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8/0002769932?sid=001
지난 924일 ‘경력단절여성’이라는 용어를 ‘경력보유여성’으로 바꾸는 내용의 법안이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여가위)를 통과했다. 현행법은 임신·출산·육아나 가족구성원의 돌봄 등을 이유로 경제활동을 중단한 여성을 경력단절여성이라고 규정하는데, 돌봄‘노동’을 인정하지 않고 부정적 의미가 내포된 ‘단절’이라는 용어를 바꾸자는 취지에서다.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8월 발의돼 최근 여가위를 통과한 ‘여성의 경제활동 촉진과 경력단절 예방법 일부개정법률안’에는 경력단절여성 용어를 바꾸는 것만 아니라 가족구성원에 대한 돌봄노동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경제활동경력으로 인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 개정안의 대표 발의자인 이연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용어 변경을 통한 사회적 인식 전환이 필요하고 나아가 여성들의 돌봄노동이 정당하게 평가받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 이유를 설명한 바 있다. 해당 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심사와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있다.
사회적 낙인 효과와 부정적 인식을 주는 단어는 경력단절여성뿐만이 아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는 지난 6월 결혼·출산·육아 관련 부정적 용어를 정비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며 32개의 대안용어를 발표했다. ‘쉬고 온다’는 어감이 부정적 인식을 줘 제도 활용에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에 따라 ‘육아휴직’은 ‘육아집중기간’, ‘육아몰입기간’, ‘아이돌봄기간’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외에도 낙인 효과나 사회적 편견을 유발할 수 있는 ‘유산·사산 휴가’를 ‘회복휴가·마음돌봄휴가’로, ‘산부인과’를 ‘여성의학과·여성의료과’로, ‘혼외자’를 ‘자녀’로, ‘난임치료휴가’를 ‘임신준비휴가’로, ‘저출산’을 ‘저출생’으로, ‘학부모’를 ‘양육자’로 바꾸는 등의 대안을 제시했다. 저고위는 용어들을 확정해 이번 정기국회 내 법안 제출을 목표로 개정 작업에 나선다고 밝혔다.
법령 용어 외에, 가부장적 구조를 드러내거나 성차별적 요소가 담긴 생활 속 용어도 많다. 특히 명절마다 자주 쓰이는 가족 용어엔 기혼 여성은 출가외인이라는 인식과 남존여비 사상이 담겨있다. 예컨대 ‘며느리’는 덧붙여 기생한다는 뜻의 ‘며늘’과 ‘아이’의 합성어다. 오빠의 아내를 지칭하는 올케는 ‘오라비의 계집’이라는 뜻이다. 아버지 집은 친하다는 뜻의 ‘친가’지만 어머니 집은 바깥을 의미하는 ‘외가’다. 남편 집안은 높여 부르는 의미의 ‘시댁’이지만 아내 집안은 ‘처가’다. 기혼여성은 남편의 남동생을 ‘도련님’(기혼이면 서방님), 여동생을 ‘아가씨’라고 부르지만 기혼남성은 ‘처남’, ‘처제’라고 부른다.
이에 지난 2020년 국립국어원은 ‘도련님’, ‘서방님’, ‘아가씨’ 등의 호칭을 판단에 따라 이름 내지 ‘00씨’, 자녀가 있다면 ‘00(자녀이름) 삼촌·고모’라고 불러도 된다는 내용의 언어예절 안내서를 발간하기도 했다. 친할머니나 외할아버지 대신 지역 이름을 붙여 ‘부산 할머니’, ‘광주 할아버지’ 등으로 부를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지난 6월 저고위의 용어 정비 계획에도 생활용어들이 포함됐다. 저고위는 특정 용어들이 가부장적이고, 여성과 남성의 성 역할 고정관념을 강화한다는 등의 이유로 ‘집(안)사람·바깥사람’을 ‘배우자’로, ‘시댁’을 ‘시가·본가’로, ‘친가·외가’를 ‘아버지 본가·어머니 본가’로, ‘친(외)할머니’는 ‘할머니’로 개선하자고 제안했다. 특히 ‘서방님·도련님·아가씨’는 ‘이름+씨’ ‘(이름)님’, ‘동생’ 등 성평등한 용어로 바꿔 부르자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