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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내한해 22일 기자간담회 참석
"서태지, H.O.T. 팬이고 봉준호 감독에게 영향 받아"
"한국 문화 가감 없이 보여준 것이 성공 비결"
"보편적인 스토리로 국적·나이·인종·성별 초월"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연출한 매기 강 감독이 22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답하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한국 문화에 대한 자신감, 한국의 관점에 대한 자신감, 그리고 진짜와 같은 것이죠.”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로 전 세계적 현상을 일으키고 있는 매기 강 감독은 ‘K컬처’ 열풍을 지속시키는 데 있어서 필요한 것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22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한국 문화와 저의 감수성을 제가 보여주고 싶던 대로 가감 없이 보여준 것이 영화의 성공 비결인 듯하다”고 말했다.
매기 강 감독 "한국 문화로 한국의 위상을 높이고 싶은 마음 있었다"
‘케데헌’은 넷플릭스 투자를 받아 미국의 소니 픽처스가 만든 작품이다. 지난 6월 공개 후 역대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흥행 1위에 올랐고, 넷플릭스 전체 영화 가운데에서도 누적 시청 수 2위로 1위를 근소한 차이로 추격 중이다. 영화를 연출한 강 감독은 서울에서 태어나 다섯 살 때 캐나다로 이민을 떠났고 대학에서 애니메이션을 배우던 중 3학년 때 할리우드 스튜디오인 드림웍스에 채용됐다. 이후 스토리 아티스트로 일하며 ‘쿵푸팬더3’ ‘장화신은 고양이’ ‘레고 닌자고 무비’ 등의 작품에 참여했다.
인기 K팝 걸그룹 헌트릭스의 세 멤버가 악귀에 맞서 세상을 지키는 이야기인 ‘케데헌’은 강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이다. 캐나다에서 ‘외국인’으로서 학교를 다니며 받았던 충격이 그를 이 작품으로 이끌었다. 어느 나라에서 왔냐는 교사의 질문에 ‘한국’이라고 답했는데 당시 한국을 잘 모르던 교사는 지도에서 한국을 찾지도 못했다고 했다. 당시 한국은 후진국으로 분류돼 있었다. 그는 “그때부터 한국의 위상을 높이고 심은 마음이 있었다”고 말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연출한 매기 강 감독
"무당의 굿은 콘서트 같은 것...우리 문화와 역사 보여줄 수 있어 자랑스러웠다"
캐나다와 미국에 거주하면서도 그는 고국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았다. 서태지와 아이들, H.O.T. 같은 원조 K팝 가수의 음악을 들었고, 가장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로 봉준호 감독의 ‘괴물‘을 꼽을 정도로 한국 대중문화를 가까이했다. 애니메이션에 뛰어든 뒤로는 한국 전통문화를 접목한 작품을 꿈꿨다.
“(첫 연출작을 기획하며) 처음부터 우리 문화에 대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한국의 신화, 특히 저승사자, 도깨비 같은 이미지를 미국에선 색다르게 느낄 거라 생각했어요. 무당의 ‘굿’은 콘서트 같은 것이죠. 음악과 춤을 통해 악귀를 물리치는 무당이 우리 문화에 있는데 그걸 연결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영화에선 짧게 나오지만 우리 역사를 보여줄 수 있어 자랑스러웠습니다.”
영화에는 K팝 문화를 비롯해 무당, 저승사자 같은 전통 민속 문화, 음식과 한약 같은 일상 문화, 남산과 서울 북촌, 한양도성 등 서울의 풍경이 사실적으로 담겨 관심을 모았다. 강 감독은 “과거 ‘뮬란’ 같은 애니메이션 영화를 보면 고증이 틀린 부분이 많았는데 세밀하고 정확하게 만들고 싶었다”면서 “혼자서 한 것이 아니라 팀원들과 함께 완성했다”고 했다.
‘케데헌’은 독특한 캐릭터에 보편적인 이야기로 전 세계를 사로잡았다. 강 감독이 가장 강조한 것도 “보편적인 스토리와 캐릭터”였다. 그는 “장벽을 허무는 데 최상의 예술 형태가 영화라고 생각한다”면서 이렇게 설명했다. “누구나 사랑받고 인정받고 싶어 하죠. 동시에 내면에 숨기고 싶은 것도 있을 테고요. 그런 것들은 전 세계 어디든 연령, 성별, 인종을 떠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케데헌'을 본 여섯 살 아이가 남긴 후기도 언급했다. "그 아이는 친구들이 자기를 어떻게 볼지 두려웠던 적이 있기 때문에 (극 중 걸그룹 헌트릭스 멤버) 루미가 가진 두려움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다고 했다"며 "이 작품이 다루고자 하는 핵심 주제는 '수치심'"이라고 했다.
"속편 결정은 아직... 2편 만들면 트로트, 헤비메탈 넣고 싶어"
영화 사운드트랙(OST) 수록곡도 전 세계 차트를 강타했다. 극 중 헌트릭스가 부른 ‘골든’은 K팝 사상 최초로 미국과 영국 차트 정상을 차지했고, 저승사자 보이그룹 사자보이스가 부른 ‘유어 아이돌’과 ‘소다 팝’ 등 사실상 OST 수록곡이 인기를 끌며 차트 상위권에 올라 있다. 강 감독은 ’골든’이 가장 만들기 어려운 곡이었다고 회상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연출한 매기 강 감독이 22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주인공 루미의 소망과 열망을 담은 대표곡이어야 했습니다. 음악적으로는 부르기 어려운 노래여야 했고요. 영화가 다루고 있는 주요 주제가 음악의 힘인데, 고음 부분이 높고 힘들수록 감정이 격해지고 큰 감동을 느낀다고 생각했어요. 최종 버전이 나오기까지 7, 8개 버전을 거쳤습니다. 언젠가 최종본을 듣게 되면 바로 알아차릴 거라 생각했는데 실제로 캐나다 밴쿠버에서 공항 가는 차 안에서 이 데모를 듣는 순간 눈물이 났습니다. ‘아, 이거다’ 하고 느낀 거죠.”
속편 제작에 대해선 “공식적인 이야기는 없다”면서도 “영화에서 보여주지 못한 캐릭터들의 뒷이야기가 많고 (속편에 대한) 아이디어도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속편을 만들게 되면 트로트나 헤비메탈 등 “다른 장르의 한국 음악을 보여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미국 내 K디아스포라 서사 열풍..."다양한 문화 경험한 창작자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최근 들어 영화 ‘미나리’, 드라마 ‘파친코’ 등 한국계 출신들의 재능이 담긴 글로벌 K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다. 강 감독은 ‘한국인이면서 캐나다인’인 다문화성이 한국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란 점을 강조했다.
“저는 항상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강하게 품고 살았습니다. 때로 캐나다인이라는 걸 까먹을 정도로요. 한국어를 계속 간직해왔기 때문에 한국 문화와 늘 가까이 있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다문화 속에 있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은데 우리 문화가 전 세계로 뻗어나가기 위해서는 저처럼 다양한 문화를 경험한 창작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