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1년 전의 내가 아니다.
나는 새로운 최애 아티스트가 생겼고,
전과 다른 커피를 즐겨 마신다.
일상에서 크게 달라진 것은 없지만
과거의 내가 몰랐던 방식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여러 의미로 이번 3부작은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
지난 1년 동안의 형용하기 어려운 기쁨과 고통,
그리고 삶이 내게 던진 수많은 질문들을 기억하며 이 글을 남긴다.
왜냐하면 이 순간 내가 여러분과 함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의미인지 이해해 주었으면 해서다.
지난 1년 내내 나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우리는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살아남다’의 사전적 의미는
고난이나 시련에도 불구하고 계속 존재하는 것이다.
그간 그저 존재하는 일이 쉬웠다면 좋았겠지만,
솔직히 말하면, 아무리 애를 써도
내가 잘 살아있다고 느낀 순간은 많지 않았다.
오히려 기억에 남는 것이라곤
때때로 파도처럼 밀려왔던 수치심과 의심, 질투와 공허함.
새벽까지 댓글과 알고리즘에 갇혀
‘보면 좋을 게 없어’라고 생각하면서도
누군가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간절했던 밤을 기억한다.
외로움을 기억한다.
모든 것이 끝나버릴까 두려웠던 나를 기억한다.
작은 불꽃이었던 나의 꿈이 어쩌다 통제할 수 없을만큼 커져서
그 화재에 모든 것을 잃어가는 것 같았다.
나는 죽어가는 것만 같은데 도대체 어떻게 이게 살아남는 것일까?
하지만 지난 1년이 내게 가르쳐 준 건,
‘살아남는다’는 것은 결국 어떤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포함한다는 것이다.
근육을 키우는 것이 곧 무력함을 견디는 것이고,
지식을 쌓는 것이 곧 무지함을 인정하는 것이 듯,
존재하기 위해 싸운다는 것은
나 자신이 무너지는 것을 허락하는 일이었다.
릴케(Rilke)가 한 말이 생각난다.
"답을 지니려면 먼저 의문을 지닌 채 살아라.”
이제야 돌아 보니 나는 끊임없이 발을 딛고 묻고 또 물었던 것이었다.
“이게 맞는 길일까?”
물을 수록 점점 더, 나만의 답을 경험하게 되었다.
나의 그 답은 무감각을 거부하는 것이었다.
멤버들과 함께한 저녁 식사 자리 속에서,
가족들과의 통화 속에서,
결코 사소하지 않은 스탭분들과의 소소한 대화 속에서.
사랑하는 이들이 써 준 편지, 그들의 신중한 손글씨와 알록달록한 편지지 속에서.
TeamLab에서, 위버스콘에서,
연습실 바닥에 떨어진 땀방울 속에서.
내가 저장한 음악 속에서.
눈물로 얼룩진 일기장 속에서도.
그 모든 것에는 포기하지 않는 사랑의 손톱자국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바로 그것이 이번 앨범의 본질이다.
나는 EASY, CRAZY, HOT동안 느낀 감정과 경험한 일들에 정말로 감사한다.
지금의 나를 만나기까지
수많은 버전의 나 자신을 마주해 왔음에 감사한다.
나는 완벽하지 않지만,
어떻게 중심을 잡아 두 발을 땅에 딛은 채
살아야하는지는 알고 있다.
나는 더 강하고, 더 현명하며,
사랑한다는 말을 더 쉽게 뱉을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지금의 나를 좋아한다.
아니, 어쩌면 사랑한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이 주황빛 머리도 꽤나 잘 어울리는 것 같다.
감히 사랑을 꿈꾸는 사람은,
결코 온전한 상태로 지나갈 수 없다.
나는 이제 그것을 안다. 가슴 가까이 꼭 껴안고 있다.
만약 이 편지에서 한 가지라도 배울 수 있다면,
바로 그것만을 기억해주길 바란다.
고통스롭다면, 나는 변하고 있는 것이다.
얼마나 아름답고 흥미로운 일인가.
앞으로 내가 어떤 사람으로 변해가든,
나는 그녀를 사랑하게 될 것이다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