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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구좌읍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 씨, 올해 여름 성수기를 지나며 "화장실 좀 쓸 수 있겠느냐"라는 문의를 유독 자주 받았습니다. 급한 표정으로 식당 문을 두드리는 이들 대부분은 아이 손을 잡고 온 여성 관광객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사용하시라" 하며 흔쾌히 식당 내에 있는 화장실 문을 열어줬습니다. 화장실 사용 요청 빈도가 잦아지는 게 의아했지만, 여름 휴가철이라 제주를 찾는 관광객이 많아서일 것으로 생각한 A 씨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습니다.
■ "화장실 없어서" 일대 노상 방뇨·방분까지
문제는 식당 주변에서 노상 방뇨까지 벌어지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평소 식자재 창고와 연결된 식당 뒷문을 열어두는 A 씨가 어느 날 점심시간에 문밖에서 이상한 소리와 인기척이 느껴져 나가 봤더니, 중국인 여성 관광객과 그 자녀가 용변을 보고 있었습니다.

화장실 문제가 불거진 올리브영 제주세화점 매장과 인근 상가. 일대 다른 점포는 '상가 임대'가 붙어 있는 공실이다.
버젓이 영업 중인 식당 건물 으슥한 공간에서 볼일을 보는 광경은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또 한 차례 발각됐습니다. 식당 창고 앞 담벼락에서 소변을 누고 있던 중국인 남성 관광객이 A 씨에게 딱 걸린 겁니다.
황당하기 그지없던 A 씨는 구글 번역기를 이용해 이들에게 어디에서 왔느냐고 물었습니다. 노상 방뇨하던 중국인 관광객 모두 A 씨 식당 바로 옆에 있는 '올리브영 매장'을 가리켰습니다. A 씨는 즉각 매장을 찾아가 이 같은 일에 대해 항의했고, 매장 측은 "손님에게 잘 안내하겠다"며 A 씨를 돌려보냈습니다.
A 씨의 화를 돋우는 사건은 얼마 뒤 또 발생했습니다. 아침 출근해 영업 준비를 하던 중, 창고 앞에서 누군가 대변을 보고 간 흔적을 발견한 겁니다. 앞서 노상 방뇨를 잇달아 적발한 곳이었습니다. 이후로도 A 씨는 가게 담벼락에서 인분을 치우는 소동을 또 한 번 겪었습니다.

쇼핑하러 인근 올리브영 매장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용변을 보다가 발각된 제주시 구좌읍 상가 옆 골목. A 씨는 “여기서 노상 방뇨를 현장에서 붙잡은 데 이어 대변까지 보고 간 걸 두 번이나 치웠다”라고 말했다.
인근에서 영업하던 정육점에서도 화장실을 찾지 못한 옆 매장 이용객의 잇따른 무단 방뇨 행위로 골머리를 앓았습니다.
A 씨는 "더 큰 문제는 장사 이후 아무도 지켜보지 않는 밤 시간대"라면서 "우리 식당은 저녁 8시까지 영업하지만 옆 올리브영 매장은 저녁 9시 30분까지 문을 연다. 그러나 가장 가까운 공공화장실인 읍사무소는 저녁 9시까지만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다. 저녁에 오는 쇼핑객이 몰래 담벼락에 볼일을 보고 사라지는 이유"라고 호소했습니다.
이어 "노상 방뇨·방분(放糞)이 발생할 때마다 매장을 찾아가 항의와 하소연을 했지만, 그때마다 '화장실이 있지만, 직원 전용이라서 개방할 수 없다', '개방 의무가 없다'라는 취지의 답변뿐이었다"라면서 "출근하면서 대변까지 치워야 한다는 사실에 자괴감마저 느껴졌다"라고 말했습니다.

인근 상가 점포는 문을 닫은 시간이지만, 올리브영 제주세화점은 저녁 9시 30분까지 영업을 하고 있다. 인근 상인들은 “저녁 시간 올리브영을 이용하는 손님들이 화장실을 찾지 못하고 상가 건물 주변에 용변을 보고 있다”며 피해를 주장하고 있다.
■ 개방 의무 없다고 하지만…"화장실은 읍사무소나 옆 스타벅스에서?"
문제가 불거진 올리브영 제주세화점은 1년 전 문을 열었습니다. '올리브영 쇼핑'이 한국관광 필수 코스로 자리잡자, 700m 떨어진 세화해수욕장을 찾은 외국 관광객까지 들르고 있습니다.
지난 1일 낮 찾아간 매장에는 화장품 등을 고르는 중국인 관광객 등의 발걸음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330㎡ 남짓 되는 1층 규모 매장에는 실제로 손님들이 이용할 수 있는 개방된 화장실이 없었습니다.
매장 직원에게 "화장실을 사용하고 싶다"라고 물으니, "길 건너 읍사무소나 바로 옆 스타벅스를 이용하시면 된다"라는 안내를 받았습니다. 직원이 안내한 스타벅스는 왕복 2차로, 읍사무소는 공사가 한창인 왕복 6차로 도로를 건너가야 합니다.

외국인 관광객 일행이 인근 올리브영 매장에서 쇼핑을 마치고 걸어 나오고 있는 모습. 마을 입구 표지석 바로 옆에 유명 프랜차이즈 카페 건물이 있다.
문제는 인근 공공화장실조차 24시간 개방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구좌읍사무소 관계자는 "평일에는 오전 8시부터 오후 9시까지, 주말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만 이용할 수 있도록 열어둔다"라고 밝혔습니다. 관광객이 가장 많이 몰리는 주말은 더 일찍 닫는 상황입니다.
지도를 살펴봐도 이 매장에서 가까운 공용화장실은 최소 700~800m는 걸어가야 이용할 수 있습니다.

국내외 관광객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함덕해수욕장에서 운영 중인 올리브영 매장은 어떨까. 3층 건물 전체를 쓰는 대형 매장이지만, 확인해 보니 이곳 역시 손님에게 개방된 별도 화장실은 없었습니다.

제주시 조천읍의 올리브영 제주함덕점.
■ "공중화장실 설치 의무…반드시 개방 의무는 아냐"
(중략)
공중화장실과 지자체가 지정·관리하는 개방화장실 모두 '공중이 이용하도록 제공한다'라는 게 공통점이지만, '시설 이용과 관계없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은 개방화장실에만 해당합니다.
CJ올리브영 측은 KBS와의 통화에서 "이번 사례 매장은 상가를 임차해 운영 중으로, 화장실을 개방하지 않는 것이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사항은 아니다. 직원 화장실을 두는 것도 법적으로는 권고 사항"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이어 "다른 소매업 프랜차이즈 매장이나 편의점 사례를 봐도 화장실이 없기는 마찬가지"라며 "다만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만큼, 해당 매장에 화장실 이용 등에 관한 안내 시설을 설치하는 등 본사 차원에서 개선책을 마련하겠다"라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