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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NYT "할리우드, PC를 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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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8.24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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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는 다시 '핫하고, 섹시하고, 백인' 세상이 됐다
 
-샤론 왁스먼 '더랩(The Wrap)' 편집장
 
 
image.png NYT "할리우드, PC를 버리다"
 
할리우드의 진보적이고 섬세했던 시대가 막을 내렸다는 증거가 더 필요하다면, '원초적 본능'의 귀환이 답이 될 것이다. 이 영화는 샤론 스톤이 연기한 캐서린 트러멜을 통해 얼음송곳을 휘두르는, 포스트페미니즘 시대의 남성 학살자 이미지를 대중에게 각인시켰다.
 
아마존 MGM은 최근 조 에스터하스의 시나리오 판권을 200만 달러에 사들였다. 그는 80~90년대 '원초적 본능'은 물론 '플래시댄스', '쇼걸' 등에서 '섹시함'을 전면에 내세웠던 바로 그 작가다. 그는 이번 작품을 '반(反)깨시민(anti-woke)' 리부트라고 칭했다.
 
에스터하스는 최근 인터뷰에서 "나는 깨시민(woke)이나 정치적 올바름(PC)을 믿지 않는다. 그건 진실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진실이 이야기되는 것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영화가 제작되면 그는 200만 달러를 추가로 받는다. 그는 영화가 어떻게 '반 깨시민'적일지에 대해 "외설적일 것"이라고만 했을 뿐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지만, 그가 어떤 글을 쓸지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할리우드는 지난 10여 년간 서사, 캐스팅, 제작을 좌우해 온 '사회적 의식'이라는 틀에서 빠르게 벗어나고 있다.
 
넷플릭스의 새 시리즈 '헌팅 와이브스'에서 말린 오커맨은 텍사스의 부유한 사업가 아내로 분했다. 풍성한 머리, 커다란 소총, 남부 억양을 갖춘 그녀는 목사의 십 대 아들과 불륜을 저지른다. 이 쇼에 등장하는 인물은 거의 모두가 핫하고, 섹시하고, 백인이다.
 
시사 풍자로 명성 높은 애니메이션 '사우스 파크'마저 지난달 시즌 첫 방송에서 "깨시민은 죽었다"고 선언했다. 이 에피소드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가짜 공익 광고 속에서 벌거벗은 채 사막을 기어가는 장면이 나와 큰 화제를 모았다. 한때 정치적 올바름을 외치던 교장은 갑자기 종교에 귀의해 예수를 공립학교로 초대하고, 이를 본 주인공 카트먼은 희망을 잃는다(이후 카트먼은 차고에서 질식 자살을 시도하지만, 전기차라서 실패한다).
 
배우 시드니 스위니가 아메리칸 이글 광고에서 자신의 '진(jeans/genes)'을 내세운 것을 둘러싼 소동은 또 어떤가. 우파 진영에서는 이 광고가 백인 우월주의의 암호라는 비판에 분노했지만, 놀랍게도 할리우드는 잠잠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스위니는 자신의 무신경함에 대해 사과하고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에 기부해야 했을지도 모른다.
 
트렌드를 정확히 짚어내기는 어렵고, '깨시민주의(wokeism)'라는 말 자체에 여러 의미가 담겨 있다. 이 글에서는 깨시민주의를 인종, 성별 등 소외된 특성과 관련된 시스템적 불의를 바로잡으려는 진보적 가치에 대한 믿음으로 정의한다.
 
자유주의의 요새이면서도 대부분 백인 남성이 이끄는 할리우드가 수십 년간 이런 가치와 궤를 같이해 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OscarsSoWhite'라는 비판과 함께 감독, 쇼러너의 다양성 부족 문제가 제기된 후, 최근 몇 년간 고용과 스토리텔링에서 포용성을 높이려는 의식적인 노력이 뒤따랐다. 아메리카 원주민이 참여한 FX의 '레저베이션 독스'는 아마존의 '트랜스페어런트'나 HBO의 '러브크래프트 컨트리'와 함께 찬사를 받았다. 라이언 쿠글러, 리나 웨이스, 퀸타 브런슨 같은 새로운 스타들은 업계의 판도를 바꿀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새로운 규칙은 암묵적이지만 엄격한 경계를 만들었고, 특정 주제는 캐스팅과 제작 승인 범위 밖으로 밀려났다. 이는 보수 단체들이 자신들의 이야기(가령 종교나 '로 대 웨이드(미국의 낙태권을 인정한 판결)' 판결 폐지 투쟁 서사)가 외면당한다고 불평하는 것만은 아니었다. 성공한 백인 남성 시나리오 작가들이 정상급 에이전시로부터 소외당하고 있다며 조용히 불만을 토로하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할리우드를 '재중심화'하는 과정에서 어떤 이들은 하루아침에 변두리로 밀려나는 소외감을 느껴야 했다.
 
이는 결국 반발을 불러왔다. 할리우드 권력이 여전히 압도적인 백인 남성 위주라는 점이 그 배경일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트럼프가 당선되기 훨씬 전부터 감지됐다. 연예 산업은 흥행, 구독,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 문화적 신호에 그 누구보다 민감하다. 2020년 조지 플로이드(백인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사망한 흑인 남성) 사망 사건 이후 왼쪽으로 완전히 기울었던 추는 스튜디오마다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책임자를 두는 움직임으로 이어졌지만, 2023년부터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는 트럼프를 다시 대통령으로 뽑은 미국 전체의 분위기와 궤를 같이했다. 트럼프는 DEI 근절을 주요 목표로 삼았고, 이제 거의 모든 할리우드 스튜디오는 관련 정책을 폐기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파라마운트-스카이댄스 합병 과정에서 양보를 얻어낸 것으로 보인다. 법률 전문가들이 터무니없다고 일축한 소송(트럼프 측이 CBS 뉴스의 인터뷰 편집을 문제 삼았으나, 합병 승인을 위한 정치적 합의라는 비판을 받았다)을 통해 CBS 뉴스에서 1600만 달러의 합의금을 받아낸 것이다. 파라마운트 거래가 최종 승인됐을 때, 스카이댄스가 가장 먼저 발표한 것 중 하나도 DEI 정책 폐지 계획이었다.
 
시나리오와 프로젝트를 거래하는 할리우드 에이전시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예컨대 유색인종 퀴어 작가를 찾는 곳이 예전만큼 많지 않고, 이메일 서명에 선호 대명사를 적는 것도 더는 필수가 아니다.
 
그렇다면 '깨시민'은 모두 연기였을까. 이제는 사업에 해롭다고 여겨지는 자유주의적 정통성에 대한 시늉에 불과했을까.
 
어느 정도는 맞고, 아닐 수도 있다. 할리우드는 지금 자기 성찰, 혹은 솔직함의 순간을 겪고 있다. 거물 제작자 브라이언 그레이저 같은 저명인사들이 나서서 트럼프에게 투표했다고 인정하고 있다. 디즈니 픽사는 그간 이민자 수용(터닝 레드, 엘리멘탈), 다양한 인종(코코, 소울), 타자화 경험(엘리오) 등 소위 '깨시민'적인 주제를 연이어 다뤄왔다. 한 고위 임원은 사석에서 이런 영화들이 획일적으로 보인다고 털어놨다.
 
어쩌면 정말 그럴지도 모른다.
 
결국 할리우드는 관객이 '봐야 할' 영화가 아니라 '보고 싶은' 영화를 만드는 곳이다. 여전히 자유주의 가치의 보루인 이곳에서, 그 가치의 진정한 의미와 대가는 무엇인지, 가장 쇼 비즈니스적인 대통령에 대한 저항이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 그리고 미국 전체를 겨냥하는 산업에서 자유주의의 추가 너무 멀리 갔던 것은 아닌지에 대한 조용한 대화가 오가고 있다.
 
결론적으로, 에스터하스의 영화를 흥행시키는 것은 '반 깨시민'이라는 기조가 아닐 것이다. 설령 그것이 제작 승인에 도움이 됐을지라도 말이다. 성공 여부는 결국 관객이 그 영화를 즐겁게 보는지에 달렸다.
 
*샤론 왁스먼은 '더랩'의 창립자이자 최고 경영자 겸 편집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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