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16/0002519590?sid=001
총 308마리 안내견 시각장애인과 동행
1호 안내견 이후 매년 15마리 양성
무균실 등 제외 모든 공간 출입 가능
이문화 사장 “사회 구성원 모두가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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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일 경기 용인시 삼성화재 안내견학교에서 열린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32주년 기념식’에서 새롭게 활동을 시작하는 안내견이 사진을 촬영하는 모습. 유혜림 기자 |
[헤럴드경제(용인)=유혜림 기자] #. 예비 안내견을 교육하는 퍼피워커(돌봄 자원봉사) 임경희 씨는 분양을 앞둔 안내견 ‘방긋이’와의 이별여행으로 설악산 케이블카에 올랐다. 길게 늘어선 줄 사이로 주황색 예비 안내견 옷을 입은 방긋이가 등장하자 순식간에 길이 열렸다. 임 씨는 때로는 예비 안내견과 함께 출입을 거부하거나 냉대를 받을 때 상처를 받기도 했지만 “사람들의 따뜻한 환대 속에 함께한 그 순간은 잊지 못할 추억이 됐다. 이것이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길”이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26일 오전 경기도 용인시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강당. 시각장애인의 새로운 가족이자 눈이 되어줄 안내견 8마리와 오랜 임무를 마친 은퇴 안내견 5마리가 단상 앞에 차분히 앉아 있었다. 이들과 함께할 시각장애인과 안내견을 정성껏 돌봐온 자원봉사자들도 자리를 함께했다. 설렘과 이별의 아쉬움이 교차하는 순간이다. 봉사자들은 ‘시각장애인 안내견’이라는 글씨가 적힌 노란 조끼를 입은 강아지들에게 작별인사를 건네며 미소를 머금은 채 조용히 눈물을 닦아냈다.
▶사회 변화의 길을 비춘 통찰=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의 1993년 ‘신경영 선언’과 함께 시작된 삼성 안내견 사업이 올해로 32주년을 맞았다. 32년간 시각장애인과 동행한 삼성 안내견은 308마리이다. 기념식에는 삼성 안내견과 국회를 누비는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 이연희 민주당 의원, 이문화 삼성화재 사장 등도 참석했다.
네 번째 안내견 ‘태백이’와 의정 활동을 함께 할 김 의원은 “안내견들과 파트너들의 여정이 희망과 기쁨으로 가득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날 현장에는 김 의원과 함께 국회 곳곳을 누비며 훌륭한 안내견으로 활동했던 은퇴견 ‘조이’도 왔다. 조이는 현역 안내견을 뜻하는 노란 조끼를 벗고 주황색 조끼로 옷을 갈아 입으며 새 가족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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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이건희 삼성그룹 선대회장과 래브라도 리트리버 안내견의 모습. [삼성화재] |
삼성은 1994년 1호 안내견 ‘바다’를 길러낸 이후 30년 넘게 매년 15마리 안팎의 안내견을 키워내고 있다. 삼성에 따르면, 설립 당시 기업이 안내견 학교를 운영하는 사례도 없었고 ‘차라리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복지 단체에 기부를 하라’라는 소리도 들었지만 이건희 회장은 “안내견 사업이 우리 사회의 복지 마인드를 한 수준 높이는 데 기여하리라는 점은 분명하다”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고 한다.
이 회장은 또 “사회 복지를 완성하는 것은 인간의 마음이며 문화적 마인드”라며 “장애인 복지 재단이 많이 설립돼 편의를 도모한다고 해도 정작 장애인들이 거리에 나섰을 때 그들을 대하는 일반인들의 눈이 차갑다면 그런 사회를 두고 복지 사회라고 부를 수 없다”라고 말했다. 삼성의 이러한 진정성을 확인한 세계안내견협회(IGDF)는 정관을 변경하며 1999년 삼성화재 안내견학교를 공식 안내견 양성기관으로 인증했다.
▶사회를 바꾼 안내견의 힘=안내견 사업은 시각장애인의 삶을 지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 전반에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왔다. 보건복지부는 국내에 없던 장애인 보조견 관련 조항을 신설하며 법적 체계를 정비했다. 농림축산식품부 동물검역본부는 시각장애인과 동행하는 안내견에 대해 광견병 항체 검사를 면제하는 규정을 마련해 검역 절차를 간소화했다. 국회 역시 안내견 출입 거부 문제 해소를 위한 입법에 나섰으며 2020년에는 국회 본회의장 출입을 허용했다.
특히 올 4월부터는 관련 법령 개정에 따라 무균실, 수술실, 조리장, 식품보관창고를 제외한 모든 공간에서 안내견의 출입이 가능해졌다. 지방자치단체들도 안내견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한 교육과 제도 정비를 이어가고 있다. 이스란 차관은 이날 영상 축사를 통해 “장애인 보조견 양성과 인식개선을 위해 힘써준 안내견학교 및 자원봉사 가정과 훈련사분들의 노고에 감사드린다”며 “정부는 앞으로도 인식개선과 함께 제도적 지원도 강화해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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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일 경기 용인시 삼성화재 안내견학교에서 열린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32주년 기념식’. 이문화 삼성화재 사장이 “시각장애 파트너와 안내견이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생활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사회적 환경과 인식 개선을 위한 노력도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유혜림 기자 |
삼성은 앞으로도 시각장애인과 안내견이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사회 환경 조성을 위한 지원을 지속해나갈 방침이다. 이문화 삼성화재 사장은 “안내견학교의 지난 32년간의 시간은 자원봉사자와 정부, 지자체 등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함께 하나된 걸음’으로 노력했기에 가능했다”며 “시각장애 파트너와 안내견이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생활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사회적 환경과 인식 개선을 위한 노력도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