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사각지대 외국인력]
[7편] 외국인력 제도 정비해 갈등 줄여야
국민연금 내고도 못 받는 외국인 수두룩
못 받는 국민연금은 기금 재원으로 쓰여
국민연금 “입장 없다” 복지부 “노력 중”
경남 함양농협조합 공동사업법인은 올해 42명의 공공형 계절 근로자를 고용했다. 이들의 월급은 세전 210만원가량으로, 국민연금 월 부담액은 약 20만원이다. 농번기에 최장 8개월만 체류하는 계절 근로자는 한국에서 노후를 보낼 일이 없지만, 국내에 거주하는 18세 이상 60세 미만 외국인 중 수입이 있는 자는 국민연금 가입 대상이라 외국인과 함양농협이 각각 약 10만원씩 부담하고 있다.
국민연금을 수령하려면 최소 10년 이상 가입해야 하고 연금 수급 개시 연령에 도달해야 한다. 10년을 납부할 수 없는 외국인 근로자는 반환 일시금을 신청하면 되지만, 함양군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는 반환 일시금도 받을 수 없다. 이들의 국적은 베트남인데, 베트남은 반환 일시금 지급 대상국이 아니기 때문이다. 외국인 한 명당 8개월간 약 160만원이 쌓이기에 함양군에서만 올해 총 6720만원이 국민연금으로 귀속되는 것이다.
함양농협 관계자는 “(지역 농협이 내야 하는 3000만원가량은) 지역 농협 살림에 상당한 영향을 주는 규모”라며 “외국인들도 어쩔 수 없이 내고는 있지만, 이유를 납득하지 못해 굉장히 싫어한다”고 했다.

지난달 20일 경기도 안산시 외국인주민상담지원센터 앞에서 만난 필리핀 국적 근로자가 국민연금에 대해 문의하러 왔다며 급여 명세서를 보여주고 있다./서일원 기자
한국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 중 상당수가 국민연금을 납부하고도 귀국할 때 돌려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무 가입 규정만 있고, 반환받을 수 있는 자격은 제한되는 탓이다. 이들이 납부하고도 돌려받지 못한 돈은 국민연금기금 재원으로 쓰이는데, 그 규모는 연간 수십억 원으로 추산된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연금 직장 가입자 외국인은 45만3031명이다. 4년 전인 2020년(30만5131명)보다 48.5%(14만7900명) 늘었다. 국민연금을 받은 외국인은 지난해 전체 가입자의 3.6%인 1만6138명, 반환 일시금으로 수령한 외국인은 4만1094명이었다.
국민연금법 제126조에 따르면 국내 거주 외국인도 국민연금 가입 대상이다. 제조업에서 주로 고용하는 고용허가제(E-9) 외국인, 농어촌에서 최장 8개월간 일하는 계절 근로자(E-8) 중 지역농협에 고용된 공공형 외국인 계절 근로자, 어선에 탑승하는 외국인 어선원(E-10) 등이 가입 대상이다.

연금을 받으려면 최소 10년 이상 납부해야 해 대부분은 이를 충족하지 못한다. 고용허가제와 어선원 외국인은 최소 3년, 최장 9년 8개월까지 한국에 체류할 수 있고 계절 근로자 체류 기간은 최장 8개월이다.
연금으로 받지 못하면 반환 일시금 제도로 받는데, 한국과 사회보장협정을 맺고 있거나 한국인에게 반환 일시금을 지급하는 국적의 근로자만 받을 수 있다. 현재 기준 태국·필리핀·캄보디아 등 총 49개국인데, 한국에서 많이 근무하는 중국·베트남·라오스·몽골 근로자는 받을 수 없다. 태국은 1년 이상 가입자만 반환 일시금을 신청할 수 있어 최장 8개월까지만 체류할 수 있는 공공형 계절 근로자로 근무하면 국민연금을 납부하고도 받을 수 없다.
국민연금공단은 연수 취업(E-8), 고용허가제(E-9), 방문 취업(H-2) 비자를 가진 외국인 근로자는 49개국 국적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반환 일시금을 받을 수 있도록 했지만, 계절 근로자는 이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에 ‘공공형 계절 근로 운영 농협 협의회’는 지난 5월 농림축산식품부에 계절 근로자의 국민연금 등 사회보험 의무 가입을 제외해달라는 제도 개선 요구 사항을 전달하기도 했다.
지난해 계절 근로자로 입국한 외국인은 총 5만7247명으로 이 중 국민연금 납부 의무가 있는 공공형 계절 근로자는 2055명이었다. 국민연금공단은 국민연금을 내는 공공형 계절 근로자 중 몇 명이 반환 일시금으로도 돌려받지 못하는지 밝히지 않는데, 베트남·라오스·몽골 출신 비율을 고려하면 약 75%는 돌려받지 못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과 고용주가 월 20만원을 납부한다고 가정하면 연간 약 37억원이다.
현 제도가 불합리하다고 판단한 일부 고용주와 외국인 근로자는 국민연금 납부를 거부하고 있다. 한 외국인 선원 고용주는 “법적으로는 국민연금을 내야 하지만, 지금 고용한 외국인들은 국민연금을 받을 자격이 없어 안 내고 있다”고 했다.
박진규 수산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민연금 납부 대상이면서도 안 내는 외국인과 고용주가 많다. 안 낸다고 국민연금공단이 특별히 제재를 가하진 않는 것 같다. 다 잡아내면 적발되는 이들이 엄청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돌려받지 못할 걸 알면서도 국민연금을 납부하는 외국인 근로자와 고용주만 불이익을 보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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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366/00011061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