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469/0000890189?sid=001
"중국인, 한국 들어와 납치" 등 유언비어 퍼져
10대들, 인스타서 무분별 공유… 공포심 조장
"정치적 양극화 심화→10대에 가짜뉴스 전파"

3월 14일 서울 명동 중국대사관 앞에서 열린 '자유와정의를실천하는교수모임'(자교모)의 집회 도중 한 참가자가 '천멸중공' 피켓을 들고 있다. 최주연 기자
10대들이 주로 사용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중국인들이 한국에 무비자로 입국해 장기매매를 할 것"이라는 괴담이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중국인 구조 중 해경 순직 사건, 중국인 단체관광객 무비자 입국 시작 등 최근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중국 관련 소식이 잇따르면서 온·오프라인 할 것 없이 고개를 드는 혐중(嫌中·중국 혐오) 정서의 단면이다. 전문가들은 "가짜뉴스의 폐해가 점차 심각해지는 오늘날 사회 모습이 단편적으로 드러난 것"이라고 짚었다.
29일 엑스(X·옛 트위터)에는 '현재 인스타그램 근황. 10대들 사이에서 계속 퍼지는 중'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등록됐다. 여기에 포함된 사진은 인스타그램의 '스토리' 글이었다. '스토리'는 사진이나 짧은 영상을 기록하고, 주변 이용자들에게 24시간 동안만 공유할 수 있는 휘발성 콘텐츠다.
내용은 근거 없는 주장 일색이다. 해당 스토리는 한국에서 발생하는 인신매매·납치 등 강력 범죄의 범인을 중국인으로 단정했다. 작성자는 "중국(인의 한국) 무비자 입국이 가능해졌는데 중국 사람들이 이걸로 한국에 와서 성인, 아이들, 남녀 할 것 없이 납치해서 장기매매를 한다" "심지어 살아 있는 채로 배를 갈라서 장기를 꺼낸다고 한다" "대한민국 지금 큰일났다"고 썼다. 근거는 없었다. 그러면서 '중국인 단체관광객 무비자 입국 재검토'를 촉구하는 국민동의청원에 동의를 눌러 달라고 촉구했다.
더 큰 문제는 10대 청소년들끼리 이를 '공유'하면서 공포심도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학생 김모(14)양은 '중국인의 장기매매 범죄 괴담'에 대해 "친구들 인스타그램에서 다 퍼졌고, 그대로 믿거나 무서워하는 친구들이 많다"며 "그런 분위기 때문에 나도 좀 걱정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치권, 'SNS발 혐중 가짜뉴스 확성기' 역할
앞서 정부는 29일부터 중국인 단체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한시적 무비자 입국'을 허용했다. 이에 따라 국내외 전담 여행사가 모집한 '3인 이상 중국인 단체관광객'은 비자 없이 15일 범위 내에서 한국 관광을 할 수 있다. 이 정책은 내년 6월 30일까지 시행된다. 내수·관광 활성화를 도모하는 차원이자, 지난해 중국이 먼저 시행한 '한국인 단체관광객 무비자 입국'에 대한 상호주의·호혜적 조치이기도 했다.

최근 인스타그램에서 확산 중인 중국인 무비자 입국 관련 괴담 게시물. 장기매매, 인신매매 등 강력 범죄의 원인이 중국인 입국으로부터 비롯됐다는 근거 없는 유언비어를 담고 있다. 인스타그램 캡처
그런데 한국 사회 일각에 퍼져 있는 반(反)중국 정서에는 불을 지핀 꼴이 됐다. 무비자 입국 허용 시 중국인 범죄자들도 한국에 마구 들어와 사회 안전을 위협할 것이라는 불안감은 서울 등 도심 반중 집회, 온라인 괴담 등으로 이어졌다. 출처는 대부분 극우 세력으로 추정된다.
심지어 보수 정치인들도 '무비자 입국 시행'을 비판하며 '혐중 선동'에 가세하는 모양새다. 김민수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무비자 입국으로 우려되는 국민 불편, 국민 안전 문제, 이에 따른 주의사항을 말하겠다. (중국인들의) 불법 체류와 불법 취업이 예상되고 무비자 제도를 악용한 범죄조직 등의 침투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적한 곳에서 차가 내 앞을 가로막고 선다면 지체 말고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도주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SNS에서 확산 중인 '중국인=범죄자' 괴담에 편승하는, 사실상 선동에 가까운 발언을 내놓은 것이다.
"청소년들 무비판적 수용 가능성 커 위험"
전문가들은 10대들 사이에서도 혐중 정서에 기반한 가짜뉴스가 퍼지는 근본적 이유로 '정치적 양극화 심화'를 들었다. 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오늘날 정치적 대립이 갈수록 심각해지며 진영 논리만 중요할 뿐, 진실은 중요하지 않은 세상이 됐다"면서 "아이들도 가짜뉴스를 거리낌없이 재생산하게 됐는데, 어른들이 물꼬를 터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치인들도 이제 다수가 아닌, 소수의 지지자만을 바라보는 전략이 선거에서 통한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중국인 괴담' 등 가짜뉴스에 편승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10대에게 '괴담 확산'은 일종의 놀이로 재생산되는 만큼 더욱 우려된다는 견해도 있다. 최진봉 성공회대 미디어콘텐츠학과 교수는 "청소년들은 SNS 공간에서 괴담을 유포하고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는 걸 '놀이'나 '문화'처럼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며 "10대들은 괴담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크기에 위험하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