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old Derby 같은 시상식 전문 매체들은 이미 〈귀멸의 칼날: 무한성〉을 아카데미 시상식 ‘최우수 장편 애니메이션상’ 후보군에 올려놓고 있다. 이제 더 이상 공상이나 팬들의 희망 사항이 아니라, 실제 업계에서 거론되는 진짜 가능성이다.
새로운 〈귀멸의 칼날〉 극장판은 일본 개봉 한 달 만에 2,570억 엔(약 1억 7,500만 달러)을 돌파하며 흥행 신기록을 세웠다. 만약 이 작품이 오스카를 수상한다면, 미국 내에서 애니메이션(특히 일본 애니메이션)이 대우받는 방식이 영원히 달라질 수 있다.
아카데미 규정: 〈무한성〉이 최우수 장편 애니메이션상 후보에 오르려면?
다음은 상영 시간과 애니메이션 비율이다. 아카데미 규정상 영화는 40분 이상이어야 하고, 75% 이상이 애니메이션이어야 한다. 〈무한성〉은? 말할 것도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시청자를 좌석 끝에 붙들어 두는 풀 애니메이션 블록버스터다. 역시 문제없다.
그다음은 상영 조건이다. 영화는 유료 상영으로 최소 7일 연속 상영되어야 한다. 과거 애니메이션 영화들은 ‘파담 이벤트’ 같은 하루짜리 특별 상영만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아 이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곤 했다. 하지만 〈무한성〉은 다르다. 디즈니나 픽사 영화처럼 정식 대규모 개봉을 한다. 이건 엄청난 도약이다.
더 좋은 점은? 최근 아카데미가 방식을 바꿔, 이제는 투표자들이 후보작을 반드시 전부 관람한 뒤 투표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 이상 ‘외국 애니메이션’을 무시하고 넘어갈 수 없다. 만약 〈귀멸의 칼날〉이 후보에 오른다면, 모든 아카데미 투표자들은 반드시 탄지로, 네즈코, 그리고 동료들이 무잔의 성에서 싸우는 장면을 대형 스크린으로 직접 보게 된다. 그것만으로도 이미 이 영화는 굉장히 좋은 위치에 선 셈이다.
물론, 이 모든 것은 오스카 캠페인 없이는 불가능하다. 스튜디오가 왜 자기 영화가 황금 트로피를 받을 자격이 있는지를 투표자들에게 끊임없이 알리고, 설득하고, 홍보해야 한다. 이번에도 크런치롤과 아니플렉스가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다. 특별 시사회, 로스앤젤레스 전역에 걸린 화려한 포스터, 애니메이터와의 Q&A 행사까지 예상할 수 있다. 〈귀멸의 칼날〉은 이미 팬덤과 흥행 성적을 가지고 있고, 이제는 오스카를 향한 기계적 준비까지 갖췄다.
애니메이션은 이미 오스카 장벽을 깼다, 이번이 다음 단계가 될 수 있다
여기서 진짜 흥미로워진다. 사실 〈귀멸의 칼날〉은 완전히 새로운 길을 가는 게 아니다. 일본 애니메이션은 이미 오스카 무대에 섰다. 2003년 미야자키 하야오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최우수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수상하며 헐리우드를 놀라게 했고, 애니메이션도 디즈니·픽사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그리고 2023년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로 미야자키는 다시 한 번 수상에 성공하며 애니메이션이 단발성 성취가 아님을 보여줬다. 두 번의 수상, 모두 미야자키였다. 사실상 그는 애니메이션의 오스카 역사를 혼자 짊어진 셈이다.
하지만 〈귀멸의 칼날〉은 다르다. 이 작품은 스튜디오 지브리의 예술적 성취가 아니라, 소년만화에서 출발해 전 세계 박스오피스를 휩쓴 ‘프랜차이즈 괴물’이다. 팬덤의 열기와 상업적 성공이 뒷받침하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형태의 도전자다.
만약 〈무한성〉이 후보에 오르기만 해도, 이런 메시지가 전달된다:
“애니메이션 블록버스터는 단순한 흥행용 영화가 아니다. 헐리우드 최고 권위의 시상식에서도 경쟁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애니메이션이 기다려온 ‘다음 단계’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과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가 “애니메이션도 가능하다”를 보여줬다면, 〈귀멸의 칼날〉은 “대중성 강한 프랜차이즈 애니메이션도 가능하다”를 증명할 수 있다.
이는 미국 내 애니메이션에 대한 인식에 거대한 변화를 불러올 것이다. 극장 상영 기간의 확대, 평론가들의 재평가, 그리고 〈체인소 맨〉, 〈주술회전〉, 〈원피스〉 같은 다른 인기작들이 뒤를 따를 수 있는 길까지 열릴 수 있다.
만약 탄지로와 동료들의 이름이 아카데미 후보 명단에 오른다면, 그것은 단순히 한 작품의 승리가 아니다. 그것은 미국에서 애니메이션의 위상을 뒤바꾸는 역사적 전환점이 될 것이다. 더 이상 애니메이션은 일부 마니아의 전유물이 아니다. 이제는 진짜 메인스트림이자, 막강한 힘을 가진, 결코 사라지지 않을 존재다.
https://m.imdb.com/news/ni65442063/?ref_=ttnw_art_per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