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강공원. 상의를 벗고 짧은 쇼트팬츠 차림으로 여의나루역에서 원효대교 방향으로 달리던 김모(27)씨가 잠시 멈춰 흐르는 땀을 닦아 냈다. 그는 “옷을 벗으면 시원하고 운동 효율도 높아진다”며 “개인의 자유인데 가끔 ‘옷 좀 제대로 입고 뛰라’고 외치는 분들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근처에서 김씨를 바라보던 다른 시민들은 불편한 감정을 내비쳤다. 기자도 상의를 탈의하고 달리는 이들의 기분을 느껴 보려 했지만 이런 주변의 시선에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아 포기했다. 한강공원을 산책하던 대학생 이모(25)씨는 “민소매티만 입고 뛰어도 충분히 시원한데 괜히 주목받으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모(41)씨도 “크루라며 떼로 윗옷을 벗고 달리는 사람들도 있는데 정말 민폐”라면서 “우리 사회 정서상 아직은 맞지 않는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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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유럽 등 서구 사회에선 상의를 벗고 달려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며 “하지만 한국 사회의 경우 신체 노출에 대해 여전히 유교적이고 보수적인 가치관이 지배적”이라고 설명했다. 정대겸 계명대 심리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에서 적잖은 시민은 신체 노출을 ‘우리 집’이란 특정 공간에서만 허용되는 행위로 인식한다”며 “그런 행위를 공공장소에서 보는 순간 일부는 불쾌감을 넘어 일종의 위협감을 느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민폐를 끼쳐선 안 된다’는 문화가 영향을 끼친다는 분석도 있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공원이라는 공간은 어린 자녀들이나 가족과 함께 이용하는 곳으로, 러너들의 전용 공간으로 인식되지 않는다”며 “이런 장소에서 옷을 벗는 행위는 민폐로 인식되고 규범을 어긴 것으로 간주된다”고 밝혔다. ‘남을 배려하지 않는 행위’로 받아들인다는 얘기다.
상의 탈의의 의도가 자기과시나 나만 생각하는 개인주의에 기반한다고 보는 사람도 적지 않다. 최근 달리기를 시작한 한모(36)씨는 “몸매 과시를 위한 행위일 텐데 다른 사람에겐 그걸 보지 않을 권리가 있다. 여긴 외국이 아니라 한국”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운동 중 상의를 탈의했다는 이유만으로 처벌을 할 수 있는 근거는 부족하다.
이에 상의 탈의가 문제 될 것이 없다는 반론도 있다. 조모(29)씨는 “뛰다 보면 옷이 젖어 무거워져서 벗을 때도 있다”며 “유교적이고 보수적인 문화가 서서히 바뀌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맨몸으로 달리는 이들도 “시원해서”, “기분이 좋아서”, “여분의 옷을 챙기지 않아도 돼서” 등의 이유를 든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단순히 상의 탈의를 규제하거나 억압하기보다는 문화적 충돌로 인식하고 공공성의 경계를 어떻게 새로 정립할지 사회적으로 풀어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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