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일(30일)부터 370만 명에 대한 ‘신용사면’ 조치가 시행된다. 역대 최대 규모다. 서민과 소상공인(개인사업자)이 5000만원 이하 빚을 연체했더라도 연말까지 전액을 상환하면 연체 기록이 삭제된다.
금융위원회는 추석 연휴에 앞서 서민과 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이같은 신용회복지원 조치를 시행한다고 29일 밝혔다.
금융당국이 민생경제 회복을 위한 조치로 택한 신용사면은 신용카드 발급ㆍ대출 등 금융거래에 걸림돌로 꼽는 연체 기록을 없애주는 제도다. 일반적으로 연체 이력은 최대 5년간 신용평가사와 신용정보원 등에 등록돼 신용제재로 이어진다.
이번 조치로 2020년 1월부터 올해 8월 중 발생한 빚(5000만원 이하)을 연체했다가 올해 연말까지 모두 갚은 개인과 소상공인은 ‘신용 낙인’에서 벗어날 수 있다. 나이스(NICE)신용평가와 한국평가데이터에 따르면 신용사면 대상은 개인 295만5000명과 개인사업자 74만8000명을 합쳐 약 370만3000명이다. 특히 이 가운데 70%인 257만7000명(개인 244만9000명, 개인사업자 12만8000명)은 이미 빚을 모두 상환했다. 이들은 30일부터 즉시 연체 기록이 말소된다.

신용사면의 가장 큰 효과는 신용평점 개선이다. 특히 개인의 신용평점은 616점에서 656점으로 평균 40점 상승했다. 금융위가 8월 말까지 연체 빚을 모두 갚은 개인과 개인사업자의 신용회복지원 효과를 분석한 결과다.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20대 신용평점이 평균 50점 상승해 지원 효과가 가장 컸다.
역대 정부 가운데 최대 규모인 신용사면에 대한 부정적 시각도 있다. 2021년 문재인 정부 때 250만 명, 2024년 윤석열 정부 때는 290만 명의 연체 기록이 삭제됐다. 금융연구원은 지난해 9월 보고서 ‘신용점수의 실효성 제고 방안’에서 “신용사면 정책 시행으로 신용점수 하락 요인이 많이 축소됐다”며 고신용자가 늘어나는 ‘신용점수 인플레이션’ 가능성을 우려했다.
일부 금융사에선 자체적으로 신용평가 잣대(시스템)를 강화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권 관계자는 ”한꺼번에 신용사면이 되면 기존 신용점수 변별력이 낮아질 수 있다“며 ”결국 금융사들은 대출이나 신용카드 발급 심사 문턱을 올려 연체율 등 건전성 관리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과도한 신용사면이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긴다는 의견도 있다. 이윤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신용사면으로 연체 이력 조회가 안 되면 성실하게 빚을 갚아온 대출자가 역차별당할 수 있다”며 “자칫 사회적으로 ‘제때 빚을 갚지 않아도 문제없다’는 도덕적 해이 현상도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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