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품은 첫 장면부터 초월적 존재인 지니와 그의 규칙을 설명하며 단숨에 판타지 세계관을 단숨에 구축했다. 인간의 소원을 들어주되 타락으로 이끄는 지니(김우빈), 그리고 감정이 없는 사이코패스 가영(수지)의 대치는 초반 서사의 동력이다. 여기에 김은숙 작가 특유의 말맛과 그 리듬을 살려낸 배우들의 연기가 더해져, 세계관에 대한 흥미를 한층 끌어올렸다. 작품은 그 매력들을 동력 삼아 초반부터 기세 있게 몰아붙였다.
그러나 ‘다 이루어질지니’의 매력은 초반부를 지나며 급격히 생기를 잃었다. 지니와 가영의 전생 서사가 본격적으로 드러나고, 이즈라엘(노상현)과 이미주(안은진)의 이야기가 합류하면서부터다. 이야기의 무게는 깊어지지만, 연출은 여전히 한탕 웃음을 노리듯 가볍다. 무분별하게 끼어드는 패러디나 CG로 범벅된 장면은 정작 서사에 집중하려는 순간마다 호흡을 끊고, 진지한 흐름과 가벼운 연출이 부딪히며 몰입도를 떨어뜨렸다.
연출의 문제점은 배우들의 연기에도 영향을 미쳤다. 연기 톤이 획일화되며 재미를 반감시키고, 대사의 맛을 살리는 데만 치중하다 보니 말투와 리듬까지 비슷해졌다. 그 결과 각 캐릭터의 개성이 옅어지고, 아이러니하게도 김은숙 작가 특유의 대사 맛마저 희석됐다. 촬영 중간 연출자 교체 여파인지, 아니면 애초 기획 단계에서의 한계였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연출과 여러 요소들의 불협화음이 결국 작품의 매력을 크게 갉아먹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후반부에서는 앞서 축적된 문제점들이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지니가 소원을 들어주는 순간 행복이 보장될 것처럼 보이지만, 곧 대가가 따랐다. 남을 위하려는 선함과 오직 욕망에 집착하는 이기심의 대비 역시 같은 맥락에서 반복 돼 피로도를 높였다. 반복되는 구조가 재미를 더하기보다는 지루함으로 이어졌고, 이야기는 점차 힘을 잃어갔다.
더 큰 문제는 지니와 가영의 감정선이다. 두 사람의 관계가 길어지지만 이를 뒷받침할 개연성이 부족하다. 개연성이 부족한데 단순히 판타지로 얼버무린 느낌이다. 게다가 둘의 과거 서사 역시 절절하게 와닿지 않았다. 또한 지니와 가영의 관계성은 김은숙 작가의 전작 ‘도깨비’에서 이신(공유)과 지은탁(김고은)과 쌍둥이처럼 닮아있다. 이로 인해 새로움보다 는 이미 본 장면을 다시 보는 듯한 기시감이 앞섰다.
공개 방식도 아쉽다. 넷플릭스의 장점은 한 번에 모든 에피소드가 공개돼 몰입도 있게 처음부터 끝까지 막힘없이 시청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그러나 ‘다 이루어질지니’에서는 오히려 그 장점이 오히려 약점으로 작용한 듯하다. 반전과 과거 서사가 긴장과 궁금증이 쌓이기 전에 해소되니, 이야기의 흥미도 함께 떨어졌다. 만약 주 2회 공개였다면 다음 화를 기다리며 긴장을 유지할 수 있었을 테지만, 전편 일괄 공개는 서사를 단숨에 소비하게 만들어 되려 재미를 반감시켰다.
이처럼 ‘다 이루어질지니’는 기대할 만한 요소들을 두루 갖췄지만, 정작 결과물은 그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김은숙 작가의 필력과 말맛이 살아있는 대사도, 배우들의 연기도 작품의 빈틈을 채울 수는 없었다. 만약 지니가 다시 나타난다면, 주저 없이 소원을 빌고 싶다. ‘다 이루어질지니’ 재미있게 다시 만들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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