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성 작가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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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 때문에 대기업들이 사업장을 해외로 옮기고, 뭐 그런 식으로 일자리가 줄어들고 어쩐다 하는 말들은 사실상 아무런 의미가 없다. 대한민국 기업들을 전부 바보로 아는 말이기 때문이다.
기업은 인터넷에서 댓글이나 달거나 트위터에서 "저는 워라밸 필요 없으니 귀족노조 말고 저를 채용해 주세요 회장님" 같은 소리나 하는 한심한 애들하고는 다르다. 그들이 매의 눈으로 살펴보고 채용한 사람들이 하루종일 엑셀 붙들고 앉아서 하는 일이라는 게, 그래서 결국 법규 하나 때문에 사업장을 해외로 옮긴다는 것이 과연 현재 Corporate Finance 상에서의 BEP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검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인건비가 낮거나 노동자들이 고분고분 말을 잘 듣는다는 이유로 사업장을 해외로 재배치할 것 같았으면, 이미 국내에 제조업 일자리는 단 한 개도 남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정작 제조업 일자리를 전부 상실하고 그것 때문에 고통받는 나라는 자유로운 해고의 천국인 미국이다. 미국은 마치 기술로 전 세계를 선도하는 것 같지만, 그 화려한 이면에는 일자리를 잃고 희망 없이 마약에 찌들어 사는 수많은 이들이 있다.
실제로 노동 조건이 더 자유로워 보이는 나라로 사업장을 옮긴다 하더라도 기업들의 현실에는 만만치 않은 장애물들이 존재한다. 일단 첫째는 특정국에 진출했을 때 그 나라의 사람들에게 '규율' 을 어떻게 학습시키는지부터 시작된다.
제조업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그냥 인건비만 싸면 다 공장 뜯어서 옮기는 줄 아는데, 제조업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표준화다. 표준화가 잘 되어 있어야 공정이 원활하게 돌아가고, 공정이 원활하게 돌아가야 '납기' 를 지킬 수 있다. 제조업에서 납기는 그야말로 생명이다. 그 말 많고 탈 많았던 체코 원전 수주전에서 프랑스 EDF가 탈락한 가장 큰 사유 중 하나가 결국 납기 준수에 대한 신뢰를 주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생각해 보면 쉽다.
그렇다면 납기는 어떻게 지키는가? 다시 되돌아가 보면 공정이 원활하게 돌아가야 한다. 그럼 공정은 어떻게 원활하게 돌아가는가? 자동화를 시켜도 되겠지만, 결국 운용하는 '사람' 부터가 완벽하게 스케줄대로 부지런히, 성실하게 움직여 주어야 공정의 가동이 가능해진다. 그렇다면 '완벽하게 스케줄대로' 움직이는 것은 어떻게 가능한가?
결국 규율을 준수하는 것이 체화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규율의 준수가 교육되는 곳은 바로 공교육 현장이다. 즉 '제조업' 이라는 것은, 일정 수준 이상의 공교육이 전 국민에게 평등하게 제공되어야 한다는 매우 흥미로운 사실을 전제로 한다.
이걸 할 수 있는 나라가 전 세계에서 몇이나 될 것 같은가?
전 세계에서 구상부터 실행까지 제조업의 일관된 과정을 모두 일정 퀄리티 이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나라는 놀랍게도 몇 안 된다. 그 대표적인 4개국이 바로 한국/중국/일본/독일이다. 바보들은 단순히 인건비가 싸서 공장이 많으면 제조업 역량이 뛰어난 줄 알지만, 제품을 기획하고 개발하는 구상의 역할을 하지 못 하는 나라는 그냥 OEM 하청국인 것이지 제조업 역량이 있는 나라가 아니다.
즉, 한국의 기업들이 단순히 노란봉투법 때문에 사업장을 뜯어서 어디로 옮기려고 한들 한국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그 나라의 낮은 노동력 수준과 어디 엿 바꿔 먹은 규율 준수 의식 등을 상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럴 바에야 산별노조도 없어서 개별 노조의 협상력이 유럽보다 높지도 않고, 노조조직률도 썩 높지 않은 한국에 눌러앉아 있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한국인들은 평시에는 기존 질서에 상당히 순응하는 경향이 있어서, 당연히 다른 나라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절대로 그렇지가 않다. 우리보다 훨씬 더 선진국인 유럽 주요국의 길거리만 가 봐도 우리가 볼 때는 기함할 만한 일들이 더 쉽게 일어난다. 한국의 대기업이 해외 진출을 안 해본 것도 아니어서, 방구석 잭웰치들보다는 훨씬 더 그런 것들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
한국 대기업들이 한국 내에 그럭저럭 사업장들을 유지하고 영업을 하는 이유는 노란봉투법이 없었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그동안 쌓인 노하우 등을 전부 인풋시켜서 계산기를 돌려 봤을 때 BEP가 그냥 안 나오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세상이 그렇게 도식적이지 않아서, 단순히 요소 A가 변화한다고 해서 최종적인 기업의 행동이 갑자기 변화하지를 않는다. 경영을 하는 사람들은 훨씬 더 많은 변수를 머릿속에 넣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단순히 노란봉투법으로 인해 기업이 청구할 수 있는 손배가 제한적이라고 할지라도, 여전히 기업은 여기서도 바보가 아니다. 법에서 '쟁의행위시 발생한 손해에 대한 손배 청구가 제한됩니다' 된다고 하면 기업이 '하이! 알겠습니다' 하면서 포기할 것 같은가? 이익집단이라는 것은 그렇지가 않다. 기업은 기업 나름대로 그간 노동조합을 상대해 오던 짬바가 있기 때문에 어떻게든 법정에서 쟁의행위를 불법으로 만들려고 노력을 할 것이다. 이 지점에서도 기업이 동원할 수 있는 자본과 권력은 노동조합보다 훨씬 크다.
다른 나라에 간다고 한들 일하는 사람들과 갈등이 없으리라고 그냥 무턱대고 믿을 수도 없고 말이다. (기업이 무조건 해외로 이전한다는 것은 기업이 이걸 무턱대고 믿는다고 보는 것이기 때문에, 이 역시 한국 기업들을 그냥 바보멍청이로 보는 것이다.)
돈이라는 것을 바라볼 때에는 그래서 '건조함' 을 갖춘 관점이 필수적이다. 기업들은 방구석 머스크들이 거품 물어 가면서 경제에 대해 떠드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데이터와 정보를 가지고 다차원적으로 고민을 한다. 그런 시각을 갖추고 기업이 바라보는 관점과 내 관점이 얼라인이 되어야 취업을 하든 뭘 하든 할 수 있는 것이다. 노란봉투법 때문에 기업이 다 망할 것이라는 관점을 가진 사람을 기업에서 좋아할 것 같은가? 아니다. 그냥 열혈바보로 본다. 사측 입장에서 생각해 주는 것은 좋은데, 일을 할 때에는 종합적 판단을 못 하는 사람으로 보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사람들은 평생 취업 근처에도 못 가보고 "왜 귀족노조 영포티는 계속 저 월급 받아 가면서 일하는데 전도유망한 ^청년^인 나는 인생이 억까당하지?" 라고 생각할 것이다. 피해의식이나 억하심정에 빠지는 것은 뭐 개인의 자유니까 건드릴 생각은 없다. 다만 자기 자신이 가진 관점이라는 게 커뮤니티 자가발전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자기 운명이라는 것도 결국 방구석에서 벗어날 수가 없게 될 뿐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