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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제한급수 75%' 강릉, 기후위기·인재 겹친 최악의 물부족[기후로운 경제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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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8.31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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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유튜브 CBS 경제연구실 '기후로운 경제생활'
■ 진행 :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 대담 : 최서윤 CBS 경제부 기자



◇ 최서윤> 일단 가뭄 원인에 대한 여러 가지 분석이 나오고 있는데 가장 먼저 꼽히는 건 올여름 유난했던 마른장마입니다. 환경부에 따르면 강릉시 올해 2월 중순부터 8월 중순까지 6개월간 누적 강수량이 386.9mm예요. 아까 하루에 870mm 내렸다고 했는데 6개월간 누적 강수량이 386.9mm예요. 평년의 49.8%, 그러니까 절반에 약간 못 미치는 수준으로 비가 적게 왔다고 합니다. 강릉이 기후재해에 취약한 지역인 이유가 있어요. 교과서에서 옛날에 배웠던 '푄 현상'이 일어나는 대표적인 지역이기 때문인데요. 남서풍이 영서지방에 비를 뿌리더라도 태백산맥을 넘어가면서 공기가 뜨겁고 건조해져 버리는 현상인데 올여름에 이 푄 현상이 강하게 일어났다고 합니다. 전국적 장마가 온다고 해서 나아질까 싶었는데 전국 대부분 지방에 평년 대비 90% 이상 비를 뿌린 비구름이 태백산맥은 넘지 못했다고 해요. 그래서 영동지역만 가뭄이 계속됐다고 합니다. 그리고 지형 특성상 강릉은 태풍이나 집중호우가 와도 빗물이 저장되는 양보다 동해로 흘러 나가는 양이 많아서 가뭄에 취약한 지역이라고 해요. 강릉은 제한급수하는데 바로 옆 속초는 워터밤 축제, 즉 물 뿌리면서 노는 축제가 열린다는 비교 보도들을 많이 보셨을 거예요.


◆ 홍종호> 같은 강원도인데 왜 다른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겁니까?

◇ 최서윤> 보통 비교 보도를 쓰는 이유는 행정적인 조치가 미비했다는 걸 꼬집기 위해서인데요. 실제로 속초가 선제적인 대비를 잘했다는 칭찬이 나왔어요. 속초도 만성적인 물 부족에 시달리다가 2021년에 대규모 지하댐을 건설하면서 물 공급이 원활해졌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강릉 같은 경우에는 공급되는 생공용수의 87%를 오봉저수지에 의존하고 있는데 오봉저수지가 바짝 말라서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한 겁니다. 오봉저수지의 의존도가 얼마나 높냐면 강릉시 전체 인구 약 20만 명 중에서 18만 명 대부분의 시민에게 물을 공급하는 젖줄이에요.

◆ 홍종호> 전적으로 생공용수를 여기에 의존해 왔군요.

◇ 최서윤> 여기에만 의존해 온 거죠. 오봉저수지 유량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게 굉장히 중요해요. 그래서 환경부가 오봉저수지 저수율에 따라서 강릉에 가뭄 경보를 하고 있습니다. 저수율이 35%까지 떨어지면 일단 가장 낮은 가뭄 '관심' 단계 경보가 발령되는데 올해 7월 4일에 해당 경보가 있었습니다. 두 달 정도 전이죠. 닷새 만에 저수율이 다시 30%로 떨어져 '주의' 단계로 격상됐어요. 그런데 올여름 강릉만 비가 많이 안 왔잖아요. 이달 21일 들어서는 저수율이 20%까지 떨어져서 '심각' 단계에 이르렀고요. 지금은 그보다 밑으로 떨어졌어요. 25일 오전 녹화일 기준 17.4%(29일 기준 15.7%)예요. 2017년 강릉 가뭄 되게 심각하다고 했을 때 오봉 저수지 저수율이 27.4%였거든요. 그것을 역대 최저치라고 했는데 지금 10년도 안 돼 17.4%로 최저 기록을 한 번에 갈아치운 겁니다.

◆ 홍종호> 강릉이 여러 기후 피해에 취약한 지역이고 가뭄에도 노출되는 과거 경험도 있었다는 건데요. 그런 와중에 오봉저수지 하나에 대부분 식수원을 전적으로 의존했다면, 정책적 대응이 미흡했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 같아요.


◇ 최서윤> 그렇죠. 기후 변화가 심각해질수록 물 부족 사태가 일어날 수밖에 없잖아요. 그래서 예견된 인재였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어요. 강릉시도 개선 노력을 하긴 했어요. 작년 여름에 폭염이랑 가뭄을 한 번 겪었기 때문에 물 공급 비상사태에 대응하기 위해서 취수원을 다변화하겠다고 했어요. 대체수원을 확보하여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는 보도가 작년 말부터 올 초까지 있었더라고요. 중요한 내용이 연곡면에다가 지하 저류댐을 설치하고 연곡정수장 노후 시설을 재건설해서 대체 취수원으로 쓰겠다는 건데요. 문제는 지하댐 완공 시점이 빨라야 2027년이라는 겁니다.

◆ 홍종호> 그 사이에 피해는 계속 생길 수 있다는 거군요.

◇ 최서윤> 그렇죠. 지하댐 건설된다고 해서 능사가 아니라는 지적도 있어요. 강릉시를 관통하는 하천이 남대천인데 오봉저수지가 남대천 상류에 있고 남대천이 이곳에서 강릉시를 관통해 동해까지 흘러가는 모습이에요. 그런데 연곡면의 경우 평야 지역이라서 물이 쉽게 퍼져서 지하댐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차라리 남대천 상류 부근에 다른 적절한 부지가 있는지 검토해야 한다는 관련 전문가 의견(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박창근 교수, 뉴스1 2025. 8. 20. 보도)이 있더라고요.

◆ 홍종호> 지금 그림이 나오고 있네요. 지도를 보니까 최 기자 말씀하신 게 잘 이해가 됩니다.


◇ 최서윤> 저기 오봉저수지 왼쪽에 있는 도암댐 보이시죠? 도암댐이 환경부가 검토하는 대안입니다. 평창군 대관령에 있는 도암댐을 남대천으로 방류하는 방안이에요. 오봉 저수지 담수 능력이 1천430만 톤인데 도암댐은 약 3천만 톤이라 하니 거의 2배 정도의 용수를 확보한 겁니다. 그런데 도암댐을 방류하기로 하면 지역사회가 다시 시끄러워질 수 있습니다.

◆ 홍종호> 그건 또 왜 그런가요? 어쨌든 물을 더 공급하는 건데요.

◇ 최서윤> 도암댐이 원래는 계속 방류를 하던 곳인데 2005년에 폐쇄됐어요. 한수원이 댐 자체를 수력 발전용 건설했거든요. 그런데 수질이 문제가 된 거예요. 도암댐에서 가둔 대관령 물을 강릉 수력 발전소로 보내서 수력 발전을 한 후 남대천에 흘려보냈거든요. 강원도 고랭지 퇴비나 축산 폐수가 남대천을 오염시킨다고 강원시 주민들의 반발이 매우 컸다고 해요. 그래서 2005년 12월에 국무조정실에서 도암댐을 홍수 조절용 댐으로만 사용하고 수질 개선 사업하자고 했죠. 2급수 이상까지 좋아지고 나면 그때 가서 발전용으로 재사용할지 말지를 결정하자고 결론을 내고 지금까지 멈췄던 거예요.

◆ 홍종호> 도암댐에서 물을 공급한다고 하더라도 그 물이 오염된 물이라면 환영할 수 없다는 게 강릉시 입장이겠죠.

◇ 최서윤> 환경부는 이때부터 수질 개선 사업을 계속해 와서 수질이 많이 개선됐다고 하죠. 과거와는 다르다고요. 그러니 도암댐 재방류를 검토해 볼 수 있다는 게 환경부 입장이에요. 그런데 도암댐을 방류하기로 하면 밑에 있는 정선군에도 탁수가 유입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고 해요. 지역민 갈등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고요. 무엇보다 도암댐 재방류에 대해서 관련 전문가들의 견해도 엇갈리고 있어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해 보여요. 관련 보도에 따르면 시민단체나 학계가 강릉 가뭄 우려가 불거질 때마다 도암댐을 재방류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해 왔는데요. 반대로, 도암댐 자체가 애초에 백두대간에다 구멍을 내서 서해안으로 흘러야 하는 물을 동쪽으로 흐르도록 하는 무리한 유역 변경 방식으로 건설돼 남대천 수질과 생태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주장(강원도립대학 소방환경방재과 한동준 교수, 강릉문화재단 매거진 기고문 '강릉 남대천과 도암댐'中) 도 있어요. 무조건 도암댐 물을 방류하는 건 성급한 판단일 수 있다는 의견도 있는 거죠.

◆ 홍종호> 최 기자 얘기를 들어보니 강릉만의 문제가 아닌 듯하네요. 한쪽에서는 물이 부족하고 한쪽에서는 대비를 잘해 물이 남아돌고 또 물을 공급하려고 했더니 수질 문제가 심각해지는 거군요. 결국 대한민국 전체로 봤을 때 기후 피해의 양상들이 복합적,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는 것을 종합해 고려해 기후 적응 정책의 관점으로 물관리를 볼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 최서윤> 맞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복합재해'가 올여름 장마의 중요한 키워드였어요. 폭염과 폭우가 번갈아 일어나는 그런 현상이에요. 복합재해 양상을 볼 때 단순히 강수량, 강우량만 볼 게 아니에요. 왜냐하면 강수량이 충분하다고 해도 이상고온 때문에 폭염이 일어나서 증발량이 많아지면 '돌발가뭄'이 나타나는 형국이라고 합니다. 강릉은 올여름 강수량도 적지만, 온도를 찾아보니까 6월부터 낮 최고 기온이 34도에 육박하는 정말 뜨거운 여름을 보내고 있더라고요. 이렇게 기후 재해는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 있어요. 강릉만의 일이 아닐 수도 있는 거죠. 기후재해가 날로 심각해지는데 제대로 대비나 대응을 못 하면 인재가 발생하죠. 이번 사태에서 기후재해와 인재가 겹치면 강릉의 단수 사태, 물 부족 사태처럼 심각한 피해를 겪을 수 있다는 교훈을 취해야 할 듯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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