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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아이들에게 신발 사주겠다 했는데"… 노란봉투법 불씨 된 22년 전 어느 노동자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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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8.21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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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회사의 손해배상 폭탄과 임금 가압류에 시달리다 목숨을 끊은 두산중공업 노동자 고(故) 배달호(왼쪽)씨와 한진중공업 노동자 고 김주익씨. 민주노총 제공

2003년 회사의 손해배상 폭탄과 임금 가압류에 시달리다 목숨을 끊은 두산중공업 노동자 고(故) 배달호(왼쪽)씨와 한진중공업 노동자 고 김주익씨. 민주노총 제공

 

 

2003년 배달호·김주익 등 비극
'손배 폭탄' 노동자 잇달아 사망
노란봉투법, 8월 국회 본회의로

 

2003년 1월 9일 회사의 손해배상 청구와 임금 가압류에 시달리다 분신한 두산중공업 노동자 고(故) 배달호씨 유서. 민주노총 제공

2003년 1월 9일 회사의 손해배상 청구와 임금 가압류에 시달리다 분신한 두산중공업 노동자 고(故) 배달호씨 유서. 민주노총 제공

 

 


#. 2003년 1월 9일. 두산중공업 노동자 배달호씨가 몸에 불을 질러 분신했다. 배씨는 두산중공업 정리해고에 반대하는 파업에 참여했다. 회사는 노조에 65억 원 규모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조합원 임금 53억 원을 가압류했다. 임금 가압류가 시행된 뒤 배씨의 손에 들어온 급여는 단돈 2만5,000원. 6개월간 월급을 제대로 받지 못한 그는 두산중공업 창원공장 노동자 광장에서 스스로 몸에 불을 붙였다.

#. 같은 해 10월 17일. 부산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 위에서 한진중공업 노조위원장 김주익씨가 사망했다. 2002년 한진중공업은 희망퇴직과 명예퇴직, 정리해고를 단행해 650명의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었다. 하지만 이 당시에도 회사는 잘나가는 기업이었다. 2002년 한진중공업 매출액은 1조6,000억 원, 당기 순이익은 약 240억 원이었다. 사주는 해마다 50억~100억 원의 배당금도 받았다.

반면 노동자들의 처우는 열악했다. 노동계에 따르면 한진중공업에서 21년간 근무했던 김씨가 받은 월 기본급은 108만 원 수준. 이마저도 각종 공제를 제하고 나면 80만 원을 겨우 넘겼다고 한다. 노조는 노동자 해고에 파업과 농성으로 맞섰고, 사측은 조합원 180명에게 가정통신문을 보내 150억 원대 손해배상과 가압류 소송을 가하겠다고 압박했다. 김씨를 비롯한 노조 간부 7명은 집을 가압류당했다.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는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의 역사는 2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배달호씨와 김주익씨의 죽음이었다.

배씨의 유서에는 "해고자 모습을 볼 때 가슴이 뭉클해지고 가족들은 어떻게 지내는지? 두산이 해도 너무 한다. 해고자 18명, 징계자 90명 정도. 재산가압류, 급여가압류, 노조말살" 등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사망 당시 53세였던 배씨에게는 배우자와 19세, 17세 두 딸이 있었다.

 

  김씨는 그해 6월 11일 85호 크레인에 올랐다. 크레인에 오른 지 129일째 되던 날, "아이들에게 힐리스(바퀴 달린 신발)를 사주겠다고 약속했는데 그 약속조차 지키지 못해 미안하다"는 마지막 메시지를 남긴 채 목숨을 끊었다. 힐리스는 당시 초중등생에게 인기를 끌었던 신발로, 운동화 안에 바퀴가 달렸다. 그가 사망한 뒤 유서가 발견됐는데 크레인에 오른 지 90여 일이 지났을 때 작성된 내용이었다. 유서를 쓰고도 30여 일을 더 버틴 그는 사망 당시 40세였고 배우자와 아들, 딸이 있었다.
 

김씨의 사망 이후 약 2주가 지난 10월 30일. 이번에는 한진중공업 노조 문화체육부장 곽재규씨가 한진중공업 4독(대형 선박 건조 설비) 바닥에 투신했다. 1975년 회사에 입사한 그는 김씨와 절친한 친구 사이였다. 곽씨 또한 파업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회사의 손해배상과 임금 가압류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는 김씨 사망 이후에도 회사의 태도가 달라지지 않자 절망감을 토로했다고 한다. 곽씨가 몸을 던진 곳은 친구 김씨가 사망한 85호 크레인 바로 옆이었다.

 

 

2003년 10월 당시 한진중공업 노조위원장이었던 고(故) 김주익씨가 타워크레인 위에서 작성한 유서. 민주노총 제공

 

 

  이런 비극을 토대로 노동계와 시민사회가 노란봉투법 필요성을 장기간 주장해오면서, 대법원에서 이 법의 취지는 먼저 받아들여졌다.

대법원은 2023년 불법 파업 손해배상에 대해 “개별 조합원의 책임 비율은 노조 내 지위와 역할, 쟁의행위 참여 경위 및 정도, 현실적인 임금 수준 등에 따라 달리 판단해야 한다”고 했고 판결했다. 또한 불법 파업으로 인한 회사 손해액 산정 방식도 새로 제시했다. 기존에는 파업으로 생산량이 감소한 경우, 그 기간 동안 지출한 고정비용을 손해액으로 인정했지만, 파업 이후 노동자들이 생산량을 만회했다면 파업 기간 동안 지출한 고정비용을 손해액으로 볼 수 없다고 봤다.

노란봉투법은 또한 사용자의 범위를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 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로 확대해 하청 직원에 대한 원청의 책임을 강화했다. 원청의 실질적 지배를 받는 하청 노조는 원청과 교섭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이 또한 대법원의 판례를 실정법에 반영한 것이다.

 

파업 등 노동쟁의 요건은 현행법에 명시된 '근로조건 결정'에서 '근로조건의 결정과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으로 확대된다. 이 경우 불법으로 몰려 위 두 노동자의 목숨을 앗아간 정리해고에 따른 파업도 합법으로 인정된다.

 

 

 

민주노총은 "노동자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정당한 투쟁에 대해 회사는 손해배상, 가압류라는 제도적 폭력으로 짓밟아 왔다"며 "그 결과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코레일, KEC,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CJ대한통운, 유성기업 등 수많은 사업장에서 노동자의 삶이 무너졌다"고 말했다. 이어 "이것은 개인의 비극이 아니라 제도가 만든 참사"라며 "노동자들이 목숨을 던지며 남긴 절규에 노조법 2·3조 개정으로 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469/00008826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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