에 접속했고, 나는 한달에 한번정도 접속하는 그 애를 매일매일 기다렸어. 한심하기 짝이 없지만, 그게 내 나름의 순수함이었으니..
그렇게 2년, 나는.. 여자보다는 게임 친구로써 더 가까워 질 수 있었어.
2년동안 내 게임 실력도 상승해 제법 걔와 맞춰가며 게임을 할 수 있게 되었거든. 휴가나 외박을 나오면 자연스럽게 나에게 연락해 게임하자고 그랬지. 그게 너무나도 행복했어. 한발짝 가까워졌다는게.. 그 애 제대를 하고 복학준비를 할 때, 나는 졸업을 하고 삼촌의 회사로 남들보다 수월하게 취업을 했어. 자연스럽게 정보를 공유해주고, 복학준비를 도왔지. 전보다 더 편안하게 서로를 대하는 게 느껴졌어.
안도감, 왜 느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상하게 느껴지는 안도감과... 그리고.. 그리고.. 아주 작게 피어나기 시작하는 기대감, 희망.
그래도 여전히 용기를 내지는 못했지. 이런 편안한 친구관계를 잃고싶지 않았어. 이렇게라도 가까이 있었으면 했어.
걔가 없는 하루하루가 상상이 도저히 가지 않았어.
그래도, 나름대로 부푸는 희망은 하루하루 자라났지.
그걸 한순간에 짓밟는 상황이 또 나타나..ㅎㅎㅎㅎㅅㅂ
4. 여자친구
그 애에게 여자친구가 생겼어
우리집과 삼촌의 회사는 아주 가까웠지. 그 말은 즉 그 애의 집과도 상당히 가까웠어. 내가 회사 끝나고 걔와 동네에서 맥주 한두잔 하는 일이 많아졌고, 그날 역시도 서로 불금을 태우기 위해 저녁에 맥주약속을 잡았는데, 그 날따라 밤공기가 시원하다면서, 그 애는 우리 회사앞으로 나를 데리러 왔었지.
나는 같은 팀 언니와 함께 퇴근을 하고 있었는데. 나를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걔가 몸에 좀 붙는 추리닝 차림으로 손을 흔들고 있었어.
오, 운동좀 한다더니 몸이 꽤 이쁘게 자리잡고있네? 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옆에서 언니가 툭툭치며 묻더라, 남자친구? 아 아니요 친구에요 ㅋㅋㅋ 하니까 아~ 그냥 친구야? 하는데, 걔가 마침 우리에게 다가왔지. 거기에서 아뇨 좋아하는 친구요 하면 완전 고백이잖아. 후, 그래서
"네 ㅋㅋ 그냥 친한친구에요 ㅋㅋㅋ" 라고했어.
내 인생 최대의 실수중에 하나야.. 내 인생 최악의 실수가 3개 있는데, 하나는 대학을 하필 그 학교에 입학한것, 하나는 과를 하필 컴공과로 선택한것. 세번째는 바로 저거야.
번호 좀 주실래요?
내가 지금 무슨말을 들은건가 ㅋㅋㅋㅋㅋㅋㅋ 머리를 쿵 한대 맞은 느낌이었어. 그리고 마음 한구석에서는 에이.ㅋ 주겠냐 싶은 마음도 약간 있었는데, 걔 표정이, 어.. 뭐랄까.. 그래 싫지 않아보였어. 어떻게 그런 표정 캐치는 정말 잘하는지.. 그건 정말 사랑에 빠진 사람의 특권이겠지.
그렇게 가만히 관찰해보니, 둘이 어울리더라.
꽤 귀염상에 성격도 밝고 활기차고... 털털하고.. 게임 좋아하고.. 생각해보니 내가 애써서 맞추려고 했던 모습은, 그 언니에게 자연스럽게 녹아있더라. 언니를 보면서 깨달았어, 아, 운명의 상대는 내가 아니었구나.
내 눈치를 보며 우물쭈물하던 걔는, 안주길 바랬지만, 번호를 찍어줬지.
그날 맥주 안마셨어.. 그냥 집에 와서 하염없이 울었어. 내가 그 애의 짝이길 바랬고, 운명이길 바랬는데, 가만히 옆에서 바라보니, 참 잘 어울리더라. 슬로우 모션처럼 번호를 주는 장면이 기억나. 엉엉 울었어, 내가 내 안에 녹이려했던 그 모습들이 언니에게서 자연스럽게 뿜뿜된다는게 질투났어. 그리고 빠르게 수긍했어. 그 애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여자가 어떤 사람인지는, 내가 제일 잘 알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수긍과 체념은 다른거지.
그 다음다음날, 일요일에는 , 걔가 먼저 나를 불렀어. 꼼장어에 소주한잔 하자고. 술 한잔 하고 있는데, 걔가 먼저 말 꺼낼 기미가 안보여서 내가 먼저 물었지. 언니랑은 연락해? 어? 어..
살짝 굳어지는 표정에 기대하고 물었어. 왜? 잘안되어가???
걔가 그때 조심스럽게 말해줬지, 사실, 나는 여자랑 연락 오래 잘 못해. 아무리 좋아도, 아니 솔직히 연락할때는 좋거든? 근데 어느 순간 뭔가 현자타임처럼 찾아와. 부질없는 짓 같이 느껴. 왜 그러지. 그래서 연애를 못하겠어. 내가 빨리 여자에게.. 질.. 질리는건가 이게? 하튼 그런 감정을 느껴버리니까, 연락하기도 싫어지고 막.. 그러더라. 그래서 상처줄까봐 시작도 못하겠네.
그 말을 듣고 내 20살 초반의 그 애의 행동이 납득이 갔지. 마음속에서 꼬이고꼬였던 매듭들,
나 좋아한거 아니었어? 나에게 마음 있는거 아니었어? 나랑 썸타던거 아니었나? 내가 많이 싫었나 내가 뭐 잘못했나 왜 나를 밀어냈을까
그 모든 감정들이 착착착 딱 맞아떨어졌지. 아, 그래서 그랬었구나. 그때 나에게 그래서 그랬던 거구나,
그리고 동시에 불안해졌어. 그 얘기는, 이 언니와.. 잘해볼 마음이 있어서, 시작하고 싶어서 나에게 고민을 털어놓는 건가.
아니면 이 사건을 핑계로, 옛날 나에게 했던 본인의 행동을 변명하는 건가...
복잡하고 꼬여있는 머릿속을 탈탈 털어서 할말을 정리했는데, 정말 내 맘과는 다른 반대의 말이 나가더라.
"일단, 한번 해봐. 질리는지 아닌지 해봐야 알지.."
하지말라고 말렸어야지!!!!!!!!으아아ㅏ!!!!!!!!!! 하여튼 난 그렇게 말했고, 얼마 안가 둘은 사귀었지 행숑!!강ㄹ ㅓㅁ;ㅏㅣㅂ!!!으앙!!
그래. 그랬어.
5. 결혼
처음에는 억울했지.. 내가 먼저 좋아했고 내가 먼저였는데 왜 나는 사귀지 못했나, 왜, 내가 만약 그때 좀더 용기를 냈다면 나는 얘랑 사귈 수 있었을 까? 멘탈은 산산조각이 났고, 난 억지로 휴가를 내서 집에 틀어박혔어. 도저히 회사를 가서 언니를 볼 자신이 없었고, 삼촌을 이용해 유치하게 언니에게 복수하고 싶은 마음도 없었어. 하지만 눈물은 멈추지 않고 흘렀고, 머릿속이 정지한 것처럼 내가 어떻게 무엇을 해야하는지.. 아무것도 알지 못했어.
그렇게 하루, 이틀이 지나니까 미운 마음은 천천히 내려앉더라.
왜냐면 좋아하는 마음이 더 컸거든. 너무 오래 좋아하고, 너무 깊게 좋아하고 있었어.
행복하길 바랬어. 그래, 내가 못가지지만, 계속 행복하고 그 애가 웃고 사랑받았으면, 그런 마음이 컸어.
그래서 다시 회사를 나갔지. 언니를 보고 아무렇지 않게 대하려고 노력했어. 그 애는 더 이상 만나지 않았어. 여자친구가 있으니까..
이제 내 자리가 아닐테니까...
여자친구 있는 남자에게 연락하는게 얼마나 둘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지도 잘 아니까. 하지 않았어. 그저, 행복했으면.
언니가 가끔 걔의 툭툭쏘는 말투나 행동으로 고민 상담을 할 때도, 최대한 그 애를 변호해주고 이해를 시키려 했어.
잘 사귀더라.
일부러 더 자세히 알려하지는 않았어. 열어보면 너무 괴로울것 같아서
그리고... 음..ㅎ 저번주에 , 둘이 날 만나서 밥을 사주고 싶다했어. 그냥, 이렇게 좋아하는 마음 조차 죄인건 알지만
오랜만에 그 애가 너무 보고싶어서 그 자리에 나갔어. 그리고 내 앞에 내밀어진 청첩장.
왜이렇게 서둘렀어?
떨리는 내 목소리는 도저히 축복의 말을 꺼낼 수 없었어.
사고쳤대.
양가 부모님께 벌써 허락 맡았대.
왜, 어째서 그 중간의 과정동안 내게 귀띔도 하지 않았을까. 물어봤어, 그.. 힘들었을 텐데 나한테 말이라도 하지..
좋은일도 아닌데 어떻게 말해 . 이제 결혼 결정났으니, 이제서야 말하려고.
아. 그렇구나. 온 힘을 다해 쥐어짜서 말했어. 축하해. 행복하게 잘 살아
축하해. 행복하게 잘 살아야지..
그 후로 내게 말을 거는 둘의 목소리를.. 마치 저 멀리서 울리는 소리처럼 제대로 귀담아 듣지 않았어.
내 꿈, 어느날 품었던 나의 희망, 언젠가 너와 함께 할 수 있을거라고 했던 모든 미래에 대한 상상
그 모든 것이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흰 종이에 정갈하게 쓰여, 내 앞에 내밀어져 있었으니까.
6. 그후
일주일을 앓아누웠어. 사람이 마음 속 깊은 곳에 응어리가 생기면, 온 몸에 열이나고 한숨이 계속 나오면서, 눈물만 차오르고 답답하고 그러더라. 그리고... 체념하기 시작했지.
그 애가 여자친구를 사귀게 되면서, 그때 그 노래, 그 애가 추천해줬던 그노래. 그 노래를 들으면 아프고 슬플까봐 틀지도 못하고 있었는데,
가만히 틀어두고 몇시간동안 생각했어. 20살 초반, 너와 함께했던 한 순간 한 순간과, 나 혼자 상상으로 이뤄냈던 너와 나의 미래.. 속으로 곱씹기만 하고 절대 입밖으로 꺼내지 못했던 고백.
파- 하고 터지는 니 웃음과 짖궂었던 장난들, 게임할 때 나오는 너의 말버릇과 손톱을 물어뜯는 버릇, 밥먹을 때 젓가락을 자주 내려놓는 버릇과 나를 애칭을 붙혀 부르던 니 장난, 곤란한 상황마다 나를 도와주던 더 어리던 니 모습, 난 정말 그 애를 잘 알고 있더라.
나더러 눈썰미가 좋다고 했었어. 수많은 사람들이 있는 그 길속에서 어떻게 자신을 딱 알아 볼 수 있는지,
그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너를 찾아낼 수 있는건, 너를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던 나의 특권.
다른건 몰라도, 이 세상에서 부모님 다음으로 널 이만큼 좋아할 수 있는건 나 밖에 없다고 자신만만 했어 나는.
이제 , 그 모든 것을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넘겨줘야겠지
4년 8개월의 시간을 체념하기에 일주일은 생각보다 짧은 시간이라고 생각해. 나는 빠른 시간으로 너를 정리했다.
나도 이제 연애하고, 사랑을 주는것 뿐만 아니라 받아보고, 그리고 이젠 너는 내 가슴아프지 않은 추억이 되도록...
노래는 죄가 없으니, 여전히 내 재생목록 제일 위에 놔둘꺼야.
뜨겁게 폭발하던 마음이, 천천히... 식은 줄 알았더니 그 터져나온 마음 그대로 단단하게 굳어있었구나. 이젠 떼어내려구.
흔적은 오래가겠지만 영원하진 않겠지?
긴 글 읽어줘서 고마워.
안녕, 잘가. 내 마음을 다 바쳐 사랑한 H.
아주 즐거운 리뷰들 열심히 잘 읽고 있어.
쓸까 말까 백번은 아니, 사실 백번안함 ㅋ 그래도 여러번 고민했어. 그래도 한번도 전하지 못한 이야기가 있어서
이렇게 당나귀기라고 외치듯 익명의 힘을 빌려 외쳐보려고.
난 누구나 한번쯤, 아프게 겪어본 짝사랑을 리뷰할꺼야.
더 길게 해본 사람도 있겠지만, 내 짝사랑은 좀 특별해. 왜냐면 4년 8개월 이라는 시간을 버텨줬거든.
그리고 오늘 끝났어.
그애가 ㅁㅇ너람ㅇ라 청ㅊㅂ장을 ㅇㄹ;ㅓㅁㅇ 암;ㄹ
청첩장을 받았어 ^^...
사실 괜찮지 않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후 아니야 나를 부정한게 1주일. 그리고 오늘 완벽하게 정리했다.
잘가라, 사랑했다!!!!!!!!!!!!!
돌이켜보면 , 나는 정말 순수하고 아프게 좋아한것 같다.
그래서 한번 써보기라도 해보려고. 나의 고귀했던 시간.
조금 오글거리고 드라마틱할지 모르지만 잘 봐줘..후..
1. 사랑에 빠진 계기
우선, 나는 서울사는 26살 여자야. 모태솔로는 아니고, 이 망할 짝사랑을 시작하기 전에는 뜨문뜨문 어린 연애도 좀 했었어.
운 좋게 유복한 부모님을 만나 20살 초반부터 가끔 차를 끌고 다녔고, 인 서울 상위권 대학에서 컴퓨터공학과를 전공했지.
여중-여고를 나와서 남자들 드글드글한 공대로 진학하면, 초반에 멘탈이 터져. 나만 그런지는 몰라도...
생각하는것도 너무 다르고, 난 별로 남자애들이랑 그렇게 잘 맞는 성격이 아니었거든. 잘 놀지도 못하고.. 대화도 재밌지 않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철벽을 치고, 공대녀임에도 불구하고 친구도 없고, 혼자 밥먹고 혼자 수업다니면서 그렇게 1학년을 보냈어.
또 혼자 일거라고 생각한 2학년, 1년이나 지났지만 우리과가 누가누가 있는지도 모르고 있었는데, 전공 수업 도중 그 애가 내 옆에 앉더니
내가 슬쩍 쳐다보자 멋쩍게 웃으며, 뒤에 너무시끄러워서. 라고 했지. 솔직히 그땐 별로 대수롭게 신경쓰지 않고 있어서 "엉;" 한마디로 우리둘의 첫 대화가 끝났어.
학생회였던 그 애는 과에서 몇 없는 여자이자 그 여자들 중 유일한 아싸인 나를 살뜰하게 챙겼어.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과에서 그나마 제일 말을 많이 하는 친구는 걔였고, 애들이랑 쉽게 어울리지 못해서 찾아오는 민망한 상황에서 나를 잘 챙겨줬어. 무언가 짝을 지어서 해야하는 과제에서 혼자 덩그러니 서있는 나를 챙겨준다던가.. 그런거.
그때까지는 좋아하지는 않았는데, 나도 모르게 의지하고 있었지. 학교에오면 걔 부터 먼저 찾고, 걔 덕분에 걔 주변의 애들과 좀 친해지면서 과생활이 조금씩 풀리고 있었어. 사실 내가 애들과 못어울린거라 그렇게 꼬인건 아니었지만ㅋㅋㅋㅋㅋ
그러고, 어느날 1교시 수업인데 버스를 놓치는 바람에 내 차를 몰고 학교를 가고 있었는데, 신호에 걸려 서있는데 횡단보도로 걔가 건너고 있더라고. 집이 가까웠던거야 ㅋㅋㅋㅋ 바로 전화해서 차에 태웠어.
사실 나한테 해준 행동은 행동만 들으면 좀 다정한 친구였지만, 생각보다 그렇게 다정한 성격은 아니었거든. 말하고 하는게 좀 까칠했어 마치 김리뷰처럼 ㅋㅋㅋㅋㅋ 까칠하게 말하면서 할거 다 해주는 타입?ㅋㅋㅋㅋㅋㅋㅋㅋ 츤데레같은?? 근데 그날따라 더욱 더 까칠하게 굴더라.
알고보니 얘는 해주는거에는 별로 부담감이 없어도 받는거에는 부담감이 좀 큰가 보더라고.
여튼 약간의 말다툼과 여차저차 하면서 그 날 부터 내차로 같이 등교하게 되었어.
아침에 약속시간까지 차를 몰고가면 그 애가 기다리고 있다가 타서 같이 갔는데, 내가 아침으로 에너지바를 항상 챙겨먹었었거든.
같은 차를 타고 가는데 나만 먹기는 좀 그렇잖아? 그래서 두개씩 챙기고, 커피도 두잔씩 사고, 그랬거든. 많이 부담스러웠나봐
이제 같이 차타지 말재. 근데 그때 갑자기 헉, 하고 계속 같이 타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 돌이켜 생각해보면 어느정도 좋아하고 있었는데 자각을 못하고 있었던거지.
그래서 왜? 어짜피 같이가는데, 하면서 막 설득을 했어. 횡설수설 내가 뭐라는지도 모르고 한 10분간 설득을 하니, 걔가 고민고민하다가 말하더라. 앞으로 아침은 가져오지마.
근데 그말이 약간.. 어 뭐랄까 조금 서운함이 있긴있었지만 ,다음날 부터 난 착하게 아침을 내 시리얼바만 주머니에 넣고 왔어.
그리고 걔를 태웠는데, 걔가 차에 타더니 작은 쇼핑백에서 커피와 샌드위치를 꺼내는거야. 지가 직접 싼거. 아침으로 준비해온거야.
귀여웠어. 기분 좋았고. 나는 아침에 라떼를 꼭 한잔 챙겨먹는데, 기억하고 커피도 라떼로 챙겨오더라고. 그때는 정말 학교가는 하루하루가 기분 좋았어. 아침에 출발했냐?라고 주고받는 카톡과 같이 아침먹으면서 하는 등교, 걔는 끝나고 알바를 가야 하기 때문에 하교는 같이 안했지만, 1교시 등교도 기분 좋게 출발할 수 있는 힘이었지.
까칠한 성격답지 않게 손으로 뭔가를 만들기 좋아하던 그 애는, 어느날 갑자기 그 향기나는 포푸리?? 포퓰? 이름도 뭔지 모르겠네. 그거 있잖아 주머니에 담아서 향기나게 차에 달아놓는거. 그런거를 만들어서 내 차에 달아주기도 하고, 내가 늦잠을 자고 나와도 버스를 타고 가지 않고, 나를 기다리거나 목감기가 걸린 나를 위해 꿀차를 타오거나.. 그랬어. 재밌었어.
어느날은 등교 도중에 비가 주룩주룩 오는데, 나는 우산이 차 트렁크에 있었거든. 그래서 내려서 꺼내려고 했는데, 걔가 먼저 내리더니 내 쪽으로 와서 우산을 씌워줬어. 까칠한 말투로 "아 귀찮게 뭘 또 꺼내" 이러면서. 그래서 같은 우산을 쓰고 주차장에서 학교까지 걸어갔지.
토독토독 빗소리, 작은 우산이라 비에 안맞으려면 서로가 붙어있어야 했어. 작게 들리는 숨소리, 아무말 없었지만 마음이 간질간질 해졌었어.
학교가 끝날때까지 비가 그치지 않더라고, 수업이 끝나고 책을 챙겨서 일어나는데 걔가 오늘 알바 안간대. "어짜피 너 차까지 갈 우산 없잖아" 하면서 또 같은 우산을 쓰고 차까지 걸어왔어.
처음으로 내 차로 같이 하교하는데, 이유는 모르겠는데 정적이 흘렀어. 원래는 어느정도 간단한 대화를 하는데.. 분위기를 참을 수가 없어서 내 핸드폰을 연결해서 노래를 틀었어.
걔가 가만히 노래를 듣더니, 외국가수 XX를 아냐고 묻더라. 안다고 했지, 그 가수의 장르는 평소에 즐겨듣는 장르라고. 어? 걔 좋아하는 사람 드문데, 너도 좋아해? 어릴때부터 골수팬이었어. 아 진짜? 난 이 장르 들은지 오래되지는 않았어. 이 노래는 알아? 아 시끄러운건 별로라서, 그럼 이건?
그러고 걔가 노래를 딱 틀었는데, 그 노래가 너무 좋았어. 순간적으로 아무말도 못할 정도로 좋았어. 빗소리가 부딪혀 부서지는 소리랑 너무 잘 어울렸어. 노래가 너무 좋으니까 기분이 들뜨더라고. 기분좋게 제목을 적어두고 걔를 집 근처에 내려준 뒤, 혼자 집으로 오는 길에 노래를 틀었어. 근데 진짜 집에 돌아오면서 들은 그 노래가 , 나를 걔한테 반하게 한 것 같아.
아직도 그 순간을 잊지 못하겠어. 뭔가 내 속에서 탁 터져버리듯이, 속에 가만히 웅크리고있던 씨앗이 탁 발아하듯이 속이 뜨거워졌어. 손끝이 저릿한 느낌. 거울은 못봤지만 아마 얼굴에도 열이 올랐었겠지.
그게 사랑에 빠지는 느낌인가. 짜릿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정말 짜릿했다.
그렇게 나에게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어.
2. 진전 상황
그렇게 티를 냈으니, 아마 내가 좋아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지 않았을까. 여자 소개시켜줄게. 너는 어떤 사람이 좋아? 라는 나의 떠보는 질문에 그애는 솔직하게 대답했고, 나는 그에 맞추기 위해 무던하게 노력했어.
털털한 척, 귀여운 척, 게임이라고는 생전 해본적 없고 영화는 로맨스 밖에 안 좋아하지만, 그애와 취향을 맞추기 위해 게임을 시작하고 공포 스릴러 영화를 찾아봤다. 덕분에 짧은 시간이 나마 같은 게임을 하며 웃었고, 영화도 보았고, 영화보면서 자연스럽게 밥도 몇번 먹었지.
참 노력을 많이했어, 먼저 사랑에 빠진 쪽은 약자라고, 나는 그 애가 나에게 조금이라도 호감을 보일 수 있는 모든 요소를 찾아
그에 나를 맞췄고.. 그리고 나를 한없이 낮췄지. 그렇게 그애는 나에게서 아주 높아졌고, 나는 아주 낮아졌어.
카톡을 하다가 늦어지는 답장에, 그 애가 혹시 나에게 질림을 느낄까봐 절대 재촉하지 않았고 그 애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상처받아도 아닌 척, 대신 나는 그 애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을 말만 했지.
한 없이 낮아진 나는 새벽 내내 나를 괴롭혔어. 나에 대한 자책을 포함하여.. 끝도 없이 자존감을 낮추고 걱정하고, 혹시나 나중에 일어날 수도 있는 우리의 좋은 미래를 상상하며 혼자 설렜어.
나 혼자 슬픈 상상, 좋은 상상을 반복하며 그 애를 끝없이 지우고 살리고 잊었다가 기억해내고..
그 다음날은 아침에 그 애를 보기 전까지 감정이 폭발할듯 뒤섞이다가... 그 애를 보자마자 잠잠하게 가라앉았다.
그런 감정이 커지면, 커질수록.. 어쩌면 , 내가 그 애를 가지고 하는 모든 상상마저 그 애에게 죄악일까, 그것도 안하려 의식했어.
좋아하는 마음을 깨달은 후는 자연스럽게 행동한다는 것이 정말 힘들어.
사소한 것 하나하나 머릿속으로 어떻게 보일지 그 다음은 어떻게 할지 생각하게 되고, 그 애에게 잘보이려 더 잘하는게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로, 내 마음이 들킬까봐 오히려 더 반대로 행동하게 되었어.
그래도 제법 티가 났었는지. 얼마 후 그 애는 나랑 등교를 같이 안하겠다 했어.
나에게 하는 행동이 변했어. 선을 긋고 있구나 라는게 확연하게 느껴졌어. 오지 않는 카톡 답장, 읽지 않는 카톡. 더 이상 내게 말을 걸어주지 않았고, 나는 혹시나 말을 먼저 걸었을 때 그 애가 밀어낼 까봐, 먼저 말을 걸어 볼 엄두도 내지 못했어.
그렇게, 허망하게 2학년이 끝나버렸고, 나는 유럽여행을 떠났고, 그 애는 .. 글쎄 무엇을 했을까. 여튼 바빴는지 겨울방학 내내 연락되지 않았지. SNS도 안하는 애라 소식을 들을 수도 없었어.
3학년, 1학기를 들어가니.... 군대를 가기위해 휴학을 했대. 연락 한마디 없이. 그날 화장실에서 조용히 울었어.
그렇게 3학년 1학기 중간고사를 칠 때 쯤, 그러니까 벚꽃이 필 때쯤.. 갑자기 카톡이 왔어. 학교 근처인데 잠깐 얼굴이나 보자고.
그날 집에 도착했을 때 카톡을 받았지만, 다시 차를 타고 학교로 빠르게 밟았엌ㅋㅋㅋㅋㅋㅋ 근처였던척 하면서
사실 고백하려했어. 만나기 바로 직전까지 터질 듯이 밀려오는 감정을 도저히 입에서 삼킬 수 없을 것 같았어.
그렇게 만났는데, 여전히 내가 좋아하는 모습 그대로. 다른 친구들이랑 술집에 있더라 ㅠㅠ 그래서 아쉽게 고백을 못했지.
나를 부르더니, 내가 평소에 갖고싶어하던 펜을 줬어. 지나가다가 봤는데 내 생각나서 샀대. 그리고 5분 정도 뒤 안녕,하고 헤어졌어.
그날 밤 괜히 설레는 마음과 기대로 카톡을 해봤지만.. 나와 카톡을 더 이어나가고 싶어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 그리고 그애는 군대에 갔어.
3. 군대에서
사실 군대에 간 것도 다른 동기들을 통해 건너건너 들었어. 나는 3학년이 되고, 성격이 밝아지며 동기들과 잘 어울리게 되고 조금씩 꾸미기 시작하면서 여느 공대 여학생들 처럼 역하렘물 급의 고백과 대쉬를 받았지만, 마음 한구석 그 애가 너무나 걸려서 나는 그 어떤 남자와도 잘되지 못했어...
그 애와 사귄것도 아니고 뭣도 아니었지만, 혹시나 혹시나 하는 마음때문에 애인을 만들 생각도 안했어. 내 재생목록에는 항상 그 애와 함께 들었던 그 노래를 넣어두고 틈만나면 들으면서 .. 나 혼자만의 추억을 계속 돌이켜 보면서 지지리 궁상을 떨고 있었지..
그리고 그 애와 맞추기 위해 시작한 게임에 내가 빠져버렸어ㅋㅋㅋㅋㅋㅋ 덕분에 토익점수는 내 신발사이즈.. 어느 때 처럼 저녁을 먹고 한 두판정도만 해볼까 하고 접속했는데, 걔가 들어와있는거야. 반가움 마음에 아무생각 없이 말부터 걸었어. 걔도 반갑게 대답해주더라고, 그렇게 신나서 대화를 하며 은근하게 용기를 내어 왜 연락도 없이 군대갔냐, 섭섭했다, 미안 정신이 없어서 ㅋㅋㅋ 등등의 말도 가볍게 주고받았지.
하지만 더 연락하고 싶다, 편지 주소 알려달라 등의 말은 꺼내지 못했어.
대신 걔는 게임을 좋아하던 그 모습 그대로 휴가나 외박을 나오면 꼬박꼬박 게임에 접속했고, 나는 한달에 한번정도 접속하는 그 애를 매일매일 기다렸어. 한심하기 짝이 없지만, 그게 내 나름의 순수함이었으니..
그렇게 2년, 나는.. 여자보다는 게임 친구로써 더 가까워 질 수 있었어.
2년동안 내 게임 실력도 상승해 제법 걔와 맞춰가며 게임을 할 수 있게 되었거든. 휴가나 외박을 나오면 자연스럽게 나에게 연락해 게임하자고 그랬지. 그게 너무나도 행복했어. 한발짝 가까워졌다는게.. 그 애 제대를 하고 복학준비를 할 때, 나는 졸업을 하고 삼촌의 회사로 남들보다 수월하게 취업을 했어. 자연스럽게 정보를 공유해주고, 복학준비를 도왔지. 전보다 더 편안하게 서로를 대하는 게 느껴졌어.
안도감, 왜 느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상하게 느껴지는 안도감과... 그리고.. 그리고.. 아주 작게 피어나기 시작하는 기대감, 희망.
그래도 여전히 용기를 내지는 못했지. 이런 편안한 친구관계를 잃고싶지 않았어. 이렇게라도 가까이 있었으면 했어.
걔가 없는 하루하루가 상상이 도저히 가지 않았어.
그래도, 나름대로 부푸는 희망은 하루하루 자라났지.
그걸 한순간에 짓밟는 상황이 또 나타나..ㅎㅎㅎㅎㅅㅂ
4. 여자친구
그 애에게 여자친구가 생겼어
우리집과 삼촌의 회사는 아주 가까웠지. 그 말은 즉 그 애의 집과도 상당히 가까웠어. 내가 회사 끝나고 걔와 동네에서 맥주 한두잔 하는 일이 많아졌고, 그날 역시도 서로 불금을 태우기 위해 저녁에 맥주약속을 잡았는데, 그 날따라 밤공기가 시원하다면서, 그 애는 우리 회사앞으로 나를 데리러 왔었지.
나는 같은 팀 언니와 함께 퇴근을 하고 있었는데. 나를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걔가 몸에 좀 붙는 추리닝 차림으로 손을 흔들고 있었어.
오, 운동좀 한다더니 몸이 꽤 이쁘게 자리잡고있네? 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옆에서 언니가 툭툭치며 묻더라, 남자친구? 아 아니요 친구에요 ㅋㅋㅋ 하니까 아~ 그냥 친구야? 하는데, 걔가 마침 우리에게 다가왔지. 거기에서 아뇨 좋아하는 친구요 하면 완전 고백이잖아. 후, 그래서
"네 ㅋㅋ 그냥 친한친구에요 ㅋㅋㅋ" 라고했어.
내 인생 최대의 실수중에 하나야.. 내 인생 최악의 실수가 3개 있는데, 하나는 대학을 하필 그 학교에 입학한것, 하나는 과를 하필 컴공과로 선택한것. 세번째는 바로 저거야.
번호 좀 주실래요?
내가 지금 무슨말을 들은건가 ㅋㅋㅋㅋㅋㅋㅋ 머리를 쿵 한대 맞은 느낌이었어. 그리고 마음 한구석에서는 에이.ㅋ 주겠냐 싶은 마음도 약간 있었는데, 걔 표정이, 어.. 뭐랄까.. 그래 싫지 않아보였어. 어떻게 그런 표정 캐치는 정말 잘하는지.. 그건 정말 사랑에 빠진 사람의 특권이겠지.
그렇게 가만히 관찰해보니, 둘이 어울리더라.
꽤 귀염상에 성격도 밝고 활기차고... 털털하고.. 게임 좋아하고.. 생각해보니 내가 애써서 맞추려고 했던 모습은, 그 언니에게 자연스럽게 녹아있더라. 언니를 보면서 깨달았어, 아, 운명의 상대는 내가 아니었구나.
내 눈치를 보며 우물쭈물하던 걔는, 안주길 바랬지만, 번호를 찍어줬지.
그날 맥주 안마셨어.. 그냥 집에 와서 하염없이 울었어. 내가 그 애의 짝이길 바랬고, 운명이길 바랬는데, 가만히 옆에서 바라보니, 참 잘 어울리더라. 슬로우 모션처럼 번호를 주는 장면이 기억나. 엉엉 울었어, 내가 내 안에 녹이려했던 그 모습들이 언니에게서 자연스럽게 뿜뿜된다는게 질투났어. 그리고 빠르게 수긍했어. 그 애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여자가 어떤 사람인지는, 내가 제일 잘 알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수긍과 체념은 다른거지.
그 다음다음날, 일요일에는 , 걔가 먼저 나를 불렀어. 꼼장어에 소주한잔 하자고. 술 한잔 하고 있는데, 걔가 먼저 말 꺼낼 기미가 안보여서 내가 먼저 물었지. 언니랑은 연락해? 어? 어..
살짝 굳어지는 표정에 기대하고 물었어. 왜? 잘안되어가???
걔가 그때 조심스럽게 말해줬지, 사실, 나는 여자랑 연락 오래 잘 못해. 아무리 좋아도, 아니 솔직히 연락할때는 좋거든? 근데 어느 순간 뭔가 현자타임처럼 찾아와. 부질없는 짓 같이 느껴. 왜 그러지. 그래서 연애를 못하겠어. 내가 빨리 여자에게.. 질.. 질리는건가 이게? 하튼 그런 감정을 느껴버리니까, 연락하기도 싫어지고 막.. 그러더라. 그래서 상처줄까봐 시작도 못하겠네.
그 말을 듣고 내 20살 초반의 그 애의 행동이 납득이 갔지. 마음속에서 꼬이고꼬였던 매듭들,
나 좋아한거 아니었어? 나에게 마음 있는거 아니었어? 나랑 썸타던거 아니었나? 내가 많이 싫었나 내가 뭐 잘못했나 왜 나를 밀어냈을까
그 모든 감정들이 착착착 딱 맞아떨어졌지. 아, 그래서 그랬었구나. 그때 나에게 그래서 그랬던 거구나,
그리고 동시에 불안해졌어. 그 얘기는, 이 언니와.. 잘해볼 마음이 있어서, 시작하고 싶어서 나에게 고민을 털어놓는 건가.
아니면 이 사건을 핑계로, 옛날 나에게 했던 본인의 행동을 변명하는 건가...
복잡하고 꼬여있는 머릿속을 탈탈 털어서 할말을 정리했는데, 정말 내 맘과는 다른 반대의 말이 나가더라.
"일단, 한번 해봐. 질리는지 아닌지 해봐야 알지.."
하지말라고 말렸어야지!!!!!!!!으아아ㅏ!!!!!!!!!! 하여튼 난 그렇게 말했고, 얼마 안가 둘은 사귀었지 행숑!!강ㄹ ㅓㅁ;ㅏㅣㅂ!!!으앙!!
그래. 그랬어.
5. 결혼
처음에는 억울했지.. 내가 먼저 좋아했고 내가 먼저였는데 왜 나는 사귀지 못했나, 왜, 내가 만약 그때 좀더 용기를 냈다면 나는 얘랑 사귈 수 있었을 까? 멘탈은 산산조각이 났고, 난 억지로 휴가를 내서 집에 틀어박혔어. 도저히 회사를 가서 언니를 볼 자신이 없었고, 삼촌을 이용해 유치하게 언니에게 복수하고 싶은 마음도 없었어. 하지만 눈물은 멈추지 않고 흘렀고, 머릿속이 정지한 것처럼 내가 어떻게 무엇을 해야하는지.. 아무것도 알지 못했어.
그렇게 하루, 이틀이 지나니까 미운 마음은 천천히 내려앉더라.
왜냐면 좋아하는 마음이 더 컸거든. 너무 오래 좋아하고, 너무 깊게 좋아하고 있었어.
행복하길 바랬어. 그래, 내가 못가지지만, 계속 행복하고 그 애가 웃고 사랑받았으면, 그런 마음이 컸어.
그래서 다시 회사를 나갔지. 언니를 보고 아무렇지 않게 대하려고 노력했어. 그 애는 더 이상 만나지 않았어. 여자친구가 있으니까..
이제 내 자리가 아닐테니까...
여자친구 있는 남자에게 연락하는게 얼마나 둘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지도 잘 아니까. 하지 않았어. 그저, 행복했으면.
언니가 가끔 걔의 툭툭쏘는 말투나 행동으로 고민 상담을 할 때도, 최대한 그 애를 변호해주고 이해를 시키려 했어.
잘 사귀더라.
일부러 더 자세히 알려하지는 않았어. 열어보면 너무 괴로울것 같아서
그리고... 음..ㅎ 저번주에 , 둘이 날 만나서 밥을 사주고 싶다했어. 그냥, 이렇게 좋아하는 마음 조차 죄인건 알지만
오랜만에 그 애가 너무 보고싶어서 그 자리에 나갔어. 그리고 내 앞에 내밀어진 청첩장.
왜이렇게 서둘렀어?
떨리는 내 목소리는 도저히 축복의 말을 꺼낼 수 없었어.
사고쳤대.
양가 부모님께 벌써 허락 맡았대.
왜, 어째서 그 중간의 과정동안 내게 귀띔도 하지 않았을까. 물어봤어, 그.. 힘들었을 텐데 나한테 말이라도 하지..
좋은일도 아닌데 어떻게 말해 . 이제 결혼 결정났으니, 이제서야 말하려고.
아. 그렇구나. 온 힘을 다해 쥐어짜서 말했어. 축하해. 행복하게 잘 살아
축하해. 행복하게 잘 살아야지..
그 후로 내게 말을 거는 둘의 목소리를.. 마치 저 멀리서 울리는 소리처럼 제대로 귀담아 듣지 않았어.
내 꿈, 어느날 품었던 나의 희망, 언젠가 너와 함께 할 수 있을거라고 했던 모든 미래에 대한 상상
그 모든 것이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흰 종이에 정갈하게 쓰여, 내 앞에 내밀어져 있었으니까.
6. 그후
일주일을 앓아누웠어. 사람이 마음 속 깊은 곳에 응어리가 생기면, 온 몸에 열이나고 한숨이 계속 나오면서, 눈물만 차오르고 답답하고 그러더라. 그리고... 체념하기 시작했지.
그 애가 여자친구를 사귀게 되면서, 그때 그 노래, 그 애가 추천해줬던 그노래. 그 노래를 들으면 아프고 슬플까봐 틀지도 못하고 있었는데,
가만히 틀어두고 몇시간동안 생각했어. 20살 초반, 너와 함께했던 한 순간 한 순간과, 나 혼자 상상으로 이뤄냈던 너와 나의 미래.. 속으로 곱씹기만 하고 절대 입밖으로 꺼내지 못했던 고백.
파- 하고 터지는 니 웃음과 짖궂었던 장난들, 게임할 때 나오는 너의 말버릇과 손톱을 물어뜯는 버릇, 밥먹을 때 젓가락을 자주 내려놓는 버릇과 나를 애칭을 붙혀 부르던 니 장난, 곤란한 상황마다 나를 도와주던 더 어리던 니 모습, 난 정말 그 애를 잘 알고 있더라.
나더러 눈썰미가 좋다고 했었어. 수많은 사람들이 있는 그 길속에서 어떻게 자신을 딱 알아 볼 수 있는지,
그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너를 찾아낼 수 있는건, 너를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던 나의 특권.
다른건 몰라도, 이 세상에서 부모님 다음으로 널 이만큼 좋아할 수 있는건 나 밖에 없다고 자신만만 했어 나는.
이제 , 그 모든 것을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넘겨줘야겠지
4년 8개월의 시간을 체념하기에 일주일은 생각보다 짧은 시간이라고 생각해. 나는 빠른 시간으로 너를 정리했다.
나도 이제 연애하고, 사랑을 주는것 뿐만 아니라 받아보고, 그리고 이젠 너는 내 가슴아프지 않은 추억이 되도록...
노래는 죄가 없으니, 여전히 내 재생목록 제일 위에 놔둘꺼야.
뜨겁게 폭발하던 마음이, 천천히... 식은 줄 알았더니 그 터져나온 마음 그대로 단단하게 굳어있었구나. 이젠 떼어내려구.
흔적은 오래가겠지만 영원하진 않겠지?
긴 글 읽어줘서 고마워.
안녕, 잘가. 내 마음을 다 바쳐 사랑한 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