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단독]"길은 뚫었지만 집엔 못 갔다" 한국도로공사, 6년간 산재로 36명 '장례식'
7,992 12
2025.08.21 08:21
7,992 12

싸고 빠르게 뚫은 길의 대가…민간보다 더 위험한 공공발주 현장
6년간 산재 사망자 36명, 올해만 벌써 6명
청용천교 참사 "도공도 원인제공" 명시
낙찰률 80~90%대 '저가공사', 안전관리는 후순위
"발주자도 책임, 처벌 명확히" 건설안전특별법 예고

 


#. 한국도로공사(도공)는 매년 경북고속도로 위령제를 연다. 경북고속도로 건설 과정에서 숨진 근로자 77명을 기린다. 2년5개월간 연인원 900만명이 일하는 과정에서 사망자들이 나왔다. 올해도 이상재 부사장을 비롯한 경영진들이 참석한 가운데 위령제가 진행됐다. 이 부사장은 "숭고한 헌신을 본받아 더 나은 고속도로를 만들고, 도로교통 분야의 미래를 선도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산업화 시대의 아픈 기억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최근 6년간 국내 공공·민간을 통틀어 산재 사망자가 가장 많은 기관이 도공으로, '최다 산재 기업'인 것으로 확인됐다. 도로를 건설하다 죽음에 이르는 이들이 매년 쏟아지고 있는데 정부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이며 관련 법마저 미비해 처벌하기도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 사망사고를 가리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으로 정의한 상황에서, 산재 처벌의 사각지대에 숨은 도공을 수면 위로 끄집어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전력도, 현대건설도 아니었다…도공, 36명 사망으로 산재 1위

 

21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와 국토안전관리원, 주요 공기업과 10대 건설사 취재를 종합하면 2020년부터 최근까지 5년여 동안 사망사고가 가장 많은 공기업은 36명이 숨진 도공이었다. 한국전력(33명)과 한국토지주택공사(30명), 코레일(12명), 한국농어촌공사(12명), 국가철도공단(11명) 등이 그 뒤를 잇는다.

 

민간 건설사와 비교해도 압도적이다. 시공능력평가 1~10위 건설사 중에서 사망자가 가장 많이 나온 곳은 현대건설이다. 같은 기간 20명이 숨졌다. 이어 현대엔지니어링과 롯데건설(각 15명), 대우건설(14명), DL이앤씨(13명) 등의 순이다. 올해 4건의 사망사고로 집중포화를 맞은 포스코이앤씨는 9명이다. 대형사 중에서는 오히려 적은 편에 속한다.

 

 

도공이 발주한 현장에서는 2020년 8명, 2021년 9명, 2022년 3명, 2023년 6명, 지난해 4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올해도 사고는 멈추지 않았다. 3건의 사망사고로 6명이 목숨을 잃었다. 2월 안성~세종 고속도로 청용천교 사망사고(4명), 7월 함양~창녕 고속도로 의령나들목 사망사고(1명), 8월 안동 중앙고속도로 사망사고(1명) 등이 잇달아 발생했다. 도공은 올해 산재 사망자 목표를 '6명'으로 잡았으나 이미 목표치를 채웠다.

 

'4명 사망' 청용천교 사고 "발주청(도공)도 원인제공"

 

4명의 근로자가 숨진 안성~세종 고속도로 청용천교 사고는 도공의 실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국토교통부 건설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 조사결과 하도급사가 보고도 없이 스크루잭 120개 중 76개를 제거했고, 검측을 담당한 시공사(현대엔지니어링)가 이를 파악하지 못했다. 도공은 자체 매뉴얼을 이유로 검측 책임을 시공사에 전적으로 떠넘기고 사실상 방관한 것으로 조사됐다. 스크루잭 '임의 해체'는 결국 교량 붕괴와 근로자 4명 사망이라는 대참사를 낳았다.

 

하도급사는 '작업 편의'를 위해 스크루잭을 제거했다. 작업 속도를 높이기 위해 불법적인 행위를 저지른 것이다. 공공 발주현장의 '저가 낙찰'과 '공기 압박'이라는 구조적 병폐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국토안전관리원에 따르면 해당 현장은 현대엔지니어링이 낙찰률 80% 미만(75~79% 수준)으로 수주한 곳이다. 낙찰률은 예정 가격(발주처에서 정한 기준 가격) 대비 낙찰 금액(낙찰자가 결정된 금액)의 비율이다. 낙찰률이 낮을수록 시공사 마진이 적기에 공사비에 쪼들리고 공기에 민감해진다. 저가 공사 현장에서 안전관리는 후순위로 밀리며 부실공사로 이어진다. 실제로 국토안전관리원의 지난해 건설현장 사고통계에 따르면 낙찰률 90% 미만 공공 공사에서의 사망사고는 74건으로, 민간(38건)의 곱절이 넘었다.

 

도공 현장 88%, 안전관리자 배치 의무 無

 

최근 산재 사망사고는 대통령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으로 지목하며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다. 요즘 대형 건설사는 사망사고 1건만 나도 '압수수색'과 '제재'가 뒤따른다. 대표적으로 이달 들어 포스코이앤씨, DL건설이 잇달아 압수수색을 당했다. 강도 높은 제재도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사망사고가 가장 많은 도공은 처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처벌을 할 수 있는 법안으로는 산업안전보건법이 꼽힌다. 그런데 이 법에는 건설공사 도급 관계에서 시공을 주도하지 않는 경우 발주자는 직접적인 안전관리 책임이 없다고 보고 있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에는 발주자가 안전조치를 소홀히 해서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 경영책임자가 처벌받을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그러나 실제로 적용된 사례는 없다. 이렇다 보니 청용천교 사고에서도 국토부 사조위는 도공에 매뉴얼을 고치라는 처분 정도만 내렸다. 별다른 행정제재는 예고하지 않았다.

 

처벌 대상에서 제외되다 보니 도공은 인명사고에 무뎌진 모습마저 보인다. 도공은 매년 발간하는 안전경영책임 보고서 내 안전관리 성과라며 "지난해 산재 사망이 4명으로, 전년(6명)과 비교해 33% 줄었다"고 자화자찬했다.

 

도공은 인력·관리의 한계를 자체적으로 인정하기도 했다. 현장 중 88%가 50억원 미만 소규모 공사로, 안전관리자 배치 의무가 없다며 "수익성 위주로 인력·예산을 투입하는 등 한계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또 "이런 소규모 작업장이 월등히 많아 관리가 어렵다"고도 했다. 지난해 기준 도공의 관리 대상 현장은 1713곳 정도다. 다른 사회간접자본(SOC) 관련 공기업 평균(283곳)의 약 6배에 달한다.

 

"발주자도 책임 제대로 져야"…국회 논의 중

 

최근 들어 공기업 산재가 이어지면서 발주자도 책임과 의무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미 국회에서는 개선책을 논의 중이다. 대표적인 것이 '건설안전특별법'이다.

 

-생략-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277/0005639910

목록 스크랩 (0)
댓글 12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선정 시 최대 100만원] 커뮤니티 하는 누구나, 네이버 라운지의 메이트가 되어보세요! 223 12.26 16,709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4,368,766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11,087,743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12,409,496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은 정치 카테고리에] 20.04.29 34,405,962
공지 정치 [스퀘어게시판 정치 카테고리 추가 및 정치 제외 기능 추가] 07.22 1,015,199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81 21.08.23 8,456,576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66 20.09.29 7,383,731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591 20.05.17 8,581,732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4012 20.04.30 8,470,072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4,295,390
모든 공지 확인하기()
2945405 이슈 원지안 전 남편한테 질투하는 박서준ㅋㅋㅋㅋㅋ 18:59 28
2945404 이슈 기안 어머니가 입양하게 된 유기견 두마리 알콩이 달콩이 18:58 225
2945403 유머 지휘자만 모르게 준비한 서프라이즈 이벤트 18:57 97
2945402 유머 카리나에게 따수운 멘트 날리는 (장)도연웅니... 2 18:53 715
2945401 이슈 일본 X에서 소소하게 화제가 된 초등학생 책가방(란도셀) 재활용 4 18:53 1,260
2945400 이슈 미야오 인스타그램 업로드 18:48 168
2945399 이슈 올해 7월에 코인에 투자를 했다면? 7 18:47 2,089
2945398 유머 귀찮아서 끓인라면을 배달시켜본 아이돌 15 18:46 3,154
2945397 이슈 JPOP 2025 오리콘 연간 세일즈 랭킹 탑10 7 18:44 618
2945396 유머 기대하고 가게 방문했는데 지금 없대 9 18:43 2,605
2945395 이슈 빨래 실내 건조 꿀팁 10 18:43 1,481
2945394 이슈 2025 사건/이슈 중 얼마나 기억하나요? (스압) 8 18:42 527
2945393 유머 음바페가 아직 결혼 안한 이유 9 18:39 3,239
2945392 이슈 처음엔 조롱으로 시작했다가 전문적인 토론으로 이어지고 있는 신작 애니 논란 장면 9 18:38 2,214
2945391 이슈 데뷔 25주년 기념 런치/디너쇼 개최한 코다 쿠미 근황 8 18:37 820
2945390 이슈 20대 강박증 온다. x 15 18:36 1,633
2945389 이슈 토끼냐?🐰고양이냐?🐱 난둘다😎 토냥즈 뜬다 10 18:33 638
2945388 유머 감색에 대해 오해하고 있었음 23 18:31 2,976
2945387 유머 조나단이 콩고에 관한거 이렇게 자세히 말하는거 첨봄 7 18:31 2,881
2945386 이슈 오늘 팬들보고 눈물흘린 보2플 출신 연습생 4 18:31 1,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