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서 극중 악령돌 ‘사자보이즈’가 부르는 ‘소다 팝’과 ‘유어 아이돌’(Your Idol) 작사, 작곡에 참여한 빈스 [더블랙레이블 제공]
‘유어 마이 소다팝, 마이 리틀 소다팝(You‘re my soda pop My little soda pop)’
캔 뚜껑 따는 소리와 함께 귀에 착 감기는 가사. 결국 전 세계가 열광했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소다 팝’(Soda Pop)이다. 청량한 K-팝 보이그룹 콘셉트를 그대로 가져온 ‘소다 팝’의 창시자는 작곡가 겸 가수 빈스(VINCE). 그는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다”며 멋쩍어하며 웃었다.
빈스는 빅뱅의 ‘봄여름가을겨울’, 태양의 ‘나의 마음에’·‘바이브’(VIBE), 블랙핑크의 ‘셧다운’(Shut Down), 리사의 ‘머니’(MONEY) 등 빅뱅과 블랙핑크의 무수히 많은 히트곡을 만든 음악 프로듀서다.
그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서 극중 악령돌 ‘사자보이즈’가 부르는 ‘소다 팝’과 ‘유어 아이돌’(Your Idol)의 작사, 작곡에 참여했다. 두 곡은 심지어 빈스가 녹음을 해서 제작사에 전달, 음원 녹음까지 맡아달라는 제안을 받을 정도다. 직접 부르지 않은 것은 애니메이션 속 진우의 목소리를 담당한 성우의 중저음이 빈스의 미성과 맞지 않아서다. 요즘엔 이 뜨거운 인기를 체감하면서도 여전히 얼떨떨한 기분이다
빈스는 “멜론 1위라고 하면 ‘와 멜론 1등이다’ 하고 좋아했을 텐데, 빌보드는 실감조차 안 돼 ‘이게 진짜인가’ 싶기만 하다”며 웃었다.
‘소다 팝’과 ‘유어 아이돌’은 국내를 넘어 주류 음악시장의 상징인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과 영국 오피셜 싱글 차트 최상위권에 올랐다. ‘유어 아이돌’은 ‘핫100’ 최신 차트 4위, ‘소다 팝’은 9위에 안착한 상황이다.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에선 2위까지 올랐다. 그는 “애니메이션 자체의 스토리 구성도 좋았지만, 장면마다 음악과의 융합이 훌륭했다”며 인기 비결을 짚었다.
두 곡의 콘셉트는 완전히 다르다. 발랄하고 사랑스러운 ‘소다 팝’이 K-팝 보이그룹의 데뷔 초 모습 같다면, ‘유어 아이돌’은 퇴폐미를 콘셉트로 하는 3년 차 이상의 보이그룹 성장기를 보여준다.
빈스가 전달받은 사전 정보는 ‘사자 보이즈’라는 그룹명,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아 그것으로 힘을 얻는 악당’이라는 설명, 그리고 갓을 쓴 사자 보이즈 멤버들을 그린 2D 스케치였다.
그는 “제가 받은 스케치는 흑백이어서 ‘소다 팝’ 의상이 그렇게 형형색색일 줄 몰랐다”며 “나름 밝게 만들었는데, 제작진 측에서 ‘노래가 더 밝아야 한다’는 피드백을 줘 멜로디와 가사를 훨씬 밝게 수정했다. 가벼운 마음으로 완성했다”고 귀띔했다. 사실 이 곡은 빈스가 7~8년 전 방안에서 혼자 기타로 스케치한 곡이다. 당초 가제는 ‘아이스크림’이었다.
‘유어 아이돌’은 작정하고 다크한 콘셉트로 직진했다. 그는 “큰 규모의 오케스트라 세션까지 투입한 곡으로, 분위기도 무겁고 진지했기에 기존에 하던 (현실의) 아티스트와 다를 바 없이 작업했다”고 했다.
음악 작업은 ‘케이팝 데몬 헌터스’ 공개 1~2년 전에 모두 마쳤다. 그래서 그간 곡 작업을 잊고 지내다 케대헌이 큰 인기를 누리자 이렇게까지 큰 반응이 올 줄 몰랐다고 그는 몇 번이나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내 음악 커리어 가운데 선물 같은 작품”이라고 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OST가 이렇게 큰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K-팝을 흉내 낸 것이 아니라 K-팝 프로듀서진이 누구보다 K-팝의 정체성을 살려 만들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K-팝이기에 한글 가사를 넣으려 최대한 노력했어요. 발음에도 신경을 많이 썼고요. 영어로 먼저 가사를 쓴 뒤, 한국어로 바꾸는 경우가 많아 영어 발음과 비슷하게 하려고 했어요. ‘소다 팝’의 ‘원해, 원해, 원해’ 같은 가사는 외국인들이 ‘원트 잇, 원트 잇, 원트 잇’(want it, want it, want it)으로도 불러줄 거란 생각도 했어요.”
빈스는 K-팝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인 퍼포먼스까지 염두해 곡을 썼다. 그는 “K-팝은 퍼포먼스가 중요한 장르인 만큼 같은 곡 안에서도 드라마틱하게 흐름을 자주 바꿨다”며 “훅(Hook·강한 인상을 주는 후렴구)은 따라부르기 쉽게 했고, 춤을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는 구간도 넣었다”고 설명했다.
빈스가 소속된 더블랙레이블은 최근 본격적인 음악적 성취를 이어가고 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OST ‘골든’(1위)·‘소다 팝’(2위)은 물론 블랙핑크의 신곡 ‘뛰어(JUMP)’(3위), 소속 혼성 그룹 올데이프로젝트의 ‘페이머스(FAMOUS)’(4위) 등 올여름 멜론 톱4를 모두 휩쓸며 최다 히트곡을 배출한 가요기획사가 됐다.
그는 더블랙레이블에 대해 “모두가 만족하는 완성품을 만들려 노력한다. 테디는 발매 직전까지 조언하고 작업물을 고쳐나간다”며 “‘어텐션 투 디테일’(Attention to Detail·세부 사항에 집중)이라는 부분에서 차별화된다”고 했다.
최근엔 혼성그룹 징크스를 깨고 성공한 올데이프로젝트에 대해서도 “혼성그룹이어서 보통의 걸그룹·보이그룹에서는 느끼기 힘든, ‘남녀 목소리가 번갈아 나오는 쾌감’을 오랜만에 느꼈다”며 “멤버들이 너무 멋있어서 사람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겠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단 한 순간도 혼성그룹에 대한 우려는 없었다”고 말했다.
음악의 길로 접어든 지도 어느덧 10년 차가 됐다. 그는 “더블랙레이블에서 음악을 작업하며 느끼는 건, 나의 고집을 너무 내세우는 것보다는 여러 사람과 의견을 주고받고 완성해 나가는 과정이 중요하고, 그랬을 때 더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 점”이라며 “이런 깨달음을 바탕으로 작업하는 것이 아티스트 빈스가 원하는 방향”이라고 말했다.
“‘빈스’라는 제 이름이 크레딧에 보이는 순간 ‘이 음악은 믿고 들을 수 있겠다’는 믿음을 주는 프로듀서가 되고 싶어요. 음원 차트에서 갑자기 1등을 했다고 해서, ‘이제 할 일 다 했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더 멋있게 그려나갈 수 있을까?’를 상상하면서 계속 곡을 만들어요. 어찌 보면 부담감도 생기지만 그래서 더 재미있어요. 앞으로도 프로듀서이자 아티스트로서 이 흐름을 이어나가고 싶습니다.”
https://v.daum.net/v/20250820105746527