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989년에 개봉한 롭 라이너 감독의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는 1600만 달러의 제작비로 만들어 북미에서만 9300만 달러의 흥행 성적을 기록하며 제작비의 6배에 가까운 수익을 올렸다(박스오피스 모조 기준). 당시 신예에 가까웠던 맥 라이언은 이 영화를 통해 일약 스타배우로 도약했고 국내에서도 1989년 11월에 개봉했다가 27년이 지난 2016년 연말에 재개봉했을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는 성격도 취향도 정반대인 두 남녀가 오랜 시간 친구로 지내다가 사랑의 감정을 깨닫는다는 내용의 로맨틱 코미디 영화다.
국내에서도 1990년대 공일오비의 <친구와 연인>과 피노키오의 <사랑과 우정 사이>부터 2014년 소유&정기고의 <썸>까지 오랜 시간에 걸쳐 남녀 간의 사랑과 우정에 대한 노래들이 꾸준히 만들어졌다. 그리고 드라마에서도 1992년 MBC 미니시리즈를 통해 남녀 간의 사랑과 우정이 본격적으로 다뤄지기 시작했다. 국내 최초의 트렌디 드라마로 불리는 최수종과 고 최진실 주연의 MBC 드라마 <질투>였다.
최진실 전성기의 시작을 알린 드라마
1988년 광고모델로 데뷔한 최진실은 "남편 퇴근 시간은요, 여자 하기 나름이에요"라는 카피를 앞세운 가전제품 광고를 통해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1989년 <조선왕조 오백년>에 단역으로 출연하며 배우 활동을 시작한 최진실은 1990년 캠퍼스 드라마 <우리들의 천국>에서 백혈병에 걸린 가짜 대학생 승미를 연기하며 '청춘스타'로 입지를 굳혔다. 최진실은 그 해 정지영 감독의 <남부군>으로 영화에도 진출했다.
1990년 이명세 감독의 <나의 사랑 나의 신부>를 통해 주연으로 흥행작을 만든 최진실은 <있잖아요 비밀이에요2>,<수잔브링크의 아리랑> 등에 출연하며 영화 활동에 전념하다가 1992년 최수종과 함께 <질투>에 출연했다. 최진실은 <질투>에서 여행사 직원 유하경 역을 맡아 최고의 인기스타로 발돋움했다. 최진실은 고전적인 매력의 또래 배우들과 달리 상큼하고 발랄한 매력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1993년 <폭풍의 계절>을 통해 MBC 연기대상 최우수상을 수상한 최진실은 1994년 양귀자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로 백상예술대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연기력을 인정 받았다. 최진실은 1990년대 중반에도 영화 <마누라 죽이기>와 <고스트 맘마>, 드라마 <아스팔트 사나이>, <째즈>, <별은 내 가슴에>를 차례로 히트시키며 최고의 스타배우로 군림했다.
1997년 주말드라마 <그대 그리고 나>를 통해 MBC 연기대상 대상을 수상하며 30대의 화려한 시작을 알린 최진실은 영화 <편지>, 드라마 <장미와 콩나물>에서도 인상적인 연기로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편지> 이후 영화 <마요네즈>와 <단적비연수>가 아쉬운 흥행 성적을 기록했고 결혼 후에 출연했던 드라마 <그대를 알고부터>, <장미의 전쟁>도 나란히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데뷔 후 첫 슬럼프를 맞았다.
2005년 KBS 드라마 <장및빛 인생>을 통해 KBS 연기대상과 백상예술대상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재기했다. 2008년 정준호와 호흡을 맞춘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을 통해 '줌마델라 신드롬'을 일으키며 큰 사랑을 받았지만 만 40세가 채 되기도 전에 생을 마감했다.
편의점,피자 가게,주제곡까지 화제가 된 드라마
KBS의 <사랑이 꽃피는 나무>와 MBC의 <우리들의 천국>처럼 젊은 배우들이 중심이 되는 청춘 드라마도 있었지만 1980년까지만 해도 드라마는 최소 중년 이상의 베테랑 배우들이 이야기를 끌고 가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1990년대 초·중반을 기점으로 지상파 3사가 앞 다투어 젊은 배우들이 주인공을 맡는 가벼운 드라마들을 만들었는데 그 시작이 바로 국내 최초의 '트렌디 드라마'로 불리는 <질투>였다.
<질투>는 <사랑이 꽃피는 나무>와 <서울뚝배기>로 주목 받았던 최수종과 CF, 영화를 통해 신예스타로 떠오르던 최진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드라마였다. 방영 초기만 해도 친구 사이인 젊은 남녀의 이야기를 담은 가벼운 로맨스 드라마가 과연 시청자들에게 통할 수 있을지 의문이 많았다. 하지만 <질투>는 무려 56.1%의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엄청난 사랑을 받았다(닐슨코리아 시청률 기준).
친구와 연인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던 영호(최수종 분)와 하경은 하경이 미국으로 떠나기로 하고 돌아서던 순간, 영호가 하경에게 자신의 곁에 있어 달라며 사랑을 고백한다. 사랑을 확인한 두 사람이 포옹하는 순간 갑자기 카메라가 레일을 빙글빙글 돌면서 촬영 스태프가 잡히는 파격적인 엔딩으로 드라마가 끝났다. <질투>를 계기로 최종회에서 제작진을 조명하는 드라마가 점점 늘어났다.
'사극의 제왕' 최수종의 청춘스타 시절
사극의 제왕' 최수종은 2012년 <철가방 우수씨> 이후 10년 넘게 영화 활동을 하지 않고 있지만 1990년과 1991년엔 2년 동안 5편의 영화가 개봉했을 정도로 영화배우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최수종은 1992년 <질투>가 크게 흥행한 이후 주 활동 무대를 TV로 옮겼고 <아들과 딸>과 <파일럿>,<야망>,<바람은 불어도>,<첫사랑>을 차례로 히트 시키며 1990년대 최고의 배우로 한 시대를 풍미했다.
1980년대 후반부터 주연급 배우로 활발하게 활동했던 이응경은 <질투>에서 영호의 마음을 흔드는 연상녀 한영애를 연기했다. 영애는 깜찍 발랄한 하경과 달리 우아하고 차분한 스타일로 하경의 질투심을 유발시켰다. 게다가 영애의 전 애인 조성수(고 임정하 분)까지 등장하면서 러브라인은 더욱 복잡해졌다. 물론 90년대 드라마의 조연 캐릭터답게 영애는 적절한 타이밍에 메인 스토리에서 제외된다.
배우 이기영의 친형이자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이유진의 아버지 이효정은 <질투>에서 하경이 고교 시절 짝사랑했던 과외선생 민상훈을 연기했다. 드라마 제목에 충실해 영호 역시 어른스러운 상훈과 하경이 함께 있는 모습을 보며 질투하고 하경도 상훈에게 미묘한 감정이 생긴다. 하지만 정작 상훈은 자신의 비서이자 하경의 절친 체리(김혜리 분)와 연애 중이었고 이를 본 하경도 상훈에 대한 마음을 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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