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모'의 권리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는 이유였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서울가정법원 가사1부(이광우 수석부장판사)는 어제(11일) 대리모 A 씨가 제기한 친생자관계 존부 확인소송 선고기일을 열고 원고 패소로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1심 판결 중 친생자관계 청구 부분을 취소하고,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소를 각하한다"고 밝혔습니다.
1심과 2심 모두 친자 관계를 인정해달라는 대리모의 청구를 인용했지만, 지난 5월 대법원이 이를 파기환송한 데 따른 판결입니다.
■"돈 안 주면 출생 비밀 폭로"…10년간 부부 협박
사건은 200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부부는 인터넷 카페에서 알게 된 대리모 A 씨를 통해 아이를 출산했습니다.
부부는 A 씨에게 8천만 원을 지급했지만, 아이가 100일이 되었을 때쯤부터 협박이 시작됐습니다.
A 씨는 '돈을 주지 않으면 아이의 출생 비밀을 폭로하겠다'며 부부를 협박해 5년 동안 5억 원이 넘는 돈을 받아냈습니다.
이후 A 씨는 '돈을 받는 대신 친권을 포기하겠다'는 내용의 각서까지 썼지만, 협박은 계속됐습니다.
인터넷에 아이의 출생 과정을 폭로하는 글을 쓰는가 하면, 친자 확인 소송을 내고 이를 취하하는 조건으로 또 6억 원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A 씨는 결국 공갈과 명예훼손 등 혐의로 징역 4년을 확정받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출생 과정을 알게 된 아이는 충격에 학교를 그만두고 미국으로 떠났습니다.
■대법원 "자녀 복리가 최우선"…파기환송심도 각하
A 씨는 2022년 또 한 번 친생자 확인 소송을 냈고, 1심과 2심 재판부는 '아이의 친모는 A 씨가 맞다'고 판결했습니다.
대리모 계약은 불법이라 무효인 데다, 아이를 임신하고 출산한 A 씨를 친모로 보는 게 원칙이라는 겁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자녀의 복리는 친자관계의 성립과 유지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소송을 통해 친자 관계를 확인하는 것이 "자녀의 복리에 현저히 반하게 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예외적으로 소권 남용에 해당해 허용되지 않을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소권 남용이란 소송의 실제 목적이나 배경이 권리 '행사'가 아닌 '남용'에 해당하는 것으로, 이런 상황에서 권리는 보호할 가치가 없는 것으로 평가됩니다.
대리모가 친모가 맞다 하더라도, 수년간 돈을 요구하며 출생 과정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해온 행태는 아이의 복리에 반하는 데다 친모로서 자신의 권리를 남용한 행위라는 겁니다.
대법원은 A 씨가 "금전 지급을 요구했을 뿐 (아이에 대한) 애정이나 염려를 표현하거나, 친모로서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는 의사는 밝힌 적이 없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대법원은 원심이 소권 남용 여부에 대한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며 사건을 서울가정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사건을 다시 살펴봤고, 대법원의 파기환송 취지에 따라 A 씨가 제기한 소송을 각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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